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멋집] 요리에 싱싱한 자연을 담다

한식 레스토랑 채근담

월드컵의 열기는 차츰 식어가고 있지만 여름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몸과 마음이 여름의 열기로 들뜨기 쉬운 요즘이라면 이열치열도 좋고, 이가 시릴 만큼 시원한 요리도 좋겠지만 요리 자체에서 느긋함과 선선함이 느껴지는 슬로푸드(slow food) 를 맛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생의 참된 뜻과 지혜로운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인 ‘채근담’에서 그 이름을 따 온 ‘채근담’에서라면 한층 더 느리고 여유로우며 건강한 요리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 2002년 대치동에 문을 연 이곳은 단품 요리 대신 채소·뿌리 등의 자연 채식과 대부분 사찰음식을 기본으로 한 자연 한정식 위주의 코스 요리들을 선보이면서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요리로 오랫동안 명성을 누려오고 있는 인기 레스토랑이다.

풍수에 따른 전통 오방색과 흙·물·불·바람 등을 주제로 꾸며진 실내는 한식 레스토랑다운 전통적인 인테리어로 차분한 명상 분위기를 더해 한층 더 아늑하고 깊은 산이나 울창한 숲과 같은 은은한 기운을 띤다.

전체 100여 석으로 5인용에서 35인용의 대형 룸까지 총 9개의 룸이 준비돼 있는데, 각각 좌식·입식·연회용 룸 등으로 상견례·가족모임·비즈니스 미팅 등 어떤 식사 자리인지, 어떤 모임 자리인지에 따라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물론 그 자체로도 정갈한 빛을 담은 놋그릇이나 소담한 목기, 일견 투박한 듯도 하지만 고운 모양새를 자랑하는 질그릇과 백자기 등의 식기들도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한몫 단단히 한다.

최상품 유기농 채소와 산초가루·버섯가루 등의 산중 천연 양념을 사용해 건강한 맛을 더한 이곳의 코스 요리들은 테이블 위에 하나의 가짓수가 더해질 때마다 찬탄의 한숨소리가 나올 정도로 어여쁜 모양새를 자랑한다.

입 안에 은은한 향기를 감돌게 하는 국화차나 더위에 지친 몸에 건강한 기(氣)를 불어넣어 주는 듯한 약선 계절 죽을 시작으로 얼음이 씹힐 듯 시원한 물김치, 다양한 계절 찬과 계절 전유화, 계절 냉채 등의 코스 기본 요리들은 요란하지 않지만 개개인의 입맛에 맞춘 듯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 일품이다.

특히 몸에 좋은 재료들만을 선별해 깊은 장맛으로 잘 끓여낸 약선 모둠 된장찌개와 계절 겉절이·백김치·나물찬류 등은 그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 음식인 만큼 채근담의 완성도 높은 맛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 찬은 아니지만 오곡 솥밥과 눌은밥, 칠절 나물찬류 및 특선 장아찌 등과 함께 나오는 ‘사찰식 우엉 버섯 들깨탕’도 주목할 만하다. 송이구이·대하찜·유자청·육회 등과 같은 다른 한정식 코스 메뉴에 비해 소박해 보이는 음식이지만 채근담을 찾는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채근담 특유의 맛과 분위기가 잘 살아 있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닮아, 자연을 담아 더욱 깊은 풍미가 배어 있는 건강한 슬로푸드를 찾는 이들이라면, 이 여름의 흥분에 들뜬 자신의 몸에 짧지만 깊이 있는 여유와 휴식의 기운을 담고 싶은 이들이라면 채근담의 이름을 기억해 두자.

영업시간 : 12:00~20:30
메뉴 : 주중 점심코스 채정식 1만9000원, 근정식 2만7000원, 구절 비빔밥 진반 2만3000원, 수삼 떡갈비 진반 3만3000원 / 주중 저녁·주말 코스 3만5000~6만2000원
위치 : 지하철 2호선 삼성역 3번 출구
예약 문의 : (02)555-9173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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