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인사’로 ‘미래 삼성’ 발판 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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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젊어졌다. 3세 경영도 막을 올렸다. 이번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미래의 삼성’이다. 삼성 측은 “삼성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고 혁신적인 인물을 중용했다”고 밝혔다. 그 중심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신임 삼성전자 사장과 장녀인 이부진 신임 호텔신라 사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재용 사장은 부사장 승진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표면상의 역할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바뀌지 않았지만, 위상은 확연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이재용 사장의 역할의 폭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로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희 회장도 “능력껏 알아서 하겠지만, 역할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경영전략부터 마케팅·생산·판매까지 전 분야에서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와 함께 발표된 조직 개편 방향이 ‘미래 신사업’에 맞춰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신사업 분야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의 승진은 파격적이다.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으로 두 단계를 건너뛰었다. 여기에 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과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까지 겸직하게 돼 이번 인사의 최대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이부진 사장은 뛰어난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하게 됐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이 사장은 전무 재직 시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의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면세점 사업에 주력해 2004년 12.6%에 불과하던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기준 27.8%까지 끌어올린 공적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롯데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인천공항 호텔신라 면세점에 루이비통을 입점시키는 계약을 이끌어 내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향후 그의 보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사장과 함께 그룹 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이재용·이부진 사장 체제가 공고하게 구축됨으로써 삼성에서 3세 경영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직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을 지키고 있지만 68세의 고령인 만큼 3세로의 중심 이동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새 술은 새 부대’라는 말이 있다. 3세 경영 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조직은 젊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신임 사장단의 나이가 작년보다 훨씬 젊어졌다. 사장 승진 내정자 9명의 평균연령은 51.3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장 승진 내정자들의 평균연령은 53.7세였다. 지난해보다 2.4세가 낮아진 것이다. 삼성 사장단 전체의 평균연령은 57.9세에서 55.8세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사장 승진자 9명 중 5명이 부사장 1년 차 미만에서 승진의 기쁨을 누렸다.

김재권 삼성LED 사장, 고순동 삼성SDS 사장,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등이 부사장 승진 1년 만에 사장 반열에 올랐다. 김재권 사장은 삼성전자 부사장 시절 구매 전문가로 TV·휴대전화·모니터 등 전략 제품의 세계 1위 달성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고순동 사장은 전략마케팅실장, 공공·SIE(Smart Infra Engineering) 본부장을 맡아 EO(Engineering Outsourcing) 사업 등 신규 사업을 개척하고 해외 사업에 적극 투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신 사장은 광구 개발에 적극 나서 희귀·전략 광물을 확보한 공을 높이 샀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이 밖에 우남성 삼성전자 부사장, 손석원 삼성토탈 부사장이 각각 시스템 LSI담당 사장과 삼성토탈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의 지휘부가 교체된 것도 젊은 삼성의 발판 다지기 성격이 강하다.

그룹 재무통으로 통했던 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났고, 최광해 전 전략기획실 부사장도 퇴진했다. 지난 11월 이학수 삼성전자 상임고문과 김인주 삼성전자 상담역은 각각 삼성물산과 삼성카드 고문으로 옮겼다. 이로써 기존 삼성의 막강 파워 그룹이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 빈자리에 이재용 사장이 주도하는 ‘신트로이카 체제’가 들어섰다. 이번 인사와 함께 공식 출범한 그룹 조직인 미래전략실을 책임지게 될 김순택 부회장(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최지성 부회장, 그리고 이재용 사장이 삼성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전략실은 삼성의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추진하는데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진두지휘하는 최 부회장과 이재용 사장이 힘을 모아 삼성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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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출범

40~50대 혁신 리더 전진 배치

삼성은 그동안 사장단협의회 산하에서 운영하던 투자심의·브랜드관리·인사위원회를 미래전략위원회로 통합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미래전략실을 신설해 김순택 실장을 비롯한 6명의 팀장을 내정했다.

미래전략실은 거슬러 올라가면 고 이병철 삼성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부터 출발한다. 이후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로 차례로 바뀌면서 삼성을 이끄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전략기획실은 사실상 삼성 각 계열사 위에 군림하는 조직으로 ‘무소불위’의 조직으로 인식돼 왔다.

이번에 신설되는 미래전략실은 상설 조직으로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인물들이 활동하게 된다. 미래전략실 실장인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 아래 △전략1팀(전자 계열사 담당)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전략2팀(나머지 계열사 총괄) 김명수 전무 △경영지원팀(재무) 전용배 전무 △커뮤니케이션팀(홍보) 장충기 사장 △인사지원팀(채용 및 인력 이동) 정유성 부사장 △경영진단팀(감사) 이영호 전무가 헤쳐 모였다. 김영수 전략2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과거 전략기획실이나 구조조정본부 출신이다.

지난 11월 19일 인사를 통해 미래전략실장을 맡은 김순택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복심(腹心)으로 통한다. 1972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1978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로 이동, 비서실 운영팀 상무, 비서팀장, 경영관리팀장, 실장보좌역 부사장 등 20년 가까이 그룹 비서실에서 이회장을 보좌했다.

이진원 기자 jinw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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