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신흥국 도시 거주 ‘관용의 세대’ 잡아라

2011년 소비자 트렌드 키워드

표현명 KT 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최신 트렌드와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에 “영국의 유행 전문 사이트인 ‘트렌드와칭닷컴’이다. 앞으로 일어날 작은 변화들을 미리 경험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180개국의 16만 명의 기업가들에게 소비자 동향 정보를 제공하는 트렌드와칭닷컴(www.trendwatching.com)의 자료는 향후 마케팅 및 세일즈 전략을 수립하는데 유용한 정보가 되고 있다. 세계 최대 트렌드 파악·분석 업체인 트렌드와칭닷컴의 자료는 국내에서도 여러 세미나나 강연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다.

트렌드와칭닷컴은 최근 ‘2011년 소비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0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2011년 소비자 트렌드를 미리 짚어보는 것도 내년 사업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무작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호의적 마케팅 Random Acts of Kindness

2011년 가장 강력한 메가트렌드는 G세대다. 여기서 G가 뜻하는 것은 일반적인 세계화(Global), 그린(Green)이라기보다는 관용(Generosity)이다. 소비자들은 인간적인 따뜻한 감성을 갈망하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분위기에 각 브랜드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무작위로 선택된 소비자에게 깜짝 선물을 보내는 등의 마케팅을 펼쳐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 유럽·미국·일본에서 이러한 마케팅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다.

RAK 전략이라고 불리는 이 마케팅은 브랜드가 특별한 배려를 통해 강한 카리스마를 확립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재미와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 마케팅 전략을 전극 활용한 예를 보면 영국의 꽃배달 서비스 업체 ‘인터플로라’는 최근 영국에서 소셜 미디어에 ‘꽃 보내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인터플로라는 트위터상에 이용자들이 올린 글을 서치하면서 격려가 필요한 이용자들에게 깜짝 꽃 선물을 배달한다.

이에 대한 반응과 인터플로라에 대한 감사의 글은 트위터를 통해 널리 퍼져나간다. 또한 네덜란드 항공사 KLM은 ‘깜짝 팀(surprise team)’을 구성하고 2010년 11월 동안 공항에서 체크인하는 고객에게 깜짝 선물을 제공했다.

깜짝 팀은 항공권을 예매한 고객에 대한 정보들을 소셜 미디어 등 온라인에서 찾아보고 그에게 적합하거나 필요한 선물을 비행기를 탈 때 깜짝 선물하는 것이다.

도시경제 URBANOMICS

어반노믹스도 앞으로 10년 동안 지속될 절대적인 메가트렌드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절반인 30억 명이 도시에 살고, 매일 18만 명, 매년 6000만 명이 도시로 새로 유입된다.

도시의 소비자들은 더욱 대담하고 더 자유롭고 더 쇼핑에 익숙하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이러한 경향은 신흥국에서 더 뚜렷하다. 각각 하나의 섬과 같은 세계 주요 100개 도시는 세계경제의 30%를 차지한다.

뉴욕시의 경제는 아프리카의 46개 국가의 경제 규모를 합친 것보다 크고 홍콩의 관광객은 인도 전체 관광객 수보다 많다. 짧게 말하면 각 도시의 자부심을 높이는 상품과 서비스가 마케팅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가격 대혼란 Pricing Pandemonium

소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특별 할인 마케팅이 쉽고 빠르게 퍼져 판매를 부추기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구매 직전 온라인을 통해 특별 할인을 받을 수 있는지 찾아보고 확인하고 있다.

아마존닷컴은 아이폰 앱을 통해 이용자들이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하거나 사진·제품명을 전송하면 가격 비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011년 확대될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과 가격 전략의 키워드로 단체 구매, 멤버 판매, 깜짝 세일, 지역별 할인, 유동적인 가격 등이 꼽히고 있다.

중국을 위한 Made for China

2011년 많은 서구의 브랜드들이 중국 등 신흥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다수 론칭할 것으로 보인다.

리바이스는 체구가 작은 중국인과 아시아인을 겨냥한 새 브랜드 ‘데니즌(dENIZEN)’을 출시했다.

명품 브랜드 디올은 중국 상류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럭셔리 휴대전화 ‘상하이 블루폰’을 내놨다. BMW는 2010년 호랑이해와 동시에 중국 시장에 내놓은 M3 모델 25주년을 맞아 중국 한정판 ‘M3 타이거’를 내놓았다.

혼다·닛산·제너럴모터스(GM) 등도 중국 시장을 겨냥해 보다 저렴한 가격의 차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온라인 지위의 심벌 Online Status Symbols

온라인 활동이 많은 소비자들은 많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사이버 세계 기여도·창작물·흥미·인기도를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심벌을 가상 세계를 넘어 실제 세계에서도 과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각 브랜드들은 그러한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심벌들을 제공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트어날사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트위터에 올린 글과 사진들을 실제 일기장이나 책처럼 출판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서로 개인이 출판한 트윗 일기장이나 책을 사고팔 수도 있다.

부유와 건강 WELLTHY

2011년에는 단순히 질병이나 고통의 치료 차원이 아니라 그것들을 미리 예방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건강 제품 및 서비스를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할 전망이다. ‘스트롤미터’는 엄마들이 유모차를 몰고 산책하는 동안 스크린에 속도·거리·시간·온도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칼로리 소모량 등을 제공한다.

‘슬립온잇’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은 이용자의 수면 패턴을 파악한다. 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자는 시간과 수면의 질, 선잠을 자는 시간 등이 전체적으로 건강과 삶의 질에 끼치는 영향을 파악해 알려준다.

트윈슈머와 사회적 연대 Social-Lites and Twinsumers

트윈슈머는 호불호 등이 비슷한 소비 패턴을 가진 이들끼리 서로 경험과 정보를 교환하는 소비자들을 뜻한다. 이러한 소비자들이 모여 마치 큐레이터처럼 활동적으로 친구들은 물론 더 광범위한 대중을 대상으로 제품·콘텐츠·구매를 추천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집단을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이 있다. 아마존은 페이스북과 아마존 계정을 연결해 아마존이 판매하는 책·DVD·뮤지션에 대한 정보와 추천이 개인의 페이스북 프로파일에서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새로운 관용의 호기심 Emerging generosity

앞서 언급한 G세대(관용의 세대)의 바람은 특히 신흥국에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부유한 소비자와 브랜드 상품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추가적으로 공정·사회공헌·기부 등의 의미를 부여해 소비 및 판매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적인 이익도 함께 추구하는 브랜드를 선호하는지’의 질문에 세계 소비자의 평균 62%가 그렇다고 답한 것에 비해 인도에서는 78%, 중국 77%, 브라질 80% 등 신흥국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된 즉흥성 Planned Spontaneity

항상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 도시 소비자들은 특별한 계획이 아니라 실시간적이고 즉흥적인 것을 사랑한다. 이들이 지금 자신들이 어디에 있고 누가 혹은 무엇이 주위에 있는지 스마트폰을 통해 알고 있다는 점이 ‘계획된 즉흥성’의 열쇠다.

위치 기반 서비스는 소셜 네트워크와 애플리케이션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라이크아우어셀브즈’ 서비스는 휴대전화를 통해 관심사가 같은 서로를 찾게 해준다. 자기가 있는 곳의 반경 32km 안에 찾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즉시 그룹을 만들고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 주고 있다.

환경 우월성 Eco-Superior

2011년 ‘그린 소비’ 대세에 따라 환경 친화적인 제품은 환경보호 차원뿐만 아니라 모든 측면에서 그렇지 못한 제품보다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것이다.

환경 친화적인 정수기 ‘오보퍼(Ovopur)’나 물을 내리는데, 단 3리터만 이용해 연간 7500리터를 절약할 수 있는 변기 ‘스텔스 토일렛(stealth toilet)’, 필립스의 12와트 전구 ‘엔듀라LED (Endura LED)’ 등이 환경 우월성을 가진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공공 소유 Owner-less

대형 브랜드나 정부들은 공유 및 대여 문화로의 전환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따라 2011년에는 이러한 트렌드가 주류 소비자 인식으로 스며들 전망이다.

제품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 합리적으로 대여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트랜스슈머(transsumer)라고 일컫는다.

차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쉽고 편리하게 대여할 수 있어 혁신적인 바람을 몰고 온 짚카(Zipcar)가 시장에서 성공하자 호주의 ‘고겟(Goget)’, 브라질의 ‘재즈카(Zazcar)’ 등 유사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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