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공급 늘리면 임대료는 내려간다

LH공사와 임대 사업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6월 말 현재 118조 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고 한다. 하루 이자로 100억 원 가깝게 부담하고 있어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공기업 파산’이라는 초유의 사태마저 우려된다. 2003년 당시 20조 원이었던 빚이 왜 이렇게 많이 늘어났을까.

참여정부 당시 무분별한 개발 사업의 여파를 꼽는 사람도 있고 LH공사의 방만한 경영을 꼬집는 사람도 있다. 여러 가지 요인이 모여서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그중의 상당 부분은 ‘임대 사업’에도 있다.

현실적으로 자신만의 힘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계층을 위해 정부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재원 확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당면하면 이야기는 조금 복잡해진다.

임대주택을 지으려면 집을 지을 땅을 매입해야 하고 철근과 시멘트 등 각종 건자재도 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걷든지, 다른 곳의 예산을 전용해야 하지만 어느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정부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이 LH공사다. 정부가 해야 할 임대주택 공급을 LH공사가 대신한 것이다. LH공사가 민간 건설사와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LH공사라고 해서 없는 돈이 땅에서 솟아나지 않기 때문에 금융회사 등에서 차입을 해와야만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이자를 임대료로 충당하면 되지만, 정작 문제는 원금을 갚을 길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임대주택을 한 채 지을 때마다 5000만 원 정도의 적자 요인이 발생한다고 한다.

임대주택 건설은 당연히 필요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수의 28%에 달하는 순수 무주택자의 평균 순자산 규모는 3143만 원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자산으로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분양용 보금자리주택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임대용이 아닌 분양용으로 하려는 이유는 LH공사의 부실과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임대용 주택은 지을 때마다 부실 규모가 커지지만 분양용 주택은 분양 수입까지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한 채 지으면 적자 5000만 원

임대주택 정책에 있어서 참여정부는 임대주택 조기 건설이라는 ‘이상’에 초점을 맞춘 반면 현 정부는 재원 확보라는 ‘현실’에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임대주택 공급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못하는 정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분양용 보금자리주택은 해법이 될 수 없다. 분양용 보금자리주택에 청약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산 형성이 안 된 경제적 약자에 대한 주택정책이 공공 임대주택이기 때문에 그 수혜 계층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해법은 없을까.

우리나라의 공공 임대주택의 비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를 단기간에 바로잡기 위한 실적주의와 조급함이 오늘날 LH의 부실을 키워 왔던 것이다. 이에 따라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실은 LH공사가 떠맡는 결과가 됐다.

그런데 정책 당국자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공공 임대주택의 수가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우리나라는 민간 임대 시장이 그 자리를 채워 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세 제도라는 좋은 제도가 있기 때문에 임대 시장이 안정적으로 버텨온 것이다.

그 민간 임대 시장을 대체하려고 시도한 것이 공공 임대주택인데, 문제는 그 효율성면에서 경쟁이 안 된다는 데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국민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저소득자인 소득 1분위가 소유한 주택의 전국 평균가격은 7134만 원이고, 서울은 2억2006만 원이다. 아파트 시장에만 국한해 본다면 전국 평균은 7111만 원이고 서울은 2억3487만 원이다.

그런데 전세 비율의 전국 평균이 55.2%, 서울 평균이 42.1%이므로 평균 전세 값은 전국 기준으로 3925만 원, 서울 기준으로는 9888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평균 월세 비율로 환산하면 월세 보증금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전국 평균은 37만4500원, 서울 평균은 85만5800원 정도다. 이를 매입가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전국 평균은 연 6.3%, 서울 평균은 연 4.4%의 수익률에 해당한다.

전국 평균 수익률은 은행 대출금리를 웃돌지만 서울 평균 기준으로 보면 대출금리 수준도 안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민간 임대업이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LH공사가 임대 사업을 한다고 하고 손익을 따져보자. LH공사의 임대주택은 공공의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민간 임대료보다 싸야 한다는 기대감이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공기업이 서민을 대상으로 임대 수익을 거둔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 4.4~ 6.3% 정도의 수익률에서 더 낮춘다는 것은 관리 경비를 제외하면 대출이자조차 맞추기 어려운 수치다. 이 때문에 임대 사업을 위해 금융권에서 차입해 온 원금을 갚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적자만 면하면 다행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LH공사의 빚이 지난 몇 년 동안 100조 원 가까이 늘어난 속사정이다.

그러면 민간 임대주택 업자는 경쟁력이 있는데, LH공사는 그렇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 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민간 임대주택 업자는 자기자본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LH공사는 차입 경영을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잔액 기준으로 우리나라 은행의 평균 수신금리는 3.06%이고 평균 대출금리는 5.74%다.

이 의미는 두 가지다.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임대 수익률이 연 3.06%만 넘으면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의미이지만 여유가 없어서 은행에서 빌려야만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임대 수익률이 연 5.74% 이상 돼야 이익이 난다는 뜻이다.

차입 경영을 하는 LH공사로서는 예금과 대출금의 차이가 커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있는 것이다.

둘째,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의 경우 임대 수익률이 시장 금리를 밑돌더라도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임대료 자체에서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향후 그 주택을 처분할 때 얻어지는 양도 차익(capital gain)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라고 할지라도 LH공사보다 경쟁력이 있다. 차입에 따른 부채가 증가하더라도 자산이 같이 늘어나기 때문에 재무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적다.

이에 비해 LH공사는 자산을 처분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물론 장부(대차대조표)상에는 LH공사도 부채와 자산이 같이 증가한다. 하지만 그 자산이 처분할 수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부채만 계속 늘어가는 구조인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일반인의 경우 세를 주다가 돈이 궁하면 집을 팔아버리면 그만이지만, LH공사는 임대 사업을 포기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산을 처분할 때 얻을 수 있는 양도 차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임대주택을 제3자에게 양도하기가 어려울뿐더러 현재 임차인에게 분양한다고 하더라도 현 시세가 아니라 분양가에서 물가상승률 정도를 감안한 싼 가격에 분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의 경우 개인이든 법인이든 규모가 작기 때문에 별도의 직원을 두면서까지 관리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LH공사의 경우 직원의 급여를 포함해 일정 부분 관리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민간에 경쟁력이 있다

시장에 맡기면 임대료 수준이 한없이 올라가고, 정부나 공기업이 사업을 하면 임대료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단순한 사고 때문에 임대주택을 짧은 기간 내에 많이 건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게 됐고, 이것이 그동안 LH공사의 부실로 쌓이게 된 것이다.

공급이 꾸준히 늘어나면 수요와 공급의 원칙 때문에 임대료 수준이 올라가기 어렵다. 큰 정부가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건 시장에 맡겨야 한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 부동산 칼럼니스트. 객관적인 사고, 통계적 근거에 의한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투자 이론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아기곰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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