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하반기 한국 경제 대전망] 가계부채 금리 ‘부담’…소비 발목 ‘꽉’

민간 소비 및 설비 투자

하반기 소비는 상반기에 비해 둔화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경제성장은 민간 부문이 이끌고 있다. 올해 1분기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3%, 29.9% 증가하면서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이처럼 상반기 소비가 증가한 이유는 경제의 성장 회복 전환에 따른 소득 증가와 물가 안정에 따른 구매력 증가, 소비 심리 회복을 바탕으로 내구 소비재 중심의 소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고용 측면에선 올 들어 취업자 수는 완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 공공부문 주도로 개선되던 고용 여건은 올해에는 제조업 등 민간 부문 주도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용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고용이 늘어나면 소득도 불어난다. 불어난 소득은 소비로 이어진다. 사실 지난해 말까지도 소비는 고소득층 주도로 이뤄졌다. 하지만 올 들어 소비가 중산층에게까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소비를 이끄는 가계소득은 작년 4분기부터 증가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점차 커진 추세다. 또 처분가능소득과 흑자액 면에서도 전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설비 투자는 올해 2분기와 3분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기업들의 설비 투자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비관적인 경기 전망과 금융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산업 활동의 가동률이 정상 수준(2007년 수준)까지 높아진 데다 예상보다 글로벌 수요와 금융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국내 기업은 정보기술(IT)·자동차·석유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100조 원 이상의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설비 투자 증가는 다시 고용 증가→소득 증가→소비 증가로 이어지면서 경기 선순환 구조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진성 푸르덴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여기에 2000년대 이후 설비 투자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대체 및 신규 투자 수요가 누적된 상태라는 점과 주요 기업들의 유보자금이 충분한 점도 긍정적”이라고 주목했다.


소비 증가세 장기간 유지되기 어려워

다만 이 같은 추세가 하반기에 계속해서 이어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가계 부채의 절대적·상대적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등 금융시장 여건, 부동산 등 가계 부채와 연동된 자산시장 동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소비 회복 국면에서 소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즉, 소비 여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기왕의 소비 회복 속도가 빠른 상태로 탄력적인 소비 증가세가 장기간 유지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가계 부채(가처분소득 대비 140% 수준)가 선진국보다 높은 편이어서 향후 소비 확장을 제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는 133% 수준이다.

이와 함께 둔화된 부동산 경기도 하반기 소비 증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고유선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가격은 과잉공급 등 구조적인 약세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즉, 한국인의 자산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소비 증가세에 발목이 잡힐 우려가 있다.

빠르게 늘어난 기업들의 설비 투자 역시 3분기 중 정점을 찍고 횡보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성 푸르덴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설비 투자는 업종 간 편차가 크고 환율 하락에 따른 해외 투자 유인이 증가하고 있는 점, 유보됐던 투자 집행이 2009년 하반기~2010년 상반기 중 집중적으로 이뤄진 이후 증가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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