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화, 세계 최초 식물 줄기세포 분리 배양 성공] “원천 기술 확보한 전 세계 유일한 기업”
입력 2010-12-01 16:11:15
수정 2010-12-01 16:11:15
인터뷰 - 도기권 운화 회장
“논문이 발표된 10월 25일 이후 세상이 바뀐 것 같습니다.”세계 최초로 식물 줄기세포의 분리·배양에 성공한 (주)운화 도기권 회장의 말이다. 이미 지난 2005년 식물 줄기세포 분리에 성공했지만, 이후 5년간 이를 공인받기까지는 너무도 힘든 과정이었다.
지방대학 출신의 이름 없는 연구원들의 성과를 알리기 위해 기업과 연구 단체를 찾아다녔던 세월.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기업과 학계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도 회장은 “우리가 바이오기술(BT)의 퀄컴 같은 기업이 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이 눈에 띕니다.
한국 씨티은행 마케팅·소매금융업 이사를 거쳐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을 역임했습니다. 쌍용증권에 입사해 통합 전 3년, 이후 2년 동안 사장으로 근무했죠. 임기를 2년 앞두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잘나가던 CEO의 사임이 당시에도 화제였습니다.
일단 목표했던 바를 다 이룬 게 컸습니다.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20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는 회사로 바꿔 놓았고 통합 노조 문제까지 마무리 지었죠. 사실 더 큰 이유는 CEO로서 나름의 경영권을 행사하기가 아무래도 쉽지 않은데 있었습니다.
그룹의 개입과 제 주장 사이에서 고민하던 차에 국제청소년연합(IYF)을 창립했고 그곳에서 식물학자이자 당시 교사로 활동하던 진영우 사장을 만나면서 바이오 벤처 기술을 만나게 됐습니다.
회사 창립 과정이 궁금합니다.
증권가를 떠나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여서 진 사장이 경영 자문을 자주 구해 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식물 줄기세포에 대해 알게 됐죠. 당시 어려운 자금 사정으로 필리핀에 있는 프랑스 투자자에게 회사를 넘길 상황이었는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5년 3월 연구팀을 꾸려 회사를 다시 창립하게 된 거죠.
단순히 가능성만 보고 회사를 세웠단 말씀인데요.
처음엔 관상용 식물 액세서리를 만들던 회사였습니다. 식물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는 이론과 아이디어만 있었을 뿐 자금 사정 등이 여의치 않아 시도하지 못하던 상황이었죠. 전 글로벌 기업과 한국의 금융권에서 최고의 연봉을 받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동안 모아 놓았던 돈을 모두 투자한 거죠. 나름대로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던 터라 주위에서 만류한 사람도 많았습니다. 금융인과 벤처 CEO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던 셈인데, 금융업으로는 새로운 성취 동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에 비해 바이오 벤처는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였죠. 전문 경영인이 아닌 기업의 오너로서 좋은 회사를 만들고, 거창하지만 인류의 생명 연장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아무에게나 오는 기회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개발 5년 후에야 기술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난 5년은 우리의 성과를 입증하는데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대외적으로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검증 받는 절차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논문 게재였죠. 영국 에든버러대와 4년 4개월간에 걸친 공동 연구의 성과이기도 합니다.
에든버러대는 찰스 다윈을 배출한 학교로,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죠. 식물 줄기세포의 분리·배양 성공과 사업적 가능성이 논문의 주제입니다.
식물 줄기세포 분리·배양의 노하우는 무엇입니까.
물리적으로 분리하지 않는 것이 초점입니다. 식물세포의 특징을 이용해 환경을 조성하면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것이죠. 자연 속에 존재하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양 과정도 식물 자체의 특징을 이용했죠.
전 세계 학계와 기업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세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과학 저널인데, 표지 논문으로까지 선정되면서 공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또한 ‘디스커버리채널’ 프라임타임에 방송되는 인기 프로그램(How Do They it)에 우리 기술과 제품이 인류 건강에 기여하는 내용이 3편에 걸쳐 내년 1월부터 31개국에 소개될 예정입니다.
또 글로벌 제약사와 식품 기업, 화장품 회사 등과 현재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사업적으로는 이제 비로소 시작인 셈이죠.
향후 관련 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매출 1000억 원 정도의 중견기업이 목표였다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지난 4년의 과정을 겪지도 않았겠죠. 천연물신약·식품·화장품 등 식물 줄기세포를 적용할 수 있는 길은 무척 광범위합니다.
전기와 인터넷을 발명한 사람도 그들의 기술이 인간의 삶을 이렇게까지 바꿔 놓을 줄 몰랐습니다. 우리는 우선 각 분야의 글로벌 최고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입니다. 원천 기술을 확보한 상태에서 ‘BT의 퀄컴 같은 회사’가 되는 게 비즈니스 모델이죠.
구체적인 사업 진행 성과가 있는지요.
운화의 사업 분야는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첫째가 천연물 신약 등 제약, 다음이 생활용품을 비롯한 화장품, 마지막으로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한 식품 분야입니다. 식품·화장품 비즈니스는 ‘운화라이프’라는 별도 법인을 통해 진행하고 운화는 천연물 신약 중심으로 갈 겁니다.
현재 암웨이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또한 미국의 크리스틴 발미(Christine Valmy:세계적인 피부미용 전문 학교이자 화장품 생산 기업)와 화장품 사업을, 국내 제약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약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많이 알려진 동물 줄기세포와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생장과 분화를 주관하는 만능 세포라는 특징은 같습니다. 다만 동물 줄기세포는 안정성 면에서 아직 완전하지 않고 상용화의 과정도 길죠. 반면 식물 줄기세포는 당장 3년 안에 제품의 생산과 공급이 가능합니다.
식물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과 유효 성분을 무한대로 얻을 수 있고, 희귀식물도 손상시키지 않고 기술을 적용하거나 처방할 수 있게 됐죠. 더구나 세계 각지에서 연구 중인 동물 줄기세포에 비해 식물 줄기세포에 대한 원천 기술을 우리가 확보해 이미 15개국에서 특허를 받았습니다. 경쟁사를 앞서가는 차원이 아니라 유일한 기술 보유 기업인 셈이죠.
앞으로 연구·사업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각 분야 최고의 기업들과 제휴해 사업을 진행한다는 게 원칙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상황이 정말 꿈만 같습니다. 학계와 기업이 우릴 믿고 찾아와 준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죠. 하지만 연구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 뛰어다녔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게 저를 비롯한 모든 임직원들의 마음가짐입니다.
약력 : 1957년생. 83년 연세대 사회학 학사. 85년 미국 듀크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90년 한국 씨티은행 마케팅·소매금융영업 담당 이사. 95년 씨티그룹 파이낸스앤드시큐리티스(Finance & Securities, 태국) 사장. 99년 굿모닝증권 사장. 2002년 굿모닝신한증권 사장. 2004년 대만 유안타(Yuanta) 증권 경영고문. 2004년 KTF 사외이사. 2008년 HMC투자증권 고문. 2001년 IYF 회장(현). 2005년 (주)운화 회장(현).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