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구의 뉴욕 통신] 백화점·아울렛 ‘No’…직영 매장 ‘Yes’

미국에서 쇼핑 잘하는 노하우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지난 11월 27일은 미국의 소매 업체들이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이는 ‘블랙 프라이데이’였다. 새벽부터 베스트바이·로웨스 등 전자제품 판매 매장이나 메이시스(Macy’s)·JC페니 등 유명 백화점 앞에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필자는 2~3개월 전부터 맨해튼 내에 있는 가게들을 돌면서 사고 싶은 물건들을 미리 고른 다음 가격을 할인해 주는 이날 구입하는 작전(?)을 썼다. 많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룰 것이 뻔한 블랙 프라이데이에 조금이라도 시간과 발품을 줄이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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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간 ‘아이 쇼핑’과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을 경험하면서 미국에서 쇼핑하는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생겼다.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과 유학생들이 참고할만한 쇼핑의 원칙을 소개한다.

첫째, 백화점을 좋아하지 마라. 백화점은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한곳에서 비교하며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필자가 다녀본 결과 백화점과 직영 매장의 제품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직영 매장에는 신상품과 다양한 디자인 제품이 있었지만 백화점 내 똑같은 매장에는 제품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백화점에 수수료를 떼 줘야 하는 업체로서는 마진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직영 매장의 제품을 차별화한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은 대대적인 할인으로 지갑을 유혹한다. 대부분의 백화점이 연중 내내 모든 제품의 10%를 할인해 주고 있다. 여기에 백화점 카드를 만들면 이틀간 추가로 20%를 할인해 준다. 그러나 여행객이나 유학생 등은 ‘소셜 번호(한국의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백화점 카드를 만들 수 없다.

한국인은 백화점에서 10%만 할인받을 수 있다. 10% 할인과 제품 구매의 만족도를 따져보면 직영점이 백화점보다 월등하다. 10%의 할인 폭에 현혹돼 백화점을 찾는 것보다 직영 매장에서 다양하고 질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낫다. 게다가 직영 매장에서 담당 세일즈 매니저와 친해지면 좋은 제품을 할인해 구입할 수도 있다.

할인에 현혹되면 안 돼

둘째, 아울렛은 절대로 가지 마라. 한국 사람들은 미국에 오면 아울렛에 가고 싶어 한다. 명품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잘못됐다. 아울렛 제품은 백화점에서 파는 제품보다 더 오래되거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렛에서 구입하는 비용에 조금만 더 지불하면 명품 직영 매장에서 신상품에다 질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아울렛은 단지 재고품을 팔아치우기 위한 곳이다. 사이즈도 별로 없고 색상이나 디자인도 제한돼 있다. 아울렛에서 쇼핑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마지막으로 할인에 현혹되면 안 된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소매점을 돌아보니 할인은 주로 재고품에 집중돼 있었다. 신상품은 할인을 거의 하지 않았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애플 매장에서는 아이패드를 개당 41달러 할인해 줬다. 애플은 블랙 프라이데이 1주일 전 새 운영체제(iOS 4.2)를 발표했는데 할인한 아이패드들은 이전 운영체제를 갖고 있는 제품들이었다.

휴고보스나 라코스테 등 유명 의류 회사들은 일부 재고품에 한해서만 20% 할인 행사를 열었고 신제품은 일절 할인하지 않았다. 코치(coach)는 구두 제품만 할인했을 뿐 가방은 아예 할인조차 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 행사 때 물건을 구입한 소비자들 가운데 제품의 퀄리티에 대한 불만이 많다. 값싸게 구입하고 난 뒤 정작 사용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싸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제품까지 구입하는 ‘과잉 소비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끔 국내에서 ‘창고 대방출’, ‘폐업 정리’ 등의 이유로 거의 헐값에 물건을 내놓는 일이 잦다. 심지어 1000원짜리 한 장을 내고 비닐봉지에 의류를 가득 담아가도록 하는 행사도 있다.

이런 물건을 구입한 사람들이 나중에 얼마나 만족했을까. 쇼핑할 때는 ‘싼 것이 최고(Cheap is Best)’가 아니라 ‘싼 것은 비싸다(Cheap is expensive)’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

뉴욕(미국)= 한은구 한국경제 문화부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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