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Column] 사랑의 화살통 ‘음낭’, 부풀면 병
입력 2010-07-20 13:58:35
수정 2010-07-20 13:58:35
박천진의 남성 upgrade⑪
남성의 고환을 일상적으로 ‘불알’이라고 하는데, 고환은 크게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 정자를 생산하고 둘째,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만든다.커다란 거봉 포도 알만한 크기로 무게는 22g 정도다. 고환은 취약하기 때문에 불알을 차이는 것 같은 외상에 의한 불임이 전체 불임 원인 중 17%를 차지한다.
고환을 여러 겹으로 싸고 있는 음낭(scrotum)의 어원은 라틴어 스크라우텀(scrautum)이다. 정자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화살을 담아 두는 ‘화살통(quiver)’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즉, 음낭은 사랑을 담은 가죽주머니라는 의미다. 음낭은 그 안에 저장돼 있는 고환의 온도를 조절하는 센터 기능을 한다. 음낭의 조직은 지방이 거의 없는 얇은 섬유질로 된 살주머니다.
음낭의 최적 온도는 섭씨 영상 33.8도로 평균보다 2~3도 낮다. 정자 생산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일종의 자동차 라디에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고환을 전체적으로 감싸면서 느슨하게 매달린 음낭은 온도의 변화에 따라 반사적으로 수축·이완되는 일종의 자동 온도 조절 장치다.
차가운 물에서 헤엄치고 나오면 음낭은 완전히 수축되고 사우나와 같은 더운 곳에 있으면 음낭은 축 늘어진다. 성적 흥분 상태 동안에는 다량의 피가 고환으로 흘러들어가 고환이 부풀어 오르고 음낭이 음경 쪽으로 올라붙는다.
남성의 흥분 상태가 신체가 바라는 사정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부풀었던 상태가 지속돼 음낭의 피부가 자줏빛 또는 푸른 색조를 띠게 되는, 일명 ‘블루 볼스(blue balls)’라고 알려진 불편한 상태가 유발된다.
블루 볼스는 ‘부고환염’을 가리키는 은어로, 고환에 달린 타원형의 기관인 부고환의 충혈과 염증을 가리킨다. 위에서 말한 대로 오르가즘으로 끝나지 않은 연장된 남성의 성적 흥분 상태는 개운하지 않은 회음부의 무거운 감각, 통증 혹은 고환의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개운하지 않은 상태는 대개 오래가지 않고 어떻게든 자기 손이나 성행위에 따른 사정으로 쉽게 치유된다. 최근에 30대 초반의 모 방송 연기자가 샤워 중 오른쪽 음낭에 주먹만 한 혹이 달려 있는 것을 보고 부랴부랴 필자의 병원을 찾아왔다. 환자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고환의 온도를 조절하는 센터 기능
“아이를 더 낳아야 하는데 성기능이 예전 같지 않아요.” “이전부터 음낭이 약간 부풀었지만 불편한 점이 별로 없어 방치했는데 큰 주먹만 하게 커진 것을 보고 놀라서 찾아왔어요.”
음낭이 커지면 불편하기도 하지만 커진 음낭 때문에 음경이 파묻혀 보여 창피하다면서 대중목욕탕에 가기가 좀 껄끄럽다고 했다. 왜 진작 병원 진료를 받지 않았느냐고 하니까 “아프지도 않고 그냥 시간이 지나면 작아질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져 병원에 왔다”는 것이다.
촉진한 후 음낭을 초음파 검사해 보니 음낭에 물이 차 부풀어 오르는 음낭수종이었다. 고환 주머니인 음낭은 풍선처럼 쉽게 늘어나고 또 줄어든다. 이런 음낭에 물이 차는 것을 음낭수종(Hydrocele)이라고 한다.
물이 많아지면 크게 늘어나 성인 주먹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음낭수종은 고환을 둘러싸고 있는 초막에 무취의 담황색 액체가 고이는 질환으로, 위와 같은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고 심한 경우 고환암종을 동반할 수 있다.
고환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증상을 호소하면서 병원을 찾는 이들은 고환이 커지면서 보행에 불편을 겪게 되고, 이를 방치하다가 커진 음낭이 음경을 가려 음경이 묻히는 증상까지 발생한다.
또한 커진 음낭이 너무 무거워 그 부위에 통증(견인통)이 생기거나 고환의 온도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성생활을 유지하는 데에도 문제가 생기는 등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 아니다.
보통 성인 남성의 고환 크기에 변화가 생기면 음낭수종은 아닌지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간혹 고환염이나 부고환염, 혹은 종양 등이 먼저 발생된 후 이러한 질환에 대한 2차적인 증상의 하나로 음낭이나 고환이 커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 부분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약력 : 1991년 연세대 졸업. 비뇨기과 전문의(전립선·남성의학). 미국·대한비뇨기과학회·남성과학회·전립선학회 정회원.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외래교수. 연세대 총동문회 이사. 전 수도통합병원 비뇨기과과장. 강남J비뇨기과 대표원장(현).
박천진 강남 J비뇨기과 원장 www.manclin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