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하반기 한국 경제 대전망] 선행지수 꺾여… 보수적 대응해야

주식시장

하반기 주식시장이 강하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기대를 이끌어낼 만한 요인이 부족하다. 유럽발 재정 위기의 파장을 조기에 마무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내외 경기 모멘텀도 둔화되고 있다.

물론 유럽연합(EU) 및 국제통화기금(IMF)의 적극적인 대응에 힘입어 유럽의 위기가 새로운 금융 위기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는 많이 잦아들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6월의 반등에는 이런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더욱이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각국의 경기 부양 노력은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한국 모두 마찬가지다. 최근 나오고 있는 경제지표들도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미국은 5월 고용 동향이 시장의 불안을 야기한데 이어 소매 판매가 좋지 못했고 제조업지수 역시 상승 탄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주택 지표는 4월 말로 정부의 주택 구입자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되면서 크게 부진했다.

중국 내 소비시장 ‘주목’

경기선행지수의 움직임도 증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5월 경기선행지수는 전월비로는 올랐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두 달 연속 하락하면서 경기 모멘텀 둔화에 대한 걱정을 키웠다.

중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이미 밀린 상태이고 우리 역시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가 지난해 12월을 고점으로 4개월 연속 둔화되고 있다.

물론 중국의 경제지표들은 대체로 양호하다. 경기선행지수가 가장 먼저 밀린 중국이 하반기 중 빠르게 반등한다면 경기 모멘텀 둔화를 둘러싼 우려는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정책이 투기 과열을 막고 인플레 부담을 줄이는 데 모아지고 있어 경기선행지수의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시장의 기대를 높였던 중국의 수출 증가세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5월 수출이 시장의 예상을 넘어선 전년 대비 48.5% 증가한 것으로 나오면서 유럽의 국채 위기를 걱정하는 시각은 줄고 글로벌 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다.

그러나 유럽 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긴박하게 만들었던 것이 5월이었으니 아직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르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도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 중국은 달러 페그제에서 관리 변동 환율제로 다시 돌아왔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등 서구와 갈등을 줄이고 내적으로는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이를 바라보는 주식시장의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중국의 구매력 확대와 자산 가격 강세 가능성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위안화 절상 속도를 높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럽 위기 등 불안정한 대외 여건이 수출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중국 정부도 이미 이런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위안화가 절상될 때 원화 가치의 변동이 크지 않다면 수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으로 수출이 줄어도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에 수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화는 위안화에 동반해 절상될 가능성이 높으니 기대를 키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원화가 위안화보다 더 크게 절상될 경우는 역효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고민할 또 다른 한 가지는 통화정책이다.

2009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수입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7% 정도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국내 물가가 받는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너무 적극적인 시장 참여보다 시장 흐름을 확인해 가는 다소 보수적인 대응이 유리해 보인다. 아시아 지역의 투자 매력이 높고 한국 증시는 글로벌 증시보다 저평가돼 있어 하락 압력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승기류를 견인할 모멘텀이 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하반기 코스피시장의 지수 상단이 크게 확장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주도 종목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종목 접근에도 보다 장기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IT 컨버전스, 중국 소비 성장의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 등 시장이 주목하는 테마 역시 실적의 안정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슬림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 simin@etrad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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