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명품 시장의 화려한 변신] ‘쇼핑하는 남자’…귀빈으로 모시기 경쟁

남성 명품 전용 매장 ‘봇물’

여자의 쇼핑 패턴과 남자의 쇼핑 패턴은 어떻게 다를까. 남녀를 따로 백화점에 ‘풀어’ 놓으면 대개 남자는 사전에 정해 놓은 제품을 찾아 후다닥 쇼핑을 끝내 버리는 반면, 여자는 2~3배수의 후보 리스트를 정해 놓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꼼꼼히 비교하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다.

더욱이 남자 혼자 또는 남자들끼리 백화점에 와서 쇼핑한다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쇼핑하는 남자’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요 백화점들이 남성 전용 매장을 속속 개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2일 신세계가 강남점에 남성복 편집매장인 ‘멘즈 컬렉션(Men’s Collection)’을 연 데 이어 12월 1일에는 갤러리아가 압구정점에 남성 전용 매장 ‘지.스트릿 494 옴므(g.street 494 homme)’를 열었고, 앞서 지난 8월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에 남성 토털 편집 숍 ‘팝에디션(Pop Edition)’을 개장했다.

현재 백화점들이 선보이고 있는 남성 전용 매장은 초보적인 형태다. 신세계 멘즈 컬렉션을 담당하고 있는 이혜원 부장(상품본부 남성팀 바이어)은 “일본의 이세탄 백화점은 아예 남성관으로 빌딩 하나가 따로 있을 정도다.

우리(신세계)도 올해는 1단계로 편집매장을 오픈하고 내년 가을에는 2단계로 페라가모·제냐·아르마니·보스 급의 브랜드로 채워 6층 전체를 ‘남성관’으로 그랜드 오픈할 예정”라고 전했다.

백화점들이 선보이는 남성 전용 편집매장의 특징은 ‘직소싱(直 sourcing)’이다. 고가 명품 브랜드는 이미 매장을 백화점 내에 갖추고 있는 데다 특정 품목을 타 브랜드와 섞어 파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MD(

merchandiser)들이 이탈리아 등 해외로 나가 직접 구매해 오는 아이템들로 채우게 된다. 글로벌 판매망을 가진 대형 명품 브랜드 외에 소규모 공방의 장인 브랜드이거나 고급 브랜드에 납품하는 제조업체가 주요 공급원이다. 가격은 명품 브랜드보다 10~30% 저렴한 수준에서 형성된다.

신세계 ‘클래식’의 원년 선언

신세계는 기존의 남성복 매장 층인 6층 중 일부를 리모델링해 남성 명품 편집 숍인 ‘멘즈 컬렉션’을 오픈했다. 6층에는 현재 국내 브랜드도 함께 있고, 5층은 젊은 취향의 남성 캐주얼로 구성돼 있다. 내년에는 1~3층에 있는 명품 브랜드 중 ‘남성용’을 따로 떼어 6층에 모두 모아 ‘남성층’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멘즈 컬렉션의 콘셉트는 ‘클래식’이다. 이혜원 부장은 “그간 국내에 ‘클래식’ 군(群)이 없었다. 정장(suit)이라도 ‘아르마니 스타일’이 있듯이 디자이너 제품은 유행에 맞춰 디자인이 바뀌지만 트렌드보다 자기 몸 자체를 기준으로 슈트와 셔츠, 타이 등을 맞춰 입는 클래식 장르를 제시했다. 20~30대가 아닌 40~ 50대의 점잖은 사업가가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멘즈 컬렉션은 20여 개의 브랜드로 구성되는데, 클래식 라인은 100% 핸드메이드로 제작되는 맞춤 슈트인 ‘이사이아(ISAIA)’와 에르메스·랄프로렌의 슈트를 제작해 명성을 얻은 ‘벨베스트(Belvest)’가 있다.

위크엔드 캐주얼 라인으로는 모터사이클 콘셉트의 외투를 만드는 ‘벨스태프(Belstaff)’, 화려한 색채를 선보이는 스포티 룩인 ‘일레븐티(Eleventy)’ 등으로 구성해 기존 브랜드가 선보이지 않은 니치 마켓을 공략할 계획이다.

주요 상품의 가격대는 정장이 150만~400만 원, 재킷은 150만~200만 원, 바지는 30만~60만 원 선으로 품질은 명품과 동일하지만 가격은 명품 브랜드의 70~80% 수준이다.

이 부장은 “유명 명품 브랜드는 다른 백화점에도 많이 있지만 고객들은 이미 그런 브랜드를 갖추고 있다. 멘즈 컬렉션에 오면 ‘보지 못하던 옷이 있네’라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편집매장으로서의 장점”이라고 특징을 설명했다.

갤러리아는 기존 남성 매장이 있던 명품관 이스트(east) 4층을 ‘지.스트릿 494 옴므’로 꾸미고 클래식 패션을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도록 했다. 갤러리아는 화려한 외관의 명품관(압구정동) 웨스트(west)는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젊은 취향의 명품 브랜드, 이스트는 30~40대 이상의 고객층을 위한 브랜드로 차별화해 운영하고 있다. 그 중 4층 전체를 남성 전용 편집 숍으로 개장한 것이다.

갤러리아는 남성 전문 매장 개장과 함께 자체 브랜드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스트릿 494 옴므 바이 장미라사’ ‘지.스트릿 494 옴므 바이 스테파노 리치’다.

‘지.스트릿 494 바이 장미라사’는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자인·제작까지 갤러리아와 장미라사가 공동으로 작업한 것으로, 남성 매장 오픈과 동시에 ‘소모직 캐시미어 재킷’을 한정판으로 30벌을 판매한다.

12월 중에는 스테파노 리치와 함께 한정판 넥타이를 출시할 계획이다. 추후에도 자체 PB 브랜드로 벨트와 장갑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갤러리아 PB 브랜드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상품’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해외 패션 비즈니스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롯데백화점, ‘직소싱’ ‘잡화류 매장’ 강화

롯데백화점은 이미 2008년 9월부터 남성 전용 편집매장인 ‘라비앳(Laviat)’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최근 2~3년 사이 미국 드라마가 뜨고, 해외 명품 구매 대행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커지면서 컨템퍼러리(contemporary :현지 유행 제품을 뜻함)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이런 브랜드를 직접 들여오기에는 새로운 브랜드를 알려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에 아이템별로 들여와 편집매장을 구성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고객들로서도 기존 명품 브랜드 제품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편집 숍이 매력적”이라고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편집 숍을 위해서는 MD들이 이탈리아 등을 직접 방문해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에서 유명한 브랜드 또는 유명 브랜드 납품 업체를 접촉해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때 현지 라벨이 붙지만 롯데백화점이 별도의 보증서를 첨부하게 된다. 직소싱의 장점은 유명 명품 대비 비슷한 품질을 갖추면서도 30~40%까지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롯데백화점은 라비엣 외에도 올해 8월 잠실점에 ‘팝 에디션’을 개장했다. 이탈리아 직수입 남성 토털 편집 숍을 표방한 팝 에디션은 ‘볼리올리’, ‘벨베스트’ 등 38개 브랜드로 구성돼 있고 100만 원대 맞춤 정장에서부터 30만 원대 직수입 구두까지 총 108가지 품목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고 있다. 또 남성 잡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닥스 컬렉션(올해 9월 개장)’ ‘다비드 컬렉션(올해 3월 개장)’ 등의 액세서리 특화 편집매장도 보강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경제경영연구소와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공동 조사에서 남성 정장을 구매하는 성별 비중이 2006년 남성 28%, 여성 72%에서 2009년 남성 34%, 여성 66%로 남성의 구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여러 곳을 돌아보기 싫어하는 남자들에게는 한곳에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편집 숍이 유리한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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