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대학 개혁’ 중심에 서다

두산법인 2년


“중앙대, 이름만 빼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전부 바꾸겠다.”

2008년 6월 10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중앙대의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외친 이 말은 대학 사회에 대대적인 개혁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철밥통’이라고 흔히 일컬어지던 대학 사회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한 지 2년, 그동안 중앙대가 벌인 개혁은 단지 중앙대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대학 사회에 새로운 발전 모델을 제시하는 실험대가 되고 있다.

중앙대의 개혁은 여러 대학들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모으며 많은 이들이 중앙대의 도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경쟁력과 효율성을 앞세운 개혁 논리가 파고든 대학 조직에 대해 논란도 일었다.

중앙대의 개혁에 대해 ‘기초학문 말살’, ‘상아탑의 몰락’ 등의 비판도 있었지만, 중앙대의 개혁에 대해 대학 내부의 학생·교직원·교수, 그리고 수험생까지 전반적인 반응은 긍정적이다.

박용성 이사장은 흔히 학생들을 하나의 제품에 비유한다. 지난해 교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판매되듯 대학도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산업 현장에서 앞으로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면 교육이 맞춰 줘야지 대학은 이렇게 교육시켰으니 사회가 알아서 하라면 어떻게 합니까”라며 “이제는 바꾸자는 겁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확고한 의지 아래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 왔다. 대학본부와 재단은 우선 기업의 경영 마인드를 대학 시스템에 접목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대학도 이미 경쟁 체제에 돌입한 만큼 외부의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선 기업의 운영 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앙대에 적용한 기업의 운영 원리는 간단하다. 교수·직원·학생 모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자는 것. 거기에 운영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재편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 원리에 입각해 교수에 대한 100% 연봉제를 국내 대학으론 처음으로 본격 시행했다.

이전까지의 연공서열 중심 보상 체계로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끌어낼 수 없을뿐더러 외부의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했다. 철저하게 성과와 능력에 따른 평가를 통해 보상을 차별화하니 저절로 연구에 대한 의욕과 부담도 생겨났다.


성과 하나둘씩 가시화되고 있어

처음엔 교수 사회를 무시한 것이라며 반발하던 분위기도 올해 처음으로 S, A, B, C로 구분해 평가하고 최상위 S급 교수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자 급반전됐다. 마찬가지로 교수뿐만 아니라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들도 올해부터 성과에 따른 연봉제가 실시된다.

행정조직 역시 기획관리본부를 신설해 핵심적 대학 운영 기능을 하나로 통솔하며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시도했다. 총장 직선제도 임명제로 전환했다.

그리고 지난 4월 8일 창학 이후 최대 규모의 학과 통폐합을 실시했다. 기존의 18개 단과대학을 10개로, 77개 학과(부)를 46개 학과로 재편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학과 31개를 줄여 2018년까지 국내 5대, 세계 100대 명문대에 진입하겠다는 것이 중앙대의 야심찬 목표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이 교내 공사장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 시위를 벌이고 말리는 직원과 몸싸움을 하는 등 진통을 겪었고 언론을 통해 보도돼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두산법인을 영입한 후 성과가 하나둘씩 가시적으로 나타나면서 갈등의 폭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중앙대는 최근 입시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2010학년도 입시에 사상 처음으로 6만3000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신입생 중 특목고 출신 등 성적 우수자가 크게 늘었다. 그리고 중앙대 입시 설명회에 몰리는 학부모와 수험생의 관심도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중앙대의 실험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성공적으로 변화된 제도가 안착되고 새바람이 불고 있는 중앙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하는 2~3년 후면, 더욱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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