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의 뉴스 & 뷰] 개성공단 ‘비상 대책’ 마련 시급하다

<YONHAP PHOTO-1524> 평온한 모습의 개성 (판문점=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천안함 사건의 유엔 안보리 회부가 임박한 가운데 2일 파주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 지역이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0.6.2 kane@yna.co.kr/2010-06-02 14:17:06/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북한의 느닷없는 연평도 포격 사태로 남북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민국 영토 내에, 그것도 민간인이 사는 지역에 갑자기 포격을 가해 꽃다운 나이의 젊은 군인들은 물론 민간인까지 살상한 것은 천인공노할 만행이다.

민간인 살상은 전시에도 엄격히 금지되는 것이고 보면 이번 만행은 북한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반인륜(反人倫)적 집단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내 준 것에 다름 아니다.

극악무도한 군사 공격에 대해 북한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채 잊히기도 전에 또 이런 만행을 저지른 것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도 결연한 응징 의지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 스스로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고 강조하면서 “결단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백 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밝혀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햇볕 정책의 실패를 공식화하고 이의 폐기를 선언한 셈이다.

남북 경제협력 최대 위기 봉착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국들도 일제히 북한의 만행을 규탄했고 러시아까지 비난 대열에 동참했다. 그런 만큼 국제 공조를 통해 확실한 제재 조치를 가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의 태도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제재 또한 적극 추진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남북 경제협력도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투자할 수 있는 여건만 조성된다면 제2의 개성공단을 세울 수 있다고 밝힌 적도 있지만 연평도 포격 사건은 그런 가능성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의 재개 또한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어졌고 남북 경협의 상징으로 통하는 개성공단의 전도마저 불투명해졌다.

더욱이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졌다. 한때 1000여 명에 달했던 근로자들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거치면서 400명가량으로 급격히 줄어들어 근무자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품질관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외 고객사들 가운데 정세 불안을 우려해 발주처를 중국이나 베트남 등으로 옮기려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입주 기업들은 개성공단을 정치적·군사적 관점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근본적 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남측이 자본과 기술, 북측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개성공단에는 현재 121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10억 달러어치(누적)를 생산했고 이 중 15%를 수출했다. 북측 근로자는 4만4000여 명에 달한다. 북한은 이를 통해 연간 3500만 달러 정도의 외화 벌이를 해 왔다. 북한으로선 중요한 달러 조달 창구인 셈이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안보 측면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우리 측 근로자들의 신변 안전을 장담하기 힘들게 된 때문이다. 북한의 반인륜적 행태를 감안할 때 여차하면 우리 근로자들을 인질로 잡거나 간첩 혐의를 씌워 협박을 가해 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연평도 공격과 같은 도발이 재발되지 않는다는 법이 없고, 그러면 국지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는 만큼 더욱 우려된다.

이에 따라 유사시 개성공단 문제에 대처할 특단의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바로 근로자들의 신변 안전이다. 그들의 신변이 불안하면 우리의 대북 대응에 심각한 차질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국지전이 발생하면 전면전으로 확전될지 등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미리 만들어 놓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공단을 폐쇄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면서 투자 기업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개성공단이 족쇄가 돼 마땅히 해야 할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

이봉구 한국경제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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