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펫 비즈니스 세계] ‘가축병원’ 옛말…‘동물 주택’도 등장

다양한 관련 비즈니스

펫 비즈니스가 성장세를 타면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과거 동물병원이나 반려동물 판매점 등이 펫 비즈니스의 주 업태였다면 이제는 카페·미용실·정자은행·장례업·목욕탕·탁아소·작명소·사진스튜디오 사업까지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이 출시되는 것은 물론 해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에 최적화된 ‘반려동물 공생주택’도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이 중 카페는 가장 잘 알려진 펫 비즈니스다. 사실 반려동물과 함께 외출할 때 국내에서는 아직 주위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반려동물 카페에 가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차나 가벼운 음식을 즐기며 자유롭게 쉴 수 있다.

특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통해 반려동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애견 용품 판매나 미용 서비스를 겸하는 경우가 많아 편리하다.

반려동물 전용 미용실은 대부분 동물병원을 통해 이뤄지던 관련 서비스 중 가장 먼저 독립해 나온 업종이다.

단순히 반려동물을 기르는 차원을 떠나 개성 있게 꾸며 주려는 주인의 욕구가 더해지며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고급 미용실처럼 건강관리 등에 대한 상담 등도 함께 해주고 있는 ‘토털 미용 서비스’로 발전 중이다.

반려동물 장례업은 최근 국내서도 각광을 받고 있는 업종이다. 국내서는 동물 시체는 반드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화장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함께 지낸 반려동물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는 일이 가슴 아픈 사실일뿐더러 화장을 하려고 해도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즉, 이 같은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동물의 유골 단지를 제작하고 사체를 화장하는 등의 사업이 바로 반려동물 장례업이다. 장례비용은 죽은 동물의 체중과 크기, 예식 종류 등에 따라 15만~35만 원 수준이다.

패션 업체들 동물 옷도 만들어

이 밖에 좀더 개성적이고 세분화된 반려동물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반려동물 전문 사진 스튜디오와 반려동물 호텔도 이미 몇 년 전부터 국내에 하나둘씩 보급되기 시작한 업태다.

반려동물 전문 사진 스튜디오는 첨단 디지털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어떤 종류의 동물이든 완벽히 촬영해 주고 2시간 내에 필름을 보여주고 수정해 준다. 앨범과 액자용 사진 외에도 홍보 엽서와 캘린더 등도 만들어 준다. 고객이 원하면 야외나 카페 등에서도 촬영할 수 있다.

반려동물 호텔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장시간 집을 비울 경우 맡아주는 곳이다. 주로 동물병원 등에서 이뤄진다. 특히 최근에는 반려동물 도우미라고 해서 집을 비우는 주인 대신 도우미의 집에서 반려동물을 직접 맡아주는 서비스도 생겨났다.

또 반려동물의 이름을 주인의 생년월일을 바탕으로 지어주는 반려동물 작명 서비스, 반려동물 교육과 운동을 중점으로 한 반려동물 유치원, 고객의 집을 직접 방문한 뒤 반려동물을 점포로 옮겨 미용 서비스를 해 주는 방문 반려동물 미용 서비스업, 반려동물의 정액을 채취해 인공배양 시스템을 구축하는 반려동물 정자은행 등도 국내외서 성업 중이다.

이 같은 비즈니스가 주로 소규모 창업 위주의 것들이라면 의류·보험·건설 등은 ‘사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업태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크게 발달한 일본의 경우 반려동물 의류 시장이 크게 성장한 상태다. 도쿄나 대도시에서는 반려동물용 양복이나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반려동물 전문 부티크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려동물 관련 의류 시장이 커지자 중견 의류 업체들도 여기에 뛰어들고 있다. 유명 패션 브랜드인 이세이미야케는 2004년께부터 개의 격렬한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신축성을 높인 니트 소재의 의류를 팔고 있다.

이 의류들은 ‘어 피오시 포 도그(A POC FOR DOG)’라는 브랜드로 판매 중이다. 이세이미야케는 특히 애완견 주인 가족을 겨냥해 애완견 의류와 코디네이트할 수 있는 신사복과 여성복도 판매 중이다.

반려동물 위한 보험도 출시돼

지난 2008년 동물보호법 개정안 시행 후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애견 보험도 반려동물 소유자들이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월 2만∼3만5000원으로 개가 사람이나 물건 등에 손해를 끼쳤을 때 배상해 준다.

또 애견이 질병이나 상해를 입었을 경우 50%에서 최고 80%까지 진료비를 지원해 주며 상품에 따라 애견이 죽으면 최대 25만 원까지 장례비를 지원해 주기도 한다. 현재 애견 보험을 판매하는 곳은 삼성화재·현대해상·LIG손해보험·차티스손해보험 등 4개사다.

한편 애견 인구가 많은 일본은 반려동물 보험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상품의 선구자이자 시장 1위 업체인 일본의 애니컴은 연간 30여만 건의 반려동물 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선진국에서 보급 중인 ‘반려동물 공생주택’도 관심을 가져볼만한 펫 비즈니스다. 사실 도시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한 반려동물 공생주택은 쉽게 말해 반려동물들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적합하게 만들어진 주택의 형태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 아사히 카세이사가 공급한 ‘플러스 야옹이 하우스’다. 고양이가 집안 구석구석 자유자재로 오르내리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벽면과 천장에 고양이 전용통로를 만들거나 방문에 구멍을 뚫어 번거롭게 문을 열어둘 필요가 없다.

또 바닥과 벽을 수시로 긁는 고양이의 습성에 대비해 내부 소재를 모두 긁힘에 강하도록 만들었고 공기 청정 시스템과 동물 전용 화장실을 만들어 집안을 보다 위생적이고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반려동물 공생주택인 ‘세키스이 하우스’는 반려동물 전용 공간을 설치, 상부에는 반려동물 관련 제품, 하부에는 식사와 취침·배설 등을 할 수 있도록 해 유지 관리가 편리하게 구성됐다.

보고서 ‘수요 트렌드 변화에 따른 반려동물 하우징의 모델화 연구’를 펴낸 호한철 반더펠트 대표는 “반려동물 공생주택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는 20~3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소규모 공동 주택 형태로 개발할 수 있다”며 “기존 공동주택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의 틈새시장을 개발하는 소형·고기능화 주택이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의 야옹이하우스처럼 브랜드화하고 애호가들을 적극 공략한다면 국내서도 인기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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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일본 펫 비즈니스 여기까지 왔다

‘반려동물과 함께’ 취미 생활 붐

일본의 펫 비즈니스는 규모나 시장 면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이미 자리 잡았다. 시장 규모는 1조1000억 엔(13조8000억 원)이며 반려동물 수는 2200만 마리로 15세 미만 어린이의 수인 1694만 명보다 많다. 이렇듯 펫 비즈니스 시장이 커지면서 세분화·고급화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과 취미 활동을 같이할 수 있도록 ‘반려동물과 함께’를 붙인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예를 들어 요가·캠프·댄스·외식 등도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으며 반려동물을 위한 목걸이 만들기, 옷 만들기, 요리법 등의 강좌도 인기가 높다.

또한 일본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반려동물을 잃어버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마이크로 칩을 삽입하는 것이다. 직경 2mm 길이 12mm의 작은 마이크로 칩은 15자리의 숫자가 입력돼 있고 반려동물의 몸속에 삽입된다.

등록비와 시술비를 포함해 5000~7000엔(6만9000~9만7000원)이다. 시술 후 고유번호와 주인의 정보를 적어 넣고 일본수의사회에 발송하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다.

만일 반려동물을 잃어버렸더라도 동물병원이나 보호센터에 있는 전용 리더기를 반려동물의 몸에 가까이 대면 개체 식별이 가능하고 등록된 주인의 정보를 알 수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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