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軍 불신…떨고 있는 별들

청와대 통신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 북한이 연평도 공격을 시작한 직후 이 사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됐다. 이 대통령은 즉시 집무실에서 청와대 지하 벙커에 마련된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마침 소집해 놓았던 외교안보 관계자 회의를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로 전환했다. 이어 합참의장과 해군작전사령부, 공군작전사령부 등과 화상회의를 통해 단호히 대처하라는 작전 명령을 내렸다.

또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했다. 관련 장관들이 지하 벙커에 속속 들어왔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원세훈 국정원장 등이 이 자리에 모였다.

청와대에선 임태희 대통령 실장과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홍상표 홍보수석, 김병기 국방비서관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진지의 미사일 기지에 대한 정밀 타격을 준비시켰다. 동시에 김성환 장관에겐 동맹국들에 북한의 도발 사실을 알리고 우리나라와 상호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라는 등 외교적 대응책을 지시했다.

북한의 공격이 멈췄지만 우리의 대응을 놓고 여러 의견들이 오고갔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전투기로 북한 진지를 공격하는 것은 어떤가’, ‘미사일로 북한 포대들을 초토화시키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등의 의견들을 내놨다.

이에 대해 군 지휘부는 교전규칙, 정전협정, 남북 기본 합의서, 유엔헌장 위반 등을 거론하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벙커 회의에 참석했던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적의 포탄이 우리 영토에 떨어졌는데도 군이 너무 소극적 태도를 보인데 대해 많이 놀랐다”며 “군이 몸을 사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포탄이 날아와 우리 영토가 쑥대밭이 되는데 ‘군이 이렇게 나약하게 나가도 되는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치밀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난상토론만 벌이다 강경 대응의 타이밍을 놓치고 말자 청와대 내에선 군에 대한 격앙된 반응들이 터져나왔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확전 자제’ 논란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을 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던 군 관계자에게 이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물었고, 이 관계자는 ‘확전 자제’ 메모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논의 과정에서 참석자들 간 확전 관련 발언은 있었지만 이 대통령이 확전 자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영 장관은 11월 24일 국회 국방위 답변에서 이 대통령의 ‘확전 방지’ 지시가 있었다고 발언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등 혼선을 일으켰다. 이 대통령이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김태영 장관을 전격 경질하게 된 주요 이유다.

대대적인 군 지휘부 쇄신 인사 가능성 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군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나타냈다. 국방부 업무 보고 도중 “체질을 끊임없이 바꿔라, 낡은 관행과 비효율을 과감하게 털어내라”는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한 바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에 대한 불신은 군 주요직에 문민 출신을 앉힌 것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해 말 국방개혁실장에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를 임명했고,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위원장엔 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을 발탁했다.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국가 안보 시스템에 본격 메스를 대겠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군을 믿지 못하겠다고 함에 따라 국방부 장관 교체에 이어 별들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 인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천안함 사태 이후 군 지휘부에 대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며 “북한의 연평도 공격 문제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대폭적인 군 개혁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는 현재 430여 명에 달하는 장군을 10%가량 줄이는 방안을 확정해 최근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올겨울은 별들에게 유난히 매서운 물갈이 추위가 닥칠 것 같다.

홍영식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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