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한중일 100대 기업] 3만 개 주유소 운영…원유 개발 ‘눈독’

2위 시노펙

시노펙은 중국에서 모든 업종을 망라한 기업 순위에서 1위에 올라 있는 중국 최대 기업이다. 매년 발표되는 중국 500대 기업에서 지난해 매출액 1조3900억 위안(약 240조 원)을 기록, 지난 2005년 이후 6년째 중국 최대 기업의 자리를 지켰다. 올해 포천이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에서도 7위를 차지해 국가전력량공사(8위)·페트로차이나(10위) 등을 누르고 중국 기업으로는 1위에 올랐다.


중국의 에너지 수요는 지난 2000년 이후 2배가 늘었고 2035년까지 7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에너지 사업을 전략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석유 관련 에너지 기업의 ‘빅3’는 원유 생산이 주력인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와 해상 유전 개발 독점 기업인 시누크(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석유 정제 및 석유화학 업체인 시노펙이 꼽힌다.

페트로차이나와 시누크가 한국의 석유공사에 가깝다면 시노펙은 SK에너지와 유사하다. 그러나 최근 페트로차이나가 정유 쪽 비중을 늘리고 시노펙이 원유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두 회사는 사실상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가고 있다.

시노펙은 중국에서 소비되는 연료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 전역에 3만여 개의 주유소를 두고 있다. 이는 세계 2위 규모다. 또 세계 2위의 정유 회사이자 4대 에틸렌 생산 업체다. 석유 탐사와 생산 등 업스트림 분야의 사업도 하지만 정유 판매 등 다운스트림 부문이 주력이다. 전체 수입의 70%가 원유 정제와 판매에서 나온다. 원전 탐사 및 원유 생산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에너지 수요 급증…실적‘탄탄’ 예상

시노펙은 자회사인 시노펙상하이페트로케미컬을 통해 중국 상하이를 비롯해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다. 시노펙은 이 상장사의 지분 7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시노펙은 지난 2008년 금융 위기에 따른 세계경기 침체의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1월 중국 정부가 석유 가격 규제를 완화한 이후 실적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2009년에도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10% 정도 줄었지만 이익은 216%나 급증했다. 올해는 매출과 이익 모두 상승세다.

은허증권 이궈홍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비교적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시노펙의 실적이 안정적으로 호전되고 있다”며 “내년에도 국제 유가가 소폭 오를 전망이어서 시노펙의 실적이 탄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시노펙의 행보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해외에서의 공격적 인수·합병(M&A)이다. 에너지 자원 확보를 독려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면서 시노펙은 원유 개발 및 탐사 분야 업체를 사들여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시노펙의 가장 큰 경쟁자인 페트로차이나는 향후 10년 동안 해외 기업 인수에 600억 달러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며 “시노펙도 적극적인 M&A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노펙은 올해만 해도 이미 1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M&A에 쏟아 부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10월에 스페인 에너지 전문 업체인 레프솔YPF의 브라질 자회사 지분 40%를 71억 달러에 사들였다.

이를 계기로 남미 지역 유전 사업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 4월에는 캐나다 오일샌드 업체 신크루드 지분 9.03%를 46억 달러에 인수했고 3월에는 25억 달러를 투자해 앙골라 18광구 유전 지분 27.5%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스위스 석유 기업인 아닥스를 76억 달러에 사들여 이라크 및 서아프리카 지역 내 천연가스 자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김태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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