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가볍고 빠른 네트워크형 OS 탑재

구글이 크롬 노트북으로 컴퓨팅 세상을 바꾸나

‘크롬’이란 말을 들어보셨죠. ‘크롬 브라우저’, ‘크롬 OS(운영체제)’, ‘크롬 노트북’…. 12월은 ‘구글의 달’ 같았습니다. 구글이 이것저것 많이 내놓았죠.

크롬 브라우저를 8.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고 크롬 OS와 이를 탑재한 크롬 노트북을 선보였습니다. 지금은 ‘구글’이라고 하면 검색을 생각하지만 구글과 크롬을 동일시하는 날도 올 수 있습니다. 구글에 크롬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크롬 브라우저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여러분, 인터넷 서핑할 때 어떤 브라우저를 사용하십니까. 우리나라 사람은 약 90%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합니다. 더욱이 2001년에 나온 6.0 낡은 버전을 쓰는 사람이 절반이나 된다고 합니다. 2010년 11월 현재 세계 브라우저 시장점유율은 익스플로러 58.4%, 파이어폭스 22.8%, 크롬 9.3%, 사파리 5.6% 순입니다.

크롬은 구글이 2008년 9월에 내놓은 최신 브라우저입니다. 2년 3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버전이 8.0까지 올라갔고 점유율도 다음 달이면 10%를 돌파할 것 같습니다. 저는 주로 크롬을 사용하고 전자상거래나 회사 e메일 접속할 때만 익스플로러를 씁니다. 크롬은 빠르고 단순합니다. 확장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을 간단하게 추가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힙니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저장

구글은 바로 이 크롬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크롬 OS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윈도가 깔린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쓸 때는 브라우저를 띄워야 합니다. 크롬 OS는 브라우저이면서 OS입니다. 구글은 12월 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 설명회를 갖고 크롬 OS와 이를 탑재한 크롬 노트북을 공개했습니다. 현재는 수천 명의 개발자나 소비자에게 크롬 노트북을 나눠주고 테스트하고 있죠.

컴퓨터 OS라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하나로 25년간 지배해 왔는데 왜 구글이 크롬 OS를 개발한다며 설칠까요. 25년 전이면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기 전입니다. 그때 출발한 OS를 우리는 지금도 쓰고 있습니다.

물론 25년 동안 윈도는 끊임없이 진화해 윈도7에 이르렀죠. 이것이 강점이라면 강점이지만 약점이기도 합니다. 25년 동안 쌓이다 보니 너무 무거워졌다는 뜻입니다.

OS가 가벼운지, 무거운지를 떠나 구글은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OS와 컴퓨터에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을 도입하려고 합니다. 각종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 서버)에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나 어떤 디바이스로든 접속해 이용하게 한다는 얘기입니다.

오래전부터 컴퓨터 과학자들이 꿈꿔 왔던 것이고 많은 기업들이 추구하는 지향점이기도 합니다.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기자 설명회 말미에 무대에 올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가는 이유,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크롬 노트북은 네트워크 컴퓨터입니다. 각종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컴퓨터에는 브라우저를 겸한 크롬 OS만 깔아놓았습니다. 그러니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죠. 이 노트북은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고 오프라인 상태에서 작업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구글은 이동통신과 와이파이 연결 기능을 갖춘 테스트용 크롬 노트북 ‘Cr-48’을 공개했습니다.

크롬 노트북은 내년 중반쯤 삼성과 델이 생산합니다. 소비자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마침내 전혀 다른 OS, 전혀 다른 컴퓨터가 나오게 됐다며 기대하는 사람도 있고, 과연 판을 뒤집을 수 있겠느냐, 클라우드 컴퓨팅이 정착되려면 안전하다는 확신부터 심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둘 다 맞습니다.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어떻게 열릴지 궁금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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