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View] 수급 부담에 따른 시장 영향 적다

주식형 펀드 자금 이탈

2010년 6월 전망에서 코스피지수는 1700을 넘어서기 힘들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경기·실적·유럽 등의 악재를 딛고 연·기금과 프로그램 등 수급의 힘으로 1700을 넘어섰다. 그런데 이러한 수급의 힘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시작은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이다.

1700을 넘어서기 전까지 일평균 274억 원(ETF 제외)이 유출됐지만 1700을 상회하면서는 일평균 2304억 원이 유출됐다. 또한 6월 들어 총 2조3480억 원이 이탈하면서 5월에 유입된 자금(1조7114억 원) 이상이 유출되며 고스란히 되돌림 현상이 나타났다.

물론 3~4월과 같은 수조 원대의 자금 이탈은 아니지만 6월의 주식형 펀드 자금 이탈로 투신권의 매수 여력이 충분히 약화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수급상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수급의 힘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라고 판단된다. 즉, 주식형 펀드의 자금 이탈에 따른 투신권의 수급 부담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랩어카운트로 자금 유입 증가

첫째, 6월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은 3~4월 유출 강도보다 상당히 약한 모습이다. 4월 코스피지수가 1700에 진입했을 당시 하루에 5000억 원 이상 유출됐지만 지금은 2000억 원대 규모로 유출 강도가 약하다.

또 금융 위기 이전 1700대에서 유입된 자금은 6조8000억 원인데 비해 금융 위기 이후 1700대에서 유출된 자금은 7조6000억 원으로 1700대에 유입된 주식형 펀드의 자금은 대부분 소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6월 28일 코스피지수가 1732로 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형 펀드의 자금 이탈은 316억 원에 그쳤고 29일은 오히려 459억 원이 유입됐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둘째, 랩어카운트로의 자금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자문형 랩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데, 6월 11일 기준 자문형 랩으로 1개월 전 대비 4276억 원이 증가한 1조4641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주식형 펀드에서 자문형 랩으로 손 바뀜 현상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다. 자문형 랩은 수급 분류상 개인으로 나뉘지만, 그 성격은 기관과 유사하다. 즉,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완전히 떠나 안전 자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주식시장 내에서 돈이 돌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주식형 펀드의 자금 이탈에 따른 투신권 수급 부담은 자문형 랩 자금 유입에 따라 그 부담이 일정 부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주식형 펀드 내 주식 비중이 최고 수준까지는 룸(Room)이 남아 있다. 주식형 펀드 내 주식 비중은 주식형 펀드의 전체 자금 중 주식을 매수한 자금의 비중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주식형 펀드에 1만 원을 불입하고 운용사는 그 돈으로 9000원어치의 주식을 샀다면 주식 비중은 90%가 된다.

6월 28일 주식형 펀드 내 주식 비중이 93.2%를 기록하면서 최고 수준인 94%와 비교하면 0.8%의 여유가 남아 있다. 따라서 투신권이 국내 증시에 투입할 자금 여력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또한 1주일 사이 주식형 펀드 내 주식 비중이 0.7% 증가했는데, 이는 주식형 펀드의 환매를 기존에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투신권이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더블 딥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조정 받는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상승 추세가 유효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물론 주식형 펀드의 자금이 이탈되고 있는 현상이 수급상 긍정적인 부분이 아니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주식형 펀드의 자금 이탈만으로 국내 증시에 수급상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결국 투신권의 자금 여력이 다소 낮아졌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수급 환경이 악화됐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상승 기조는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수급만을 바탕으로 한 상승 기조는 경기 회복이나 기업 실적 개선 등 펀더멘털 요인과 동반하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안정균 애널리스트

1979년생. 2007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2007년 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현). 펀드 판매 전문인력 자격증, 투자상담사 자격증, 선물거래상담사 자격증 보유.

안정균 SK증권 애널리스트 jkahn@sk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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