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박원재 2관왕…지기창·정길원 첫 1위

주목 받는 ‘톱’ 애널리스트들

2010년 상반기 경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혼돈과 예측 불허의 양상으로 흘러갔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위기가 채 안정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남유럽발 재정 위기가 세계경제에 암운을 드리웠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내 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35% 수출 증가, 190억 달러 흑자 달성 등 악재를 이겨낸 호실적으로 글로벌 경기 상승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혼란의 양상에선 시장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이해와 다년간 쌓아 온 경험이 뛰어난 능력으로 발휘되게 마련이다. 2010년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각 분야 1위를 차지한 애널리스트들 역시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중견급이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받는 신진 애널리스트들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위기 속 중견 활약 돋보여

‘부동의 1위’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각 분야의 ‘터줏대감’들은 여전히 빛을 발했다. 삼성증권 장효선 애널리스트는 보험·기타금융 부문에서 8회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장애널리스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모건스탠리 부실채권부를 거쳐 2002년부터 애널리스트로 활동해 왔다. 업계에서 그는 단순한 주가 움직임보다 중·장기적인 산업 펀더멘털의 변화를 짚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데이터가 중요한 금융업의 특성상 심도 깊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도 필수. 투자자들이 원하는 이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실적 발표나 뉴스의 업데이트 등 신속성이 생명인 분야에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의 최남곤 애널리스트도 통신·초고속 인터넷 부문에서 7회 연속 1위의 영광을 안았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최 애널리스트는 증권업에 몸담기 전인 2000년 초반 LG전자 통신사업부에서 일하며 현직 경험을 쌓았다. 경력 10년 차의 최 애널리스트는 1위 선정 비결을 묻는 질문에 “성실함”이라는 평범한 답변을 내놓았다.

하루도 쉼 없이 종목과 산업에 대한 업데이트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것. 여기에 기업의 실적 업데이트 등 정확한 데이터(숫자)와 최대한 자세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한 보고서 등이 업계에서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최 애널리스트는 “최소한 3분기 중에 국내에 아이패드가 출시될 전망”이라며 “이를 통해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원 퍼슨 멀티 인터넷 디바이스(One Person Multi Internet Device)’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증권 박원재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사에서 유일하게 2관왕을 차지했다. 통신·네트워크, 장비·단말기 부문과 가전, 전기전자·전선 부문이다. 특히 가전 부문은 지난해 하반기에 처음으로 2위에 랭크된 지 반 년 만에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박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와 탐방을 통해 시장과 함께 호흡하려고 노력한 것이 좋게 평가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리포트는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처음 시작하는 종목(베이직 보고서) 후에도 짧은 후속 리포트를 계속 작성하는 것도 그만의 노하우. 업종 특성상 변화 사이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분석과 함께 중요한 것이 현장 확인이다. 업체 탐방에 이은 신속한 보고서 작성도 1위 수성의 결정적 요인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국내 업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단기간에 아이폰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LED는 디스플레이 부문의 급성장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시경제 및 금리 부문에선 대우증권 고유선 애널리스트가 5회 연속 1위를 차지해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인터넷·소프트웨어·솔루션 부문의 김창권 애널리스트(대우증권), 유틸리티 부문 주익찬 애널리스트(유진투자증권), 조선·중공업·기계 전재천 애널리스트(대신증권), 파생상품 부문 심상범 애널리스트(대우증권) 등도 4회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고유선, 대표적 여성 이코노미스트 ‘우뚝’

고유선 애널리스트는 상명대 경제학과와 서강대 경제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5년부터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한 대표적 여성 이코노미스트다. 이후 메리츠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을 거쳤다.

고 애널리스트의 장점은 역시 오랫동안 경제 데이터와 현상을 분석한 경험이다. 시장의 변수와 이슈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한 분석을 내놓음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중요한 변곡점에 내놓는 투자 의견이 정확하다고 인정받는 고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선진국은 재정 개선과 부채 조정, 이머징 국가는 자산 가격 과열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년 2, 3위에 머무르며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넘보던 애널리스트들의 선전도 눈에 띄게 늘었다. 증권 부문의 정길원 애널리스트(대우증권), 음식료 및 담배업 부문의 지기창 애널리스트(NH투자증권), 투자전략 부문의 조윤남 애널리스트(대신증권), 계량분석 부문의 이원선 애널리스트(토러스투자증권) 등이 주인공이다.

조윤남 애널리스트의 경우 작년 하반기에 1위를 차지했던 계량분석 부문에서 2위로 밀린 대신 새로운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결과가 재미있다. 특히 이들 모두는 각 분야 부동의 터줏대감들을 제치고 1위에 올라 더욱 의미가 있다.

정길원 애널리스트는 중앙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직후부터 대우증권에 입사해 2006년부터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2009년에는 이미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아시아 베스트 애널리스트’ 7위에 올라 이번 결과를 예상케 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1위 비결을 “단순화하는 능력”이라고 답했다. 사물과 사건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실제 중요한 한두 가지를 명확하게 해석하고 전망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증권 업종은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가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평이하고 단편적인 분석은 주목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실제 업종 종사자들의 의견과 데이터 등을 반영해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한다는 게 그의 목표다.

중앙대 경영학과 출신의 지기창 애널리스트는 “꼼꼼하고 치밀한 리서치 활동을 통해 스스로 확신이 든 이후 투자 판단을 한다”는 ‘신중파’다. 기업의 핵심 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 그의 리포트 스타일.

한 번 확신이 서면 심층 자료 발간과 함께 시장에 투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소신파이기도 하다. 지 애널리스트는 “해외 바이오 사업의 호황 국면이 지속돼고 원당 단가가 급락해 설탕사업부의 수익성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며 ‘CJ제일제당’을 주목했다.

계량분석 부문에선 이원선 애널리스트가 1년 반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이코노미스트 일을 시작한 이 애널리스트는 매크로 시각과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의 시각을 종합하는 능력이 탁월한 퀀트(quantitative analyst: 계량·정량 분석가)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4월부터 매달 펴내는 스타일 전략 보고서도 이번 1위 탈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매크로 변수, 기업 펀더멘털 및 이익 모멘텀 변수를 이용해 45개의 스타일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월간으로 이들의 주가 움직임을 분석하면서 시장의 주도 콘셉트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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