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 폭등, 경기 회복 시그널일까 투기 수요일까

[돈이 되는 경제 지표]



국제 구리 가격이 치솟고 있다. 건설·전기전자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구리는 글로벌 수요 동향에 민감해 가격이 오르면 시장은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본다.

런던금속거래소(LME)가 2월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구리(현물) 가격은 톤당 9286달러로 연초(7918.50달러) 대비 17.04% 뛰었다. 2011년 9월 이후 최고가다. 최근 5년 사이 저점인 톤당 4504.0달러(2016년 6월 10일)와 비교하면 105.7% 급등한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충격으로 구리 가격은 지난해 4617.50(3월 27일)달러까지 하락했지만 4월 이후 빠르게 상승해 90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삼성선물에 따르면 중국은 춘제(설) 이후 지방정부들을 중심으로 초대형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가 잇달아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에서도 극심한 한파가 이어지면서 노후 인프라에 대한 교체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대두, 구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구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전선·합금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구리는 ‘닥터 코퍼(Dr. Copper : 구리 박사)’로 불린다. 구리 수요가 살아나면서 이를 재가공하는 기업들의 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있는 풍산이 대표적이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풍산이 생산해 판매하는 전기동(전선·배선에 쓰기 위해 정련한 구리) 등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개선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격을 끌어올린 중국에서의 수요 확대 배경으로 투기적 수요를 지목하면서, 원자재 랠리가 곧 조정세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월 24일 중국 상하이 ‘다루’라는 중개 업체가 춘제 연휴가 끝난 뒤 1주일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10억 달러어치의 구리를 매수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상하이 선물거래소(SHFE)에 따르면 상하이 다루의 구리 보유 규모는 2월 18일 2500로트에서 현재 2만4000로트 수준으로 치솟았다. 1로트는 구리 5만 톤이다. 2만4000로트는 구리 12만 톤 규모다.

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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