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하반기 한국 경제 대전망] 점차 하락…민간 연구소 1080원 ‘제시’

환율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하반기 평균 1070원으로 예측했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도 각각 1105원, 1065원으로 상반기 평균 1146원에 비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경제 연구소들은 우선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원화 강세의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안화 절상이 동아시아 내 대미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국가에 대한 환율 조정 신호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대미 무역 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에 환율 조정을 수차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3% 절상되면 원화 가치는 5~10%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안화 절상 영향 적잖이 받을듯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는 것도 환율 하락의 요인 중 하나다.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근 내놓은 리포트에서 “유로존 위기는 스페인, 그리스 등의 국채 만기가 집중되는 올여름이 고비”라며 “유로존 내에 제2의 금융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주 채권단이 독일· 프랑스 등의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위기국 지원을 위한 유동성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 규모가 증가하는 것도 환율 하락을 부추길 전망이다. 외국인은 3, 4월에만 한국 주식과 채권을 18조 원 정도 사들였다. 5월 이후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바이 코리아’ 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유수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 전고점(4월26일 종가 1752)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원화 기준 코스피 대비 달러 기준 코스피가 10%가량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원화 강세에 무게를 둔다면 환차익이 가능한 구간으로 외국인의 매수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배길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채권 수익률, 한국 주식시장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덱스) 선진국지수 편입, 한국 국채의 씨티은행 WGBI 편입 기대감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3대 신용 평가사인 무디스사가 지나 4월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A2’에서 ‘A1’로 높인 것도 원화 자산 가치의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여건을 보더라도 원화 절상의 여지는 다분하다. 먼저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렇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 흑자는 426억7000달러로 2008년(57억8000만 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의 무역 흑자를 냈다.

이는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올 들어서도 흑자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상품수지 흑자에 힘입어 1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천안함 사건으로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도 기존보다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월 말에 개최한 ‘환율 전망과 기업의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오석태 SC제일은행 상무는 “천안함 사태에 이은 남북 간 긴장 고조는 환율 방향을 결정할 요소는 아니다”면서 “올 연말 환율은 1050원, 내년 말은 950원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6일 1104원으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던 환율은 천안함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유럽 재정 위기 여파로 5월 25일에는 장중 최고 1276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수 있고 유럽 재정 위기도 수면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았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경제 연구소와 금융시장에서는 원화 절상에 따른 환율 하락을 대세로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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