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글로벌 신약 개발 통해 국민 의료비 낮출 터"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


암·정신질환·혈관질환 등 주요 질환에 사용되는 신약은 고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제약 회사 등 해외 의존도가 높다. 이는 신약의 기술 개발 없이는 국가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의약품 및 ‘글로벌 신약’ 개발을 통해 원천 기술을 보유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글로벌 신약’ 개발에 나섰다. 교육과학기술부 김중현 차관을 만나 ‘범부처 전(全)주기 신약 개발 사업’을 자세히 알아본다.

‘범부처 전주기 신약 개발 사업’은 어떠한 사업인지요.

‘범부처 전주기 신약 개발 사업’은 교육과학기술부·지식경제부·보건복지부가 부처 간 역할과 경계를 초월해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후보 물질 발굴에서부터 임상 지원까지 이번 사업 내에서 전 주기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정부와 민간이 각 6000억 원씩 총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세계가 인정하는 국산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국내 제약 회사가 세계 50위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현재 예비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번 7월 중 조사 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인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겁니다.

‘범부처 전주기 신약 개발 사업’을 통해 개발되는 ‘글로벌 신약’의 효과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글로벌 신약 개발’은 신성장 동력 창출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와 국민들의 의료비 절감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세계 매출 상위 10개 의약품의 연간 평균 매출액은 약 68억 달러에 해당됩니다.

1위 제품인 화이자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의 경우 연간 매출액이 136억 달러에 달합니다. 아반떼 약 130만 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습니다. 글로벌 신약은 전 세계적으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 상황은 아직 열악합니다.

‘글로벌 신약’은 미국 422개, 프랑스 288개, 독일 247개 등이지만 우리나라의 ‘글로벌 신약’은 ‘팩티브’ 단 1개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국내 의약품 무역수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최근 의약품 무역수지 적자 폭은 2004년 1조8156억 원에서 2008년 3조2916억 원으로 지난 5년간 81.3% 증가했습니다.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10건 내외의 글로벌 신약 개발을 통해 1조9000억~9조8000억 원 정도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약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국격(國格) 향상이라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한 제약 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0억 원당 4.1명으로 일반기계 1.16, 건설 1.64, 도소매 1.97, 사회(비영리)복지서비스 2.26 등에 비해 월등하게 높아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됩니다.

국산 신약은 수입 약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수입 의약품의 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하므로 국민들이 부담하는 의료비를 절감시켜 국민 복지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지난해 신종 인플루엔자가 국민 건강에 큰 위협을 주었던 경험을 되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때 ‘타미플루’를 우리 손으로 우리가 개발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기존 신약 개발 사업과 이번 ‘글로벌 신약 개발 사업’의 차이점은 무엇인지요.

지금까지 정부가 신약 개발을 지원할 때 후보 물질 단계는 교과부, 전임상·임상 단계는 복지부, 산업화는 지경부가 전담하는 부처별 역할 분담에 따라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났습니다. 신약 개발의 전 주기를 연속적이면서 체계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고 연구·개발(R&D)이 중간에 중단되거나 개발이 지연됐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였습니다.

또한 기존의 신약 개발 사업이 각 부처별로 진행됐기 때문에 충분한 규모로 지원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소 1조 원 이상의 투자비가 요구되는 ‘글로벌 신약’ 개발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범부처 전주기 신약 개발 사업’은 기존의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사업의 틀에서 탈피, 부처 간 경계를 초월해 교과부·지경부·복지부가 1개의 사업단을 구성, 글로벌 신약 개발을 전 주기적으로 지원하는 3개 부처 공동 운영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 기존 사업과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특히 실행적인 측면에서 실패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과제 관리 중심의 사업 운영 시스템에서 과감히 벗어나 경쟁력 없는 프로젝트는 조기 퇴출시키는 시스템(Killing system)과 유망 프로젝트를 수시 발굴, 다음 단계로 진입시켜 지원하는 시스템(Adopting system)을 동시 가동해 신약 개발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선진화된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는 점도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9년까지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R&D 투자 외에 계획하고 있는 전략은 무엇인지요.

일반적으로 하나의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 1조 원 이상의 연구·개발비가 필요합니다. 이에 비춰 볼 때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함께 글로벌 신약 10개를 개발하기 위해 투자하는 1조2000억 원의 연구·개발비는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접근을 통해 이를 해결할 계획입니다.

첫째, ‘선택과 집중’입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우수한 과제들을 발굴, 집중 지원함으로써 ‘범부처 연계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인 부처 간 공동 운영 시스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입니다.

둘째, ‘글로벌 네트워크’의 활용입니다. 적극적으로 해외의 우수한 후보 물질을 발굴함으로써 ‘라이선싱 인’하는 공격적인 전략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 우수 기술을 보유한 신생 기업과의 협력 체제 구축 및 오픈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나누고 과감하게 아웃소싱하는 열린 기술 혁신을 구현할 계획입니다.

셋째, ‘빨리 실패하고 싸게 실패하는 것(Fail Fast, Fail Cheap)’입니다. 연차별·단계별 평가가 아닌 상시 평가 시스템을 통해 R&D의 진행 상황에 따라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프로젝트는 조기에 선별해 종료시키는 조기 퇴출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또한 유망 과제는 조기 발굴해 다음 단계로 진입시켜 지원하는 조기 도입 시스템을 동시에 가동, 성공 확률을 높이고 신약 개발 주기를 단축시킬 계획입니다.

한편 첨단의료복합단지 내 신약개발지원센터 등 기존에 구축하고 있거나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이번 사업과 밀접하게 연계함으로써 글로벌 신약 개발의 성공 확률을 높여 나갈 계획입니다.

나아가 지난 2월 확정된 제약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제시된 바와 같이 바이오메디컬 펀드 등을 통한 산업화 지원 강화,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제도적 배려, 체계적인 인력 양성 등 우리나라가 글로벌 신약 개발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번 사업 외에 부처 연계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범부처 연계 사업은 국내 R&D 프로세스 개선과 선진화라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나노기술과 바이오기술 분야 등에서도 교과부가 창출한 우수한 기초·원천 연구 성과를 산업화 부처와 연계 지원함으로써 성과의 사장을 방지하고 국가 R&D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부처 연계 사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나노기술의 산업화를 촉진해 미래 성장 동력을 초기에 창출하기 위해 지식경제부와 함께 10년간 1조 원을 투자, 나노 분야의 기초·원천 기술에서부터 상용화 전(前) 단계까지의 기술을 지원하는 나노 융합 2.0 사업을 공동으로 기획해 현재 예비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과부의 바이오기술 분야의 기초 원천 연구 성과를 농림수산식품부의 산업화 연구와 연계, 농수산 식품 분야를 녹색 성장을 선도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6월 25일 양 부처 장관과 산하 연구 기관들이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사업의 공동 기획에 착수했습니다.

올해부터 농림 바이오 기술 산업화 지원 사업에 20억 원 규모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 밖에 수자원 분야에서 국토해양부와, 환경 분야에서 환경부와 연계 사업의 기획을 추진하는 등 교육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런티어 사업 등으로 창출된 기초 원천 연구 성과를 관련 부처와 연계해 산업화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중현 차관은…

1955년생. 82년 연세대 화학공학 석사. 86년 미국 리하이대 화학공학 박사. 91년 연세대 공과대 화학공학과 교수. 98년 연세대 화학공학과 학과장. 2001년 연세대 산학협력단 부단장. 나노과학기술연구소 소장. 2006년 한국초임계학회 학술부회장(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현).

박병표 기자 tiki2000@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