[메디컬 칼럼] 소변이 갑자기 막히는 ‘급성요폐’

박천진의 남성 Upgrade_32

필자의 병원에 71세 노신사 K 씨가 아랫배를 부여잡고 갑자기 소변을 보지 못한다며 안색이 하얘져 찾아왔다. 어제저녁에 친구들과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고 기분 좋게 집에 돌아와 자고 다음날 아침 소변을 보려고 하니 아랫배에 힘만 들어가고 도통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소변 줄을 요도에 삽입해 무려 800cc의 소변을 방광에서 빼냈다. 아랫배가 훌쭉해진 노신사는 그제야 살 것 같다고 했다. 노신사는 다시 소변이 막히는 증상이 발생하면 죽을 것 같다며 원인 치료를 요구했다.

먼저 남성이 급성요폐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인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정밀 검사를 실시했다. 아니나 다를까. 전립선 크기가 87gm(정상은 20gm)로 커져 있었다. 일단 방광을 1주일간 안정시킨 다음 소변 속도를 검사한 결과 정상 이하로 관찰돼 필자가 요즘 시술하는 비침습적 전립선 수술 방법인 홀렙(HoLEP) 시술을 했다.

노신사는 수술을 받은 한 달 후 환한 얼굴로 필자의 클리닉을 찾아와 소변을 시원하게 본다며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급성요폐는 이렇듯 소변을 갑자기 보지 못해 하복부가 늘어나 팽창하고 통증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또한 소변 줄 삽입 시술을 받아야 하는 응급 질환이다. 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40대 남성의 급성요폐 발생률은 약 2.6%이지만 연령에 비례 증가해 70대에는 무려 34.7%에 이른다.

그러면 어떤 사람에게 급성요폐가 많이 발생할까. 대략 60세 이상 노인에게 많이 발생한다. 60세 미만과 70세 이상의 발생 빈도 차이는 무려 8배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평상시 소변을 자주 보거나 잔뇨감이 있고 소변발이 약하거나 전립선 크기가 클 때 더 자주 급성요폐를 일으킨다.

또한 고혈압을 앓고 있는 고령 환자에게 더 자주 발생한다. 고협압 치료제인 칼슘 통로 차단제, 베타 차단제 등이 방광의 수축력을 저하시켜 급성요폐의 발생을 유도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고혈압 앓는 고령 환자에게 더 자주 발생

급성요폐를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남성의 급성요폐는 크게 3가지 원인으로 대별할 수 있다. 첫째, 요류 저항을 증가시키는 조건으로 요도 내의 결석, 또는 전립선비대증과 같은 구조적인 폐색으로 발생한다.

둘째, 방광이 원인으로 당뇨병성 방광이나 항문의 치질 수술 후에 발생하는 항문 방광 반사에 따른 방광근 수축 억제로 발생한다. 셋째, 방광이 크게 팽창해 전신 마취나 척추 마취 후 장시간 소변의 배출 없이 수술할 때나 수술 후 통증 치료를 위해 투약한 마약성 진통제 때문에 방광 감각이 저하돼 소변이 방광에 과다하게 저장됐을 때 자주 발생한다. 그러면 급성요폐는 어떻게 치료할까.

급성요폐는 대부분 응급실에서 요도를 통해 소변 줄을 삽입, 인공 배뇨를 유도하거나 배꼽 밑에 있는 방광에 바로 소변 줄을 집어넣는 치골상부천자술을 시행한다. 그다음 비뇨기과 외래에서 급성요폐의 원인을 조사하고 이에 맞게 치료를 받는다.

급성요폐 환자는 소변 줄을 제거한 후 소변을 보더라도 다시 급성요폐가 올 가능성이 1주일 이내에 56%, 1년 이내에 70% 정도가 된다. 임상에서 전립선비대증에 따른 급성요폐의 치료로 관찰요법과 전립선 절제술을 비교했을 때 관찰요법을 시행 받은 환자의 급성요폐 재발 확률이 8배 이상 높아 대부분 전립선 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대된 전립선 조직을 안전하고 빠르게 통째로 제거하는 홀렙 수술법이 개발돼 급성요폐를 일으키는 거대 전립선비대증의 원인 치료로 각광받고 있다. 요즘 들어 남성의 급성요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필자를 포함한 많은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더 나은 시술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 노력하고 있다.


박천진 강남 J비뇨기과 원장 www.manclinic.com

1991년 연세대 졸업. 비뇨기과 전문의(전립선·남성의학). 미국·대한비뇨기과학회·남성과학회·전립선학회 정회원. 세브란스병원 외래교수. 전 수도통합병원 비뇨기과과장. 강남J비뇨기과 대표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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