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국제금융시장 ‘안정’… 출구전략 ‘뒤로’

‘위안화 절상, 한국 증시 재도약의 발판’

화제의 리포트는 최근 경제 경영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리포트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각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발표하는 기업 및 산업 분석 보고서와 각 경제연구소의 리포트 및 산업 분석 보고서는 물론 대학 논문 등 투자에 도움이 될 참신한 주제를 다룹니다. 이번에는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리포트 ‘위안화 절상, 한국 증시 재도약의 발판’을 선정했습니다.

지난 6월 19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전격적으로 위안화 환율 시스템을 개혁해 환율의 유연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은 2008년 금융 위기 후 관리변동환율제 적용을 중단하고 달러당 환율을 6.82위안에 고정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중국의 환율제도는 2005년 7월 21일 이후 이뤄진 관리변동환율제로 복귀했다. 이미 중국의 위안화 선물이 6.71위안까지 급락하는 등 사실상 이번 조치는 중국 위안화 절상의 시그널로 해석해야 한다.

물론 중국 인민은행이 안정적인 환율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듯 2010년 하반기 위안화 절상은 2~3%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다. 블룸버그 역시 위안화 전망치를 연말까지 2.8%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번 인민은행의 조치가 하반기 한국 증시 재도약의 가장 중요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중국이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진국이 줄곧 요구하던 위안화 절상을 받아들이면서 글로벌 정책 공조가 한층 견고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2일 이후 유럽의 돌발변수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급락했다. 그러나 중국이 유로화 자산을 계속 보유할 것이라고 밝히는 것은 물론 그리스 투자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등 적극적 리더십을 보임에 따라 유럽 재정 위기도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중국은 G20 캐나다 정상회담 기간 중 위안화 절상 카드를 내놓으면서 글로벌 정책 공조의 신뢰성이 한층 강화됐다.

둘째, 위안화 절상을 계기로 중국의 적극적인 출구전략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4월 15일 시행된 주택 가격 안정화 조치로 주택 가격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이미 출구전략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또 위안화 절상으로 수출이 둔화될 우려가 있어 금리 인상 시기는 더욱 늦춰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함께 위안화 절상은 수입 가격을 인하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물가 상승을 제어한다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관리에도 긍정적이다.

외국인들, 원화 자산에 눈독 들여

셋째, 위안화 절상으로 상징되는 글로벌 리밸런싱(Global rebalancing)의 본격화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원화 자산 매입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외환 정책은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 정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원화는 △위안화보다 높은 수준의 외환 자율화 수준과 △리틀 차이나(little China) 효과에 따른 외국인 포트폴리오의 자금 유입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하반기 한국 주식시장은 본격적인 강세 기조를 띨 전망이다. 이 같은 긍정적 효과는 지난 2005년 7월 위안화 절상 전후 외국인 순매수 급증에 따른 아시아 증시 랠리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위안화 절상은 △글로벌 정책 공조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안정 △중국의 적극적 출구전략 지연 효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원화 자산 매입 등 세 가지 요인에서 국내 증시 강세 현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2010년의 연고점인 코스피지수 1757을 돌파하는 레벨업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2005년 위안화 절상 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돌아보자. 2001년 이후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자 달러에 고정된 위안화도 동반 약세 현상을 보이며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향상됐다.

그 결과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급증하고 위안화 절상을 노리는 핫머니의 유입이 이어지면서 중국의 국제수지 흑자 규모가 커지고 외화보유액 또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중국은 2005년 기존의 고정환율제를 통화 바스켓 제도 및 관리변동환율제로 바꾸는 위안화 절상을 단행했다. 이를 기점으로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의 동반 강세가 가속화됐다.

당시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과 한국의 수출 비중이 확대됐고 중국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의 랠리 및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자산 인플레이션(asset inflation)이 가속화됐다.

아시아의 수출 주도형 성장세는 1980년 이후 둔화된 경우가 거의 없다. 한국도 글로벌 환율 절상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수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장기간 형성된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가 단기간의 환율 절상에 내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 ‘자산 인플레이션’ 재개될까

2010년 하반기는 위안화 절상으로 상징되는 글로벌 리밸런싱 정책의 본격화로 원화 강세가 예상된다. 또 아시아 자산 인플레이션 확산으로 외국인 주도의 증시 상승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자산 인플레이션은 강도와 시점의 차이가 있을 뿐 또 한 번 재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주식 자산의 비중 확대 전략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그러면 위안화 절상에 따른 포트폴리오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첫째, 위안화 절상은 일차적으로 중국의 수출 둔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중간재 수출 기업보다 최종재 수출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내수 경기 확장 가능성을 따져본다면 중국 내부 매출액이 큰 기업이 유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IT, 자동차 대표 기업들은 최종재 수출 비중이 높고 중국 내부 매출액이 큰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또 2009년에 이어 2010년에도 도시화를 이끄는 가전 및 자동차 등 내구재 보급 확대가 예상된다.

이미 중국인들의 내구재 구입 여력은 임금 인상 효과와 내수 부양책 등을 통해 크게 개선됐다. 올림픽 이후 자동차가 대중화된 일본과 한국처럼 중국 역시 임금 상승에 따른 자동차 대중화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IT와 자동차 대표 기업들은 위안화 절상의 직접적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위안화 절상에 따른 중국의 내수 부양 및 비달러 자산 선호 현상 등으로 상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드라이빙 시즌 진입,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원유 유출 사태에 따른 타이트한 수급 등을 감안하면 국제 유가를 비롯한 상품 가격의 회복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2005년 위안화 절상 당시를 보면 자산 인플레이션의 대표적 수혜 섹터가 바로 소재였다.

셋째, 위안화 절상은 중국의 수출과 내수의 균형 발전을 목표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내수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적극적인 중국 현지화를 달성한 국내 기업들은 내수 성장의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무척 높다. 특히 중국 현지화에 성공한 소비재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위안화 절상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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