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의 변신
인터넷 세상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쉴 새 없이 변하고 있는 인터넷 세상은 젊은 층도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움직임이 빠르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에 대한 관심도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이 소개되면서 인터넷은 세상으로 열린 창을 뜻하는 ‘윈도(Window)’에서 교제를 뜻하는 ‘소셜(Social)’의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최근 들어 인터넷 세상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들이다. 과거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남녀 회원을 연결해 주는 일종의 ‘중매 사이트’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가 발달하면서 이들 사이트에 가입한 사람들의 개인 정보를 활용해 서로 잘 맞는 상대를 스스로 찾아내 인연을 맺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특히 트위터나 페이스북, 사진 공유 사이트인 플리커 등은 개인 정보를 조작하거나 왜곡하기 어려워 신뢰할 수 있다. 개인 프로필을 믿고 만남을 제안할 수 있다.
미국에서 최근 등장한 스레드닷컴(Thread.com)은 페이스북을 활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친구들의 정보를 일일이 분류하는 것을 보고 이를 대신해 주면서 탄생했다. 이용자들 가운데 서로 비슷한 점이 발견되면 페이스북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줬다.
이를 통해 예상치 못한 만남이 이뤄지고 연인으로 발전했다. 페이스북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4억 명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회원을 받을 필요 없이 기존 가입자들만으로 쉽게 사이트 운영이 가능했다.
게다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의 실시간 정보를 활용할 경우 상대방이 언제 무엇을 하고 무슨 영화를 봤는지 등을 알 수 있어 교제에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트위터를 기반으로 한 데이팅 사이트인 젤라토(http://ge.la.to)는 개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어 교제를 원하는 당사자가 서로에 대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음란 사이트 왜곡 가능성 차단해야
데이팅 사이트는 젊은 층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 ‘주스크(zoosk.com)’의 경우 이용 고객 3000만 명 중 70%가량이 30세 미만의 연령층이다. 안드레이 테르노브스키라는 18세의 러시아 학생이 만든 화상 채팅 사이트 ‘채트룰렛(chatroulette.com)’도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구와 맞아떨어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솔직히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이 높은 만큼 이러한 채팅 사이트나 데이팅 사이트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사이트들은 대부분 음성적이거나 외설적으로 변질되면서 ‘은밀한 사이트’로 전락해버린 아쉬움이 많다.
물론 외국의 데이팅 사이트들도 음란한 사이트로 왜곡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레드닷컴은 자사 사이트가 소위 성(性)을 돈으로 사고파는 ‘미트 마켓(meat market)’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심지어 검색어 중에 ‘데이트(date)’란 말을 빼기도 한다.
이용자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외설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새로운 인터넷 세상의 출현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은 요즘 들어 유행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사이트들을 가장 빨리 개발하고 선보였다. 그래서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은 페이스북을 보고 ‘미국판 싸이월드’라고 불렀다. 애플의 ‘아이튠즈’도 한국의 ‘아이리버’보다 뒤늦게 나타났지만 세계시장을 점령했다.
한국의 인터넷 관련 비즈니스 모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진화를 보였지만 국내용으로 전락하고 뒤늦게 나온 모델들이 세계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나치게 한국적인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이 문제다.
‘데이팅 사이트’는 불륜을 야기하는 외설 사이트가 아니라 향후 인터넷 생태계를 형성하는 핵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후발 주자였던 아이튠즈·아이폰·트위터·페이스북에 또다시 왕좌를 내주기 않기 위해서라도 ‘묻지 마 데이팅’으로 ‘불륜 사이트’의 오명을 안고 있는 한국의 데이팅 사이트의 변신이 시급하다.
맨해튼(미 뉴욕 주)= 한은구 한국경제 문화부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