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환경 ‘급변’…유료화 ‘고민되네’

뉴스 & 뷰

요즘 언론계는 유례없는 큰 변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일반 독자들은 실감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언론계로서는 심각한 변혁기다. 변화의 물결은 국내외 구별이 없지만 국내에서 훨씬 더 치열하다.

가장 큰 변화는 미디어의 개념이 바뀔 정도로 뉴스를 담는 그릇, 전달 수단이 급변한다는 점이다. 방송과 통신의 벽이 없어진 지는 오래전이고, 신문과 통신이 융합하는가 하면 신문과 방송 등 언론사를 나누는 전통적인 업종 구별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기자들은 멀티 플레이어로서 보도자·논평자가 되기를 요구받는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만 가지면 수년 치 신문 기사를 당시 편집된 지면 그대도 볼 수 있다.

<YONHAP PHOTO-1048> The first customer in the shop, Kazuki Miura (R), receives his iPad from fashion model, singer and actress Lena Fujii (L), as they start to go on sale at the shop of Japanese internet service provider Softbank, Apple's exclusive partner in Japan, in central Tokyo on May 28, 2010. Apple's much-hyped iPad went on sale in a swathe of countries from Australia and Japan to Europe at the start of a global rollout tipped to change the face of computing. AFP PHOTO/TOSHIFUMI KITAMURA /2010-05-28 10:04:15/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인터넷을 이용한 방송도 흔해져 송신소와 중계소 같은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는 방송 장비나 시설도 필요 없다. 모든 방송은 케이블로 수렴되고 있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TV 라디오도 많이 생긴다.

이렇게 ‘언제나 어디에서나’로 뉴스의 유비쿼터스화가 진행됐지만 대체로 무료다. 물론 ‘아직까지는’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쉽게 유료화될 것 같지는 않다.
뉴스 시장의 환경 변화에서 거듭 주목되는 현상은 새 멀티미디어 기기의 출현과 빠른 보급이다. 아이폰이 돌풍을 일으킨 지 1년이 채 안 돼 삼성이 갤럭시폰을 내놓았다.

이런 스마트폰으로 언제나 어디서나 수년 전 신문까지 각 면이 실제 편집된 그대로를 확대했다 줄였다 하면서 볼 수 있다. 클릭만 한 번 바꾸면 언론사 홈페이지에 연결돼 ‘바로 지금의’ 뉴스를 볼 수 있다. 아침 신문이 아니다.

최근에는 애플이 아이패드를 내놨다. 신문도 보고 메일도 주고받고 업무하기에 더 편해졌다. 편집은 다양해지고 TV 인터넷이 한군데에 다 있다. 국내에서도 같은 유형의 태블릿 PC를 내놓게 된다.

태블릿 PC는 올 한 해 전 세계적으로 800만 대가 보급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당초 500만 대 정도로 예상됐는데 더 늘어났다. 멀티미디어 기기는 하루가 다르게 가격도 떨어지는데, 이도 변수다.

WSJ·FT 등은 사이트 유료화

이런 장비가 종이 신문의 보급을 가로막는데, 신문 업계의 심각한 고민이다. 젊은 층으로 갈수록 신문을 읽지 않는 비율은 급격히 높아진다. 인터넷에는 포털 사이트가 뉴스란 뉴스는 죄다 깔아두고 휴대전화에도 모든 뉴스가 몰리는 판에 화면 크기에 불편함이 거의 없는 태블릿 PC까지 나온다.

아이폰에 보급하는 앱 프로그램 한 종류 개발에도 지금 억대의 비용이 든다. 반면 광고 시장은 제한적이다. 수익원은 뻔한 데 비용은 계속 증가 추세다. 게다가 국내의 유력 신문들은 종합 편성 TV 채널 확보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이래저래 돈 들어갈 곳은 많지만 신규 자금줄은 별로 없다. 방송 쪽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SBS가 월드컵 단독 중계로 광고 특수를 누린 것은 사실로 알려지지만 적지 않은 중계료 베팅을 보면 그것도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뉴스·보도 등 콘텐츠가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그 자체로 멀티미디어화로 진화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문자·사진·동영상 구별이 없어지고 분량 제한도 사라지는 추세다. 신문기자가 동영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도 이제는 자연스럽다. 신문 지면의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려는 시도다. TV 라디오 등에서는 쌍방향 뉴스 공급 시대가 오고 있다.

물론 콘텐츠의 유료화는 언론사들의 심각한 숙제다. 해외에서는 유료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월 17.29달러로, 파이낸셜타임스는 주 3.59달러로 사이트를 유료화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처럼 아예 종이 신문을 없애고 인터넷 기반의 멀티미디어로만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도 나왔다. 세계 미디어 업체 중 가장 적극적으로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를 추진 중인 곳은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이다.

신문 시장의 침체를 돌파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돈 내고 뉴스를 사 본다’는 개념에 독자·유저들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스마트폰의 애플도 최대 수십만 건씩 다운로드됐지만 대개 무료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25~34세의 68%가, 35~44세의 59%가 스마트폰으로 제공되는 뉴스 콘텐츠에 돈을 낼 수 있다는 응답을 보인 것이 언론계엔 다행스럽다.

인터넷, e메일과 문서 작업, 신간 구입 등 책 읽기, 신문과 잡지 읽기, 음악 감상까지 단말기 하나로 가능할 만큼 이용자들은 편리해졌다. 반대로 콘텐츠를 만드는 언론계는 고민이 커져가는 계절이다.

허원순 한국경제 국제부장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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