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경기 냉각 징후…커지는 정책 딜레마

고개드는 중국 경제 경착륙론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11.9%의 성장률을 기록한 올 1분기가 경기 정점이었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하지만 경착륙보다 연착륙에 무게중심을 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중국의 경기 둔화가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의 재정 위기가 가시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의 경기 회복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세계 경기 회복을 견인해 온 성장 엔진이 식어간다는 점에서 더블 딥(경기 반짝 상승 후 다시 침체) 우려까지 나온다. 경기 둔화 탓에 중국 정책 당국자들도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고 실토하고 있다.

◇ 열기 식히는 성장 엔진 중국 = 중국 남방일보는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 둔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11.9%의 성장률을 기록한 올 1분기가 경제성장의 정점이었다고 진단하는 경제학자도 있다”고 전했다.

HSBC가 발표한 중국의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4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50선에 겨우 턱걸이했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PMI가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YONHAP PHOTO-1751> (100704) -- CHANGSHA, July 4, 2010 (Xinhua) -- Chinese Premier Wen Jiabao smiles while showing a cartoon presented by a worker in Talkweb Information System Co., Ltd. in Changsha, capital of central China's Hunan Province, on July 2, 2010. Wen Jiabao made an inspection tour to Changsha recently. (Xinhua/Yao Dawei) (lr)/2010-07-04 16:53:10/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부동산 시장도 냉각되고 있다. 상하이에서 상반기에 신규 분양된 주택 면적은 357만㎡로 전년 동기보다 56% 감소했다. 최근 5년 내 가장 작다. 지난 6월 상하이 주택가격지수도 전달보다 17포인트 떨어진 2565로 15개월 연속 상승세를 마감했다.

베이징도 지난 6월 주택 거래량이 전년 같은 기간의 4분의 1에 그치고 분양 가격도 전월 대비 9.1% 하락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최근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금융 시스템에 타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경고한 배경이다. 쉬사오스 중국 국토자원부장(장관)도 부동산 가격이 수개월 내 하락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최근 전망했다.

자동차 판매도 주춤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 승용차 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0.9%로 5월의 25%, 4월의 43%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해 중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종전의 11.4%에서 10.1%로 낮췄다. BNP파리바도 10.5%에서 9.8%로, 맥쿼리증권도 10%에서 9.5%로 내렸다. 맥쿼리증권은 지난 6월 전망치를 10.5%에서 10%로 낮춘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내렸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 배경으로 한결같이 △신규 투자와 은행 대출 억제 △부동산 긴축 조치 △위안화 절상 △406개 품목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 폐지 등 일련의 긴축 조치를 꼽았다.

BNP파리바의 이삭 멍 이코노미스트는 “4월부터 본격화된 부동산 긴축 조치는 매우 공격적이지만 아직 부동산 버블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부동산 긴축이 완화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 경착륙은 과도한 우려 = HSBC의 아시아 담당 프레데릭 뉴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PMI가 3분기 중 50 아래로 내려가는 걸 배제할 수는 없지만 빠른 속도로 회복할 것”이라며 “제조업지수 하락은 더블 딥이 아닌 (과열로부터의) 정상화 과정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도이체방크의 마쥔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경제가 건전한 연착륙을 향해 열기를 식히고 있다”며 “단지 불투명한 세계경제 전망 때문에 금융시장에 비관론이 쉽게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는 좋은 경제의 연착륙이 세계 경제의 더블 딥 우려를 키우고 있다(블룸버그통신)”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과열로 버블 붕괴 가능성이 커지는 것보다 연착륙을 통해 지속 성장 가능한 국면으로 전환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시각이다.

실제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떨어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올해 목표치이자 지난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8%는 크게 웃돌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바오바(保八:8%대 성장률 사수)를 목표로 내세웠던 지난해는 1분기에 성장률이 6.2%로 급격히 둔화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컸지만 연간으로 9.1% 성장하면서 ‘임무’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매년 필요한 일자리 수가 1000만 명에 달해 8%는 넘어야 지속 성장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루중위안 부소장은 “중국 경제의 둔화세가 단기간에 반전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심각한 경기 둔화 요인도 없다”며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환 중앙재정대학 세무학원 부원장은 “정부는 올 하반기에도 경제의 연착륙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내수 소비를 늘리고 빈부 격차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커지는 중국 당국의 딜레마 = 경기 둔화가 중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담보하는 것만은 아니다.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 7월 3일 창사에서 열린 후베이·후난·광둥성 등 3개성 경제 좌담회에서 “금융 위기의 심각성과 경기 회복의 불안정성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며 “정책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고 토로한 데서 고민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원 총리가 딜레마를 재차 언급할 만큼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원 총리는 “장기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와 지금 불거지고 있는 긴급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게 비교적 빠른 성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과도하게 저평가된 위안화 가치와 저임금 등에 기반한 저부가가치 기업 주도의 산업구조를 개혁하는데 나섰지만 미국발 금융 위기로 이 흐름이 주춤했다.

2008년 7월 이후 2년간 위안화 환율을 달러화에 사실상 고정한 것이나 지난해 지방정부의 최저임금을 동결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경기 회복을 타고 구조 개혁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구조 개혁 과정에서 생기는 경기 둔화를 상쇄할 만큼 경제가 이미 과열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경기 둔화 속도가 중국 지도부의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빨라질 경우 구조 개혁에 또다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데 있다. 원 총리의 딜레마 언급은 바로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류수청 중국사회과학원 학부위원은 경제참고보에 중국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상세히 소개했다.

우선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게 하나다.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 가격감시센터의 류만핑 연구원도 “경기 부양책을 거둬들이면 더블 딥에 빠질 수 있지만 출구전략을 쓰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긴축 조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부동산 산업의 위축이 전체 경제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중국 당국의 고민거리다. 석탄 등 자원 가격에 대한 통제를 푸는 게 시장경제를 위해 가야 할 길이지만 이미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위안화 절상을 통한 저부가가치 기업의 도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 등을 통한 소득분배 △수출 지원 정책 축소를 통한 강한 수출 기업 만들기 등도 중국의 장기 과제이지만 경기 하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투자와 수출 주도의 성장 동력 구조를 내수 진작으로 다변화하겠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면서도 수출을 줄이는 데는 반대하고 있다. 수출 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럽 재정 위기와 미국의 경기 회복 불투명성 증가로 수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당국의 딜레마는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의 줄타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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