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사회적 원자’ 물리학이 밝혀낸 부의 불평등 기원

부의 불평등은 어디서 발생하는가. 이는 경제학의 오랜 난제다. 기존 경제학은 왜 빈부 격차가 발생하고 또 이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하지 못한다. 타고난 능력이나 성실성, 습득한 지식의 차이 등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전부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이론 물리학자이자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의 편집자를 지내기도 한 저자의 설명은 매력적이다.

그는 물리학 이론을 사회현상에 적용하는 ‘사회물리학’의 주창자다. 이는 사회를 하나의 물체로, 인간을 그 사회라는 물체를 이루는 원자로 이해하고 인간 세상 배후에 숨어 있는 패턴과 법칙을 찾아내는 것이다. 부의 불평등에 대한 사회물리학적 설명은 대략 이런 식이다.

프랑스 물리학자 장 필리프 부쇼와 마르크 메자르드는 파레토의 법칙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인공 세계를 만들었다. 파레토 법칙은 부가 10배 늘어날 때마다 그 부를 소유한 사람의 수가 6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명의 물리학자는 이 인공 세계에 사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투자 능력을 부여했다. 그리고 부의 가치가 상대적이라는 조건을 더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순간적인 우연으로 부를 조금 더 얻은 개인이 등장하자마자 사회 전체의 부가 순식간에 소수에게 집적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부의 규모에 따른 부자의 수는 정확하게 복잡계 이론과 네트워크 과학에 적용되는 멱함수 법칙을 따랐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부의 불평등이 개인의 능력 차나 권력자의 음모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평등은 우연과 반복이라는 물리학적 과정의 결과물인 셈이다.

물론 저자도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완벽하게 기술하는 물리 방정식을 만들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을 이해 불가능한 존재로 신성시하는 낭만주의적 철학이나 이데올로기, 또는 인간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냉정한 합리주의자로 기술하는 그릇된 경제학에 인간을 설명하는 ‘인간과학’을 맡겨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집단행동의 이면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고 설명해야 하는 어떤 패턴과 법칙이 있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분명하게 보여준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왜 구글인가

마키노 다케후미 지음/정정일 옮김/272쪽/한빛비즈/1만3800원

구글의 숨겨진 미래 성장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많은 사람이 구글을 인터넷상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정도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겉모습만 본 것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끊임없이 발전한 정보기술(IT)을 쫓아가고 애플이 아이폰으로 더 많은 휴대전화 사용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열중하는데, 구글은 대체에너지와 개발도상국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게다가 기업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료 서비스들만 계속 내놓고 있다.


세계 정복은 가능한가

오카다 토시오 지음/레진 옮김/200쪽/파란미디어/1만2000원

세계 정복은 가능한가? ‘오타쿠학 입문’을 쓰기도 한 저자가 이 황당한 질문에 해답을 제시한다. 세계 정복은 애니메이션과 만화에 수없이 등장하는 인기 테마다.

저자는 1985년 애니메이션과 게임 제작사인 가이낙스를 설립해 국내에서도 많은 마니아를 양산한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는 격차 사회라고 불리는 오늘, 희망조자 쉽게 가질 수 없는 현실의 사회를 부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세계 정복을 꿈꾼 적이 없느냐고 묻는다.


이기지 못할 도전은 없다

임희정 지음/232쪽/메디치/1만2000원

최근 현대건설 인수전 승리로 주목받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이야기다. 재벌가 며느리에서 ‘뚝심의 CEO’로 변신하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다뤘다. 가정주부이던 현 회장은 남편 정몽헌 회장의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현대그룹 총수를 맡게 됐다.

하지만 현 회장은 거대 그룹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정부와 미국도 끌려 다니기만 했던 북한과의 협상에서 위기 때마다 큰 성과를 이끌어내는 남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재벌 기업과 비즈니스의 비정한 세계가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경제·경영 베스트셀러(11.18~11.24)

1.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지음/김희정 외 옮김/부키/1만4800원
2.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김종훈 지음/21세기북스/1만5000원
3.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김/부키/1만4000원
4. 하루 10분의 기적/KBS 수요기획팀 지음/가디언/1만2000원
5. 보이지 않는 차이/연준혁 외 지음/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6. 부자들의 음모/로버트 기요사키 지음/윤영삼 옮김/흐름출판/1만6000원
7. 스토리 건배사/김미경 지음/21세기북스/1만2000원
8. 끝까지 하는 힘/김이율 지음/판테온하우스/1만2200원
9. 멋지게 한말씀/조관일 지음/쌤앤파커스/1만5000원
10.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티나 실리그 지음/이수경 옮김/엘도라도/1만2000원

(집계: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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