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거래'
최근 이처럼 박력 넘치는 한국 영화를 보지 못한 것 같다. 류승완 감독 특유의 패기 있는 연출력을 바탕으로 대국민 사기극의 전말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 온 국민이 충격에 빠지는데, 계속된 검거 실패로 질타를 받던 경찰청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다. 가짜 범인인 ‘배우’를 만들어 사건을 종결짓는 것.사건 담당으로 지목된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황정민 분)는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번번이 승진이 좌절됐지만, 승진을 보장해 주겠다는 강국장(천호진 분)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사건에 뛰어든다.
그는 스폰서인 해동건설 사장 장석구(유해진 분)를 이용해 사건과 무관한 용의자를 범인으로 조작해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한편 부동산 업계의 큰손 김회장(조영진 분)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검사 주양(류승범 분)은 최철기가 입찰 비리 건으로 김회장을 구속시켰다는 사실에 분개해 그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 검사와 스폰서의 더러운 유착, 대형 건물 입찰 비리, 그리고 진실을 외면한 채 그 모든 것을 웃고 즐기는 언론, 이처럼 ‘부당거래’를 가득 채운 사건들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현재 우리 사회의 톱뉴스들을 스크랩해 놓은 것 같다.
비리로 얼룩진 영화 속 경찰과 검사와 사업가는 어쨌건 서로를 짓밟고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부당거래’의 재미는 바로 그들의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의 풍경에서 온다. 공교롭게도 현실과 너무나 맞아떨어지는 광경이어서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배우’라는 표현을 비롯해 검사를 ‘영감님’이라고 부르는 등 그들만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언어와 제스처들 또한 생생하고 치밀하다.
황정민과 류승범, 그리고 유해진은 지난 몇 년간 그들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것 같다. 캐릭터와 캐릭터가 진검 승부를 벌이는 영화의 쾌감 또한 무척 오랜만이다. 조사 과정에서 서로의 뒤를 캐고, 그러면서 서로에게 또 다른 거래를 제안하며 물고 물리는 사건의 연쇄 속에서 그들은 상승과 추락, 그 모두를 절실히 연기한다.
류승완 감독의 팬이라면 은근히 액션 신에 대한 기대를 했겠지만 그걸 딱히 인지하지 못할 만큼 스릴러의 긴장과 박력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흔히 사회를 향한 ‘직격탄’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데 ‘부당거래’야말로 영화의 안과 밖 모두가 그런 뜨거운 직격탄이다. 사회 비판 영화로서도, 순수 오락 영화로서도 그야말로 시원하고 통쾌한 영화다.
가디언의 전설
어린 소렌(짐 스터게스 분)은 전투에서 승리한 후 ‘위대한 가훌의 나무’에 은둔한 채 왕국에 위기가 닥쳤을 때에만 그 모습을 나타낸다는 전설 속 가디언들을 굳게 믿고 있다. 어느 날, 소렌을 질투한 형 때문에 비행 연습 중 나무 위에서 떨어진 두 형제는 순수 혈통에게 납치당한다.
조금만 더 가까이
비 오는 날 밤, 느닷없이 나타난 옛 애인 은희(정유미 분)의 끈질긴 집착 앞에 현오(윤계상 분)는 끝내 울고 만다. 그리고 남산을 함께 오르는 뮤지션 혜영(요조 분)과 주영(윤희석 분)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한다.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설상가상으로 회사에선 느닷없이 해고 통지가 날아온다. 공항 카페에 망연자실 앉아 있던 하비는 옆자리에서 책을 읽고 있던 케이트(에마 톰슨 분)와 대화를 시작한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