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리서치·영업부서 ‘시너지효과’ 최고

베스트 증권사 - 대우증권

아침 7시 50분 여의도 대우증권 본사에는 추억의 국민체조 음악이 울려 퍼진다. 스트레칭 운동이 끝나면 각 부서는 박수 소리와 함께 활력 넘치는 아침을 시작한다. 5년 넘게 베스트 증권사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대우증권의 저돌적 에너지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올해 사진 촬영을 위해 방문한 5층 법인영업본부에는 스트레칭에 참여하는 직원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다들 일찍부터 지하 1층의 컨퍼런스홀에 내려가 있기 때문이다.

1년 전부터 매일 아침 7시 20분부터 8시까지 전 영업부서와 리서치센터가 ‘리서치 미팅’을 하기 때문이다. 3주 전 리모델링이 마무리된 200석 규모의 회의실에서 법인영업본부·금융상품본부·리테일영업부·해외사업부·IB사업부 등의 직원과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이 모여 당일의 증시 동향과 이슈를 공유하고 있다.


매일 오전 7:20, 리서치미팅으로 정보 공유

김현종 법인영업본부장(상무)은 “리서치센터와 법인영업본부와의 유기적 관계가 그 어느 증권사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11회 연속 1위의 비결로 꼽았다. “술·골프로 하는 영업은 10년 전 얘기입니다.

이제 모든 영업은 ‘리서치 영업’입니다. 운용사들도 철저하게 정량적 평가로 주문을 냅니다. 법인영업은 고객(운용사)이 증권사를 만나는 ‘제 1창구’인 만큼 영업 직원이 리서치센터와 긴밀한 관계를 갖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양기인 리서치센터장(상무)도 똑같은 말을 했다. “전 영업부서가 리서치영업을 하기 때문에 비용을 기꺼이 부담합니다. 사실 영업부서가 이익을 많이 내기 때문에 후광을 입은 면도 있습니다. 리서치센터는 ‘코스트(비용) 부서’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수익 부서’로 인식합니다. 그만큼 백업 역할을 충실히 하기 때문입니다.”

‘영업부서가 리서치센터의 비용을 기꺼이 부담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대부분 증권사들의 리서치센터 운영비용은 각 영업부서가 갹출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인센티브가 없다면 직접적 영업 활동을 하지 않는 리서치센터가 아카데믹한 성 안에 안주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의 경우 각 영업부서에서 이익을 많이 내기 때문에 리서치센터의 리소스가 풍부하고, 이는 곧 리서치센터의 질적·양적 품질로 이어진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104명(지원 인력 포함)으로 이뤄집니다. 타 증권사는 60~70명 수준으로 애널리스트 한 명이 2~3개의 섹터를 맡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는 섹터가 50여 개로 세분화돼 있고 섹터당 RA(리서치 어시스턴트) 한 명씩 붙습니다.

그래서 애널리스트가 빠져나가도 외부에서 채우지 않습니다. 애널리스트 한 명이 빠져도 바로 RA가 바로 해당 섹터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인력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영업부서가 이익을 많이 내니까 리서치센터에 대한 지원이 풍부하고, 리서치센터가 잘하니까 영업부서가 많은 이익을 내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떤 회사든 돈을 투입하면 리서치센터가 급성장할 수 있을까. 대우증권이 줄곧 1위를 한 데는 철저한 조직 관리가 두 번째 비결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탄탄한 조직력 따라올 수 없어

애널리스트는 야구 선수와 마찬가지로 연봉 계약직이다. 철저하게 성과에 따라 몸값이 매겨지고 1년 단위로 연봉 협상이 이뤄진다. 증권사들이 영입 경쟁을 펼치다 보니 1년만 지나면 소속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애널리스트들끼리 ‘선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조직의 장기적 비전보다 개인적 플레이가 앞설 가능성이 크다.

대우증권은 이직률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소문나 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얼굴을 비친 인물들이 몇 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업계 1위 증권사로 연봉도 업계 1위여서 이직률이 낮은 것 아닌가’라는 물음에 양 센터장은 “그렇지 않다. 올해 3월에야 애널리스트들의 연봉이 시장(업계) 가격 수준으로 현실화됐다”며 “대우증권은 ‘사람을 데려오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시스템이다.

RA를 3~4년 하고 애널리스트로 올라가기 때문에 기본기가 탄탄하다. 또 RA들을 단순 백업이 아니라 자원으로 활용하도록 노력한다.

애널리스트가 만든 자료라도 발표 때는 RA를 시키려고 한다. 주니어 교육이 잘 되어 있다 보니 애널리스트가 빠져나가도 리커버(복구)가 빨라 해당 섹터가 망가지는 경우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직적 플레이의 강점은 융합 산업을 다루는 리포트에서 빛난다. 최근 관심이 커지는 녹색산업·모바일·애플리케이션 등은 여러 분야 섹터에 조금씩 걸쳐 있기 때문에 애널 1명으로 커버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또 시간이 많이 걸리고 개인 이름이 빛나지도 않으므로 기피하게 마련이다. 대우증권에서는 많게는 12명이 참여하는 리포트도 나오는데, 그 비결은 조직력이라는 것이다.

법인영업본부를 비롯한 전 영업부서에서도 조직 관리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김현종 법인영업본부장은 “핵심 인력이 빠질 때 빨리 보강하는 것이 조직 관리의 비결이다. 우리는 당장 써 먹을 직원을 외부에서 뽑지 않는다. 내부적 역량을 키워 백업맨을 유지한다. 또 관리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2~3명이 역할을 배분하는 ‘크로스 영업’이 잘 되어 있다. 사실 이직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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