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하반기 한국 경제 대전망] 공공요금 인상·위안화 절상 ‘지뢰밭’

물가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에서 신선채소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4.1%나 올랐다. 특히 파는 78.2%, 시금치는 60.6%, 무는 55.1%, 상추는 35.8%, 미나리는 32.9%나 오르며 주부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정부가 보는 물가는 이런 체감물가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은행이 사용하는 지표 중에는 소비자물가 외에 ‘근원 인플레이션’이 있는데, 이는 ‘농산물(곡물 제외)과 석유류 가격을 뺀’ 물가지수를 말한다.

농산물과 석유류는 오를 때 급격히 오르다가도 가격이 폭락하기도 하는 등 변동성이 심해 물가 흐름을 측정하는데 ‘노이즈’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채소 가격만 미친 듯이 오른다고 해서 정부가 금리를 올리지는 않는다.

정부, 경기 좋을 때 공공요금 올리려

물가와 관련된 최근 이슈는 정부 당국자들의 말에서 시작됐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공요금 인상 계획에 대해 “공기업 적자가 확대되면 결국 재정에 부담이 된다”며 “공공요금의 경우 적정 수준에서 물가에 주는 영향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가격을 현실화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해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요금을 올릴 것이냐는 질문에는 “전기와 가스 등”이라고 답했다.

김중수 한국은행의 총재는 6월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국내총생산(GDP) 갭이 하반기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 안정 기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말해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경제성장을 담당하는 ‘공격수’ 윤증현 장관은 ‘올리겠다’고 하고 물가 안정을 책임지는 ‘수비수’ 김중수 총재는 ‘불안하다’고 하지만 둘의 말을 합하면 결국 ‘물가는 오른다’는 결론에 이른다.

공공요금은 소비자물가 내 가중치가 가장 높은 항목으로 물가상승에 직격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물가를 산정하는 항목들 내에 공공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6.3%나 된다.

공공요금에는 변동이 적은 통신요금이 포함돼 있지만,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1.9%, 도시가스는 1.6%다. 게다가 상시적인 인상이 어려운 상하수도·대중교통·공공 서비스 등의 공공 서비스 요금도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묻어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이유는 경제성장률이 비교적 양호할 때 요금을 올려야 저항이 적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6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5.8%로 회원국 중 터키(6.8%)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최근 눈여겨봐야 할 것은 위안화 절상이다. 6월 19일 중국의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 결정 시스템을 개혁하고 환율 변동의 탄력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이 그간 요구해 오던 위안화 절상을 수용한 것이다.

위안화가 절상된다는 것은 위안화의 가격이 비싸진다는 뜻으로, 위안화 표시 가격의 변동이 없더라도 원화로는 더 많은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한마디로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 제품의 가격이 비싸진다는 뜻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안화가 10% 오르면 국내 물가는 0.24% 오른다”며 중국 수입 물가의 상승을 경계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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