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시간’만이 시장을 이길 수 있다

장기 투자의 ‘미학’

투자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1차적으로 시장 전망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예를 들어 6개월이나 1년 뒤 주가가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다음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이 종목이다. 호재나 향후 비전이 있는 종목에 대한 정보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투자자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펀드 투자도 다르지 않다. 어느 펀드가 유망한지, 어느 나라에 투자하는 펀드를 골라야 하는지, 지금 펀드에 가입할 타이밍인지 아니면 환매할 때인지 등등. 시장 전망이나 종목 선택이 투자 수익에 커다란 영향력을 보이는 것은 딱히 복잡한 이론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반면 중요도나 수익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지나치게 홀대 받는 변수가 있다. 바로 ‘시간(Time)’이다. 시간은 금융 위기와 같은 거대한 폭풍우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9·11 테러와 같은 정치적 사변도 잠재우는 효과가 있을 정도로 매우 강력한 변수다.

필자는 강의할 때 마켓 타이밍이나 종목 선택보다 그냥 시간에 초점을 맞춰 투자를 결정하는 게 개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뛰어난 전략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시간보다 펀드의 가입 시점이나 환매 타이밍과 같은 시장 타이밍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다.

투자자들의 머릿속에는 투자 타이밍→종목이나 업종 선택→투자 기간의 순서로 그 중요도가 배열돼 있는 듯하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최소한의 노력으로 긍정적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시간을 1순위 위치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 증거 하나를 살펴보자.

국내 최장수 주식형 펀드는 미래에셋의 디스커버리 1호다. 이 펀드는 2001년 7월 6일 설정돼 약 9년이 조금 지났다. 2010년 9월 2일 기준으로 총누적수익률은 712%다.

만일 2001년 7월 6일 1000만 원의 돈을 넣어두었다면 원금과 수익을 합쳐 8120만 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기간에 투자한 이들이 몇 명 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사는 누적 수익률도 누적 수익률이지만 기간별 수익률이다.

<YONHAP PHOTO-0044> Berkshire Hathaway Chairman and CEO Warren Buffett speaks to a reporter prior to participating in the annual shareholders meeting, in Omaha, Neb., Saturday, May 1, 2010. More than 35,000 shareholders are expected to pack the Qwest Center arena and surrounding overflow rooms on Saturday to listen to Buffett and his vice chairman Charlie Munger answer questions. (AP Photo/Nati Harnik)/2010-05-02 01:02:41/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2년 주식 투자는 ‘투기’일 뿐

이 펀드에 1년 동안 가입했다면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2001년 7월 6일 설정일 이후 지금까지 가입 시점에 상관없이 1년 동안 유지했다면 최대 96.53%의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다. 이 시점을 잘 맞춘 투자자들은 1년 만에 거의 투자한 원금만큼 수익을 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를 보면 사정이 확 달라진다. 수익률이 가장 나빴던 1년은 마이너스 54.18%였다. 이때 펀드에 1년 동안 투자했다면 원금은 반 토막이 됐을 것이다. 투자 기간을 2년으로 늘려 보자. 가입 시점에 상관없이 2년을 유지했다면 최대 60.22%의 수익률을, 최악의 경우에는 마이너스 13.83%를 기록했을 것이다.

투자 기간 3년 이상부터는 상황이 급속도로 달라진다. 3년이란 시간의 힘이 손실을 줄이는 강력한 억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아무 때나 펀드에 가입해 3년만 유지했다면 최악의 경우에도 손실은 크게 줄어든다.

투자 기간이 3년이면 수익률이 나쁠 때도 마이너스 0.51%를 기록했다. 4년 이상만 유지하면 어떤 시점에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

가장 나쁜 수익률을 기록한 평균 성적표를 보면 4년은 10.64%, 5년은 13.67%. 6년은 18.46%, 7년은 15.89%, 9년은 27.56%다. 이들 수치는 최악의 기간별 최악의 결과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반대로 최고 수익률은 4년 이후는 연평균 28~49% 수준이다. 1년이나 2년의 최고·최악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2가지 차이점이 있다.

먼저 수익률의 변동 폭이다. 1~2년의 단기 수익률은 딸 때는 많이 따지만 잃을 때도 크게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1~2년 높은 수익률을 낼 때는 거의 원금의 두 배에 가까운 수익률을 냈지만 반 토막이 나는 시기도 있었다.

전형적인 투기적 패턴이다. 투기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변동성을 최대한 활용해 수익을 내고자 하는 것이다. 투기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절묘한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 과연 이런 전략으로 지속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필자는 회의적이다.

둘째, 최악의 경우와 최고의 경우 수익률의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줄어든다는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투자 기간 1년의 최대 수익률은 연평균 97.53%이지만 최저 수익률은 마이너스 54.18%다. 간격이 무려 150%가 넘는다. 그러나 9년의 연평균 수익률은 최고 28.23%, 최저 26.56%다. 그만큼 수익률이 안정돼 있다는 의미다.

디스커버리라는 펀드를 가지고 시간의 중요성을 설명했지만 이런 증거들은 수없이 많다. 이런 연구가 많이 이뤄진 미국의 경우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 준다. 주식 투자에서 1년 단위의 수익률은 거의 일관성이 없다.


무작위적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1900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증시는 1년 단위 수익률은 최대 53.4%였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한 해 동안 37.3%의 손실을 기록했다. 1년 단위로는 일관된 투자 성과를 가늠하기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간을 넓혀 5년, 혹은 10년, 20년으로 확장하면 상당한 일관성을 보여준다. 미국은 10년 이상인 경우 손실이 발생한 기간은 단 한 번뿐이고 대부분의 기간에서 평균 수익률이 5~15%였다. 평균 수익률이 복리와 만나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펀드 투자자들을 비롯한 주식 자산 투자자들은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투자 의사결정의 우선순위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시장 타이밍이나 가입 시점과 관련 질문은 접어두고 최소 3~5년 이상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정도 기간 동안 투자할 생각이 없다면 주식형 자산은 아예 피하는 게 좋다. 1~2년 투자하는 것은 투기와 다름없고 시장 타이밍을 엄청나게 잘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Time heals all wounds)는 낙관적인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앞서 예를 든 디스커버리가 운용했던 기간을 보면 커다란 경제적 이슈들이 있었다.

2001년 9·11테러, 2003년 카드 사태와 유동성 위기, 2004년 ‘중국발 쓰나미’라고 불렸던 중국 증시 대폭락,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이 연이어 있었다. 하지만 디스커버리에 짧게는 3년 이상 투자한 이들은 거의 손실을 보지 않았다.

위기가 발발할 때마다 세상이 모두 끝날 것처럼 난리를 치지만 시간은 결국 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 아니 더 나아가 시장을 한 단계 레벨 업 시킨다.

그러나 한 자산운용사가 조사한 펀드 투자자들의 동향을 보면 시간의 힘이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있는 듯하다. 가입 시 투자 기간을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3~5년 정도라고 응답했지만 환매 시점은 이와 달랐다.

2009년 대규모 환매가 있었던 시점에 투자자들의 평균 펀드 보유 기간은 1.6년에 불과했다. 안타깝게도 1.6년에 환매한 투자자들이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렸다면 그들은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이 단순함만 지켜도 승률을 대폭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File Name : DSC_4089.JPG File Size : 1.2MB (1286144 Bytes) Date Taken : 2002/10/14 14:37:59 Image Size : 2000 x 1312 pixels Resolution : 300 x 300 dpi Bit Depth : 8 bits/channel Protection Attribute : Off Hide Attribute : Off Camera ID : N/A Camera : NIKON D1X Quality Mode : FINE Metering Mode : Center-Weighted Exposure Mode : Manual Speed Light : No Focal Length : 105 mm Shutter Speed : 1/125 second Aperture : F8.0 Exposure Compensation : 0 EV White Balance : Flash Lens : 105 mm F 2.8 Flash Sync Mode : N/A Exposure Difference : -5.9 EV Flexible Program : No Sensitivity : ISO125 Sharpening : High Image Type : Color Color Mode : Mode II(Adobe RGB) Hue Adjustment : 3 Saturation Control : N/A Tone Compensation : Normal Latitude(GPS) : N/A Longitude(GPS) : N/A Altitude(GPS) : N/A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국경제TV, 이코노미스트 등 경제 전문 매체의 재테크 담당 기자를 거쳐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로 재직 중이다.
lsggg@miraeasset.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