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산책] ‘새로운 10년’ 준비가 필요하다

정부가 2011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경제 전망 기관들이 4%대 초반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을 제시한데 비해 기획재정부만 5% 내외라는 보다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정부가 너무 낙관적인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정부 전망치는 정책적 의지를 담은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5%대 성장 전망에 대해 시비를 걸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2011년이라는 특수한 시점이 갖는 의미를 살렸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새해 2011년은 2000년대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나고 또 다른 10년이 시작되는 해라는 특징을 지닌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세계 금융 위기를 거쳐 온 지난 10년을 뒤돌아보고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며 한국 경제가 갈 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더구나 한국 경제는 세계 금융 위기를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여전히 다양한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위기 이전의 성장 궤도로 다시 올라가 1인당 3만 달러 소득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 경제는 우선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무역 의존도는 2009년 기준으로 80%가 넘는다. 중국이 60% 내외이고 미국과 일본이 모두 20%대에 머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는 지나치게 높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국내 GDP는 세계 총GDP의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외환시장 규모 역시 세계시장의 1%도 채 안 된다. 경제 규모는 작은데 국내 실물·금융시장은 거의 완전 개방 상태다.

대표적 예로 주식시장 투자자의 30% 이상이 외국인 투자자다. 이번에 국내 주가 2000선 돌파의 주역도 외국인들이었다. 내수 규모가 작고 대외 의존도는 높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다른 경쟁국에 비해 매우 큰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사실 내년에 유럽 재정 위기가 재발하거나 남북한 긴장 상태가 고조된다면 국내 주가나 환율은 크게 요동칠 우려가 높다. 두 번째는 너무 빨리 고용 없는 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점이다.

정부의 2011년 경제 운영 계획에 따르면 새해 신규 고용 창출은 28만 명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도 이 정도로는 금융 위기 이전 추세에 비해 30만∼40만 개가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고용 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하나는 투자 부진이다. 한국 경제가 고비용·저수익 체질이 되면서 외환위기 이후 투자가 급속히 줄어드는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는 투자 부진 등에 따라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경제는 성장률이 1990년대의 7% 내외에서 4%대로 하락했다. 마지막 하나는 국내 수출산업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다시 말해 수출의 성장 기여도나 고용 유발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부품 소재 산업의 경쟁력 취약이 근본 원인이다. 정보통신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에서 핵심 부품과 소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 번째 구조적 문제점은 소득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 그리고 수익성 격차가 커지고 있고 소득분배 구조가 악화돼 중산층이 엷어지고 있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자영업이 많은 내수 서비스업은 생존 기반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것도 큰 걱정거리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들은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계속하여 하락시킬 것이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1인당 3만 달러 소득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2011년에 단지 한 해의 경기 회복에만 신경 써서는 안 되고 적어도 5%대 성장을 계속해 이어갈 수 있는 성장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전략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1960년생. 82년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98년 성균관대 경제학박사. 2003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현). 2007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전문위원. 한국경제학회 경제교육위원(현). 2010년 한국생산성학회 부회장(현).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