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 중국 관광객 ‘띵호아’…직장인 ‘필수품’

코끼리표의 부활 스토리


7월 1일부터 중국 관광객의 일본 방문 문턱이 낮아졌다. 일본 정부가 내수 회복 전략 카드로 관광 대국을 기치로 내건 덕분이다. 핵심은 중국 손님 유치 증가에 맞춰졌다. 이를 위해 비자 발급 조건도 부유층에서 중산층으로 낮췄다.

당연히 긴자·아키하바라 등 유명 쇼핑가는 중국 손님으로 문전성시다. 인기 상품은 전기밥솥·디카·손목시계 등 전기전자 제품이다. 주요 언론은 비자 완화 이후 중국 관광객의 구매 비용이 최소 몇%에서 최대 2~3배 이상 늘었다고 보도했다.

초식남 이후 ‘벤또·수통남’ 전성시대

불황은 소극을 낳는다. 일본 사례를 보면 특히 남성 그룹의 성징(性徵) 훼손이 주목된다. 얼마 전엔 ‘초식(草食)남’이라며 고개 숙인 2030세대가 주목받더니 이젠 ‘벤또남·수통남’이 화제에 올랐다.

소비 불황과 소득 침체 때문에 여성의 전유물이던 ‘도시락족(族)’에 남성 직장인이 대거 가세했기 때문이다. 덩달아 관련 제품은 오래간만에 특수를 만났다. 각사가 연령·가격대별로 눈높이를 맞춘 신규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는가 하면 도시락·수통을 패키지로 묶어 파는 것도 인기다.

이 두가지 에피소드의 공통점은 ‘조지루시(象印)’다. 코끼리표 전기밥솥으로 유명한 전기 제품 전문 메이커다. 중국 관광객의 귀국 행렬엔 코끼리표 전기밥솥이 필수 품목이고 알뜰해진 남자의 출퇴근길엔 코끼리표 도시락·수통이 들려 있다. 이 새로운 트렌드의 최대 수혜 기업이 조지루시다.

불황이 낳은 수혜 기업의 전형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코끼리표의 재도약은 느닷없는 행운이 아니다. 장기간 지속된 내수 침체 속에서도 유지·발전시켜 온 원천 기술의 파워가 있었기 때문에 시대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그만큼 조지루시의 기술력은 명성이 높다.

이 결과 올 상반기 성적표는 극적이다. 최근 반기 실적(2009년 11월 21일~2010년 5월 20일)은 매출(318억 엔)·영업이익(17억 엔)·경상이익(18억 엔)·반기순익(11억 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실현했다.

영업이익·경상이익·반기순익은 각각 전년 대비 47.1%, 53.4%, 73.6% 늘었다. 특히 순익은 애초 예상(5억5000만 엔)을 훌쩍 뛰어넘었다. 미국·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호조세와 압력IH밥솥 등 고부가가치 상품의 판매가 꾸준히 늘어난 덕분이다.

다만 작년만 해도 상황은 어려웠다. 2008년 이후 엔고·디플레 등의 악영향으로 수익 기반이 대거 훼손됐기 때문이다.

조지루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영 5개년 계획(Zojirushi Progress Plan)을 발표했다.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상품 기획에서부터 상품 개발, 품질 보증, 조달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능을 집약해 상품별 일관 관리가 가능한 조직 체계를 구축했다.

핵심은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상품력과 개발 스피드 향상에 맞춰졌다. 이 덕분에 최근 개발된 다양한 신개념의 압력밥솥과 전기포트 등은 또 다른 전성기에 비교될 정도로 기술력이 겸비된 라인업으로 평가된다.

그도 그럴 게 조지루시의 발전사는 해당 품목의 진화 역사에 비유된다. 단순한 밥 짓기(전기밥솥)에서 전기 보온밥통과 전기밥솥을 결합한 전기 보온밥솥을 만들어냈고, 지금은 전기와 압력을 묶은 전기압력밥솥을 주류로 안착시켰다.

이젠 별도 기능과 디자인을 강화한 요리기기로까지 변신 중이다. 특히 노인 고객에 포커스를 맞춘 압력밥솥(NP-SA10형)은 “조지루시 역사상 최고봉의 맛을 추구한 고급 밥솥”이라고 규정할 만큼 자신감이 높다. 창립 후 90년 이상 열의 특징만 고집스레 연구해 온 덕분이다. 동시에 이는 주력 상품 시장점유율 1위 비결이다.

기술력은 창업 때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 초 보온병은 하루 종일 놓아 둬도 온수를 마실 수 있다고 해서 ‘마호(魔法)병’으로 불렸다.

1918년 설립자가 당시로선 첨단 기술인 진공 단열을 활용, 유리 보온병을 만들어낸 게 출발이다. 기술력의 승리였다. 이후 코끼리표 제품은 그 자체가 단열성과 기능성의 표준으로 평가됐다.

싹쓸이 수요에 도시락족까지 코끼리표 ‘굿’

조지루시의 사업부문은 크게 3가지다. 조리(전기밥통·포트 등의 조리가전), 보존(유리·스테인리스 스틸 보온병이 중심인 리빙), 쾌적 환경(공기청정기·설거지 건조기의 생활가전) 등이다. 부가적으로 진공 단열과 온도 통제 등의 독자 기술을 활용한 산업 부문에도 진출했다.

제품으로 구분하면 전기밥솥, 전기포트, 커피 메이커, 분쇄기, 조리솥, 공기청정기, 스테인리스 스틸 보온병, 유리 보온병, 도시락 등 이른바 부엌 기기 전체를 아우른다.

다만 전기밥솥과 포트 등 조리 가전의 의존도가 압도적이다. 2009년 매출의 74.8%(434억 엔)가 조리 가전 몫이다. 리빙(16.6%, 96억 엔)과 생활 가전(7.5%, 43억 엔) 등의 의존도는 아직 낮다.

동시에 전체 매출의 84%는 내수시장에서 발생한다. 최근엔 제품의 영역이 고기능 지향적인 게 특징이다. 일본에선 핫이슈인 고령인구 대응형 아이디어 제품이 대표적이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각국의 식문화에 눈높이를 맞춘 밥솥으로 해외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다. 중국·대만·동남아 등 주식이 쌀인 국가가 메인 타깃이다.

그간 국내 모델의 전압 변환(110V→220V) 등을 통해 방일 관광객 위주로 판매하던 관행에서 적극적인 시장 개척으로 판매 루트가 한층 강화된 셈이다. 일본을 찾는 쌀 문화권 관광객이 가전 양판점에서 밥솥을 대거 구입해 가는 것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조지루시 관계자는 “올해 대만에서 해외 대상 전용 모델을 선보인 후 내년부터 판매망을 인근 국가로 확대할 것”이라며 “모든 제품을 일본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한다는 게 기본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일본식이 늘고 있는 구미 선진국도 매력적이다. “구미 시장을 성장엔진으로 삼고 싶다”는 이치카와 노리오 최고경영자(CEO)의 방침에 따라 고기능 상품을 전면에 내세워 시장 창출에 도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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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회사 역사와 CEO

1918년 창업…‘여성 일상생활에 주목’

원조는 ‘이치카와(市川)형제상회’다. 이치카와 킨자부로(金三郞)·긴자부로(銀三郞) 형제가 보온병 제조를 목적으로 1918년에 세웠다. 초기엔 보온병 안의 병만 제조·납품했다.

하지만 보온병의 특성상 겨울을 뺀 나머지 계절엔 장사가 안 된다는 게 약점이었다. 대책이 필요했다. 거래처 다양화를 거쳐 1948년 결국 제조 판매로까지 사세를 확장했다. 당시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해외 공략에도 적극 나섰다.

중국·동남아 등은 물을 끓여 마셔야 할 만큼 식수 사정이 열악해 전망이 밝았다. 이때 선택한 상표가 코끼리표(象印)였다. 머리가 좋고 가족애가 강하며 늠름한 모습에 수명과 생명력이 긴 게 보온병 성격과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1964년엔 일본 최초로 진공 보온병의 자동화 대량생산 장비를 개발했다. 또 1973년 개발된 에어포트(전기 주전자)는 누르면 물이 나온다는 아이디어로 시장의 극찬을 받았다.

사령탑인 이치카와 노리오(市川典男)는 창립자(市川銀三郞)의 손자로 2001년 사장에 취임했다. 오사카 출신으로 고난(甲南)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1981년 회사에 입사했다.

1991년 도쿄지점장을 거쳐 1999년 경영기획실 담당이사로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았다. 별다른 좌우명은 없지만 유연한 사고와 함께 현장으로부터의 목소리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전체 사원과의 면담을 실시하고 있다. 주력 제품의 대부분이 부엌 상품이기 때문에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의 추구보다 구체화된 여성의 일상생활에 밀착한 라이프 스테이지의 중시”가 CEO의 입버릇이다.

이치카와 CEO는 “많은 이들의 만족스러운 일상생활을 위한 제품 만들기를 위해선 무엇보다 자신의 일상생활에 안테나를 세워 다양한 곳에 흥미를 갖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영수 게이오대 경제학부 방문교수change4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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