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재테크 기본은 ‘나만의 출구전략’

최근성 편견과 출구전략

사는 것이 어려울까, 아니면 파는 것이 어려울까. 시간이 흘러 투자 결과를 들여다보면 항상 파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사는 것은 사실 매우 쉽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 아니, 돈이 부족하더라도 대출 등을 끼고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매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투자증권 PB 도곡센터에서 채권투자에관한 상담을 하고 있다. 2010.04.08 /양윤모기자yoonmo@hankyung.com
문제는 늘 제때 팔고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투자라는 행위의 본질을 따져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다. 투자는 파는 시점에 모든 게임이 끝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즉, 팔아야 수익이 확정되고 그제야 내 손에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개 파는 것보다 사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우리가 흔히 듣는 ‘어디 괜찮은 종목 없어?’ ‘2000만 원 정도 있는데 어디에 투자해야 해?’ ‘지금이 들어갈 타이밍인가?’ 등등의 질문들은 모두 사는 것과 관련된 것들이다.

반대로 ‘지금 사 놓은 주식이나 부동산을 언제 팔아야 할까?’ ‘팔 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 사는 것이 올바른 행위일까?’라는 질문은 던지지 않는다. 파는 것이 아닌 사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인간 본성의 문제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나중의 문제보다 현재의 것에 더 집중한다. 그리고 최근에 일어난 경험이나 일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이를 ‘최근성 편견’이라고 하는데, 자주 등장하는 실험 사례가 배의 숫자에 관한 것이다.

과연 초록색 배가 더 많을 것일까

전망대에서 초록색 배와 파란색 배를 관찰하게 한다. 서로 다른 색을 가진 배들의 숫자는 동일하다. 하지만 움직임에 차이가 있다. 파란색 배는 동일한 간격으로 움직이거나 주로 초반에 움직이고 초록색 배는 나중에 집중적으로 움직인다.

관찰자들에게 파란색 배와 초록색 배 중 어떤 배가 더 많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초록색 배가 더 많다고 답한다. 하나하나 세어 보지도 않았으면서도 초록색 배에 표를 던진다.

왜 그럴까. 파란색 배는 주기적으로 움직이거나 초반에 움직인 반면 초록색 배는 나중에 즉, 최근에 집중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최근의 것을 주로 기억한다.

최근성 편견은 투자자들을 사는 것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오르면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면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쏠리는 것도 일종의 최근성 편견의 현상들이다.

펀드를 선택할 때도 주로 최근 수익률이 좋은 펀드로만 자금이 몰린다. 금융회사들도 투자자들에게 최근 1~2년 수익률보다 3년 이상 장기 수익률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면서도 정작 영업 현장에선 6개월에서 1년 수익률이 좋은 펀드를 주로 판매한다.

개인 고객을 설득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전략은 판매자 입장에선 합리적인 것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최근성 편견에 딱 들어맞는 전략인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입구(入口)전략만 있고 출구(出口) 전략은 없는 반쪽짜리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사서 오르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자신이 팔아서 수익을 확정해야 할 때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30여 년 가까이 증권 브로커로 일해 온 한 선배가 한 얘기가 마음에 남는다.

“유능한 금융상품 판매인과 그렇지 않은 판매인의 차이는 단 하나다. 사실 시장이 좋을 때는 분위기 때문에 그다지 노력하지 않아도 펀드나 주식으로 돈이 들어오게 되어 있다. 이때 유능한 판매인은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그렇지 않은 판매인은 계속해서 팔 궁리만 한다. 하지만 유능한 판매인은 불행하게도 소수다.”

최근성 편견에 빠지지 않으면서 출구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인간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편견을 극복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두 가지 차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판단의 기준을 재설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제적인 규정을 만들어 조금은 기계적으로 이를 지키는 것이다.

최근성 편견의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는 수익률 1위 펀드에 주로 투자하는 것이다. 2003년 이후 매년 수익률 1위 펀드와 펀드 자금 유입 추이를 보면 거의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YONHAP PHOTO-0560> 금통위 시작하는 김중수 한은총재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월례 금융통회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2010.6.10 hkmpooh@yna.co.kr/2010-06-10 09:54:21/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펀드 산업의 거물 존 보글의 얘기처럼 현재 수익률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백미러를 보고 운전하는 것과 같은데, 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일까. 이는 그만큼 최근성 편견이 사람들의 의사 판단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개인 투자자들이 써 먹을 수 있는 방법은 판단에 필요한 샘플의 크기와 범위를 넓히거나 역사적 관점 즉, 시간의 길이를 늘리는 것이다.

여기서 수익률 1위 펀드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만일 수익률 1위 펀드를 추천받았다고 하면 여기에 시간 개념을 도입해 보자. 즉, 이 펀드의 과거 3년 이상의 수익률을 보여 달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3년 이상 과거 수익률도 좋았다면 이와 비슷한 수익률을 낸 펀드들도 함께 살펴보자. 이 두 가지 기준을 간단히 살펴보는 것만으로 최근성 편견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샘플의 크기를 넓히고 시간의 길이를 늘리기만 해도 시행착오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나름의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있어야 한다.

강제적 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

출구전략의 기본은 투자 정책이다. 이는 투자하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노후 자금이냐, 교육비냐, 아니면 단기 목돈 마련이냐에 따라 출구전략은 달라진다. 돈의 용도를 정해 놓는 작업은 올바른 출구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노후 자금이나 교육비와 같은 10년 이상 장기 자금이 아닌 자금들은 단기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는 목표 수익률 전략이다. 자신이 목표로 한 수익이 발생하면 기계적으로 팔거나 환매하는 것이다.

이때 모든 자금을 환매하는 것이 걱정스럽다면 원금 확보 전략을 쓰면 된다. 예를 들어 목표 수익률이 30%라면 30%가 달성된 시점에 원금을 확보해 안전한 곳에 넣어두고 수익이 난 부분은 계속 투자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출구전략은 주식형 펀드와 같은 위험자산과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일정 비율로 나눠 투자하고 그 비중이 줄어든 곳에 추가 투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50 대 50으로 나눠 투자했는데 주가가 폭락해 주식 비중이 줄어들었다면 그 비율만큼 주식에 추가 투자하는 것이다. 반대로 주가가 올라 주식 비중이 높아졌다면 일부를 팔거나 환매해 안전한 곳에 넣어두는 것이다.

출구전략에 완벽한 방법이 있을 수는 없다. 사람마다 자신의 경험과 투자 기준이 있을 것이므로 그에 맞게 출구전략을 세워도 된다. 어떤 방법을 쓰든 확실한 것은 출구전략이 있는 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 간에는 나중에 커다란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출구전략을 갖고 있는 것은 내 자산을 지키는 중요한 위험관리 방법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약력 :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국경제TV, 이코노미스트 등 경제 전문 매체의 재테크 담당 기자를 거쳐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lsggg@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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