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하반기 창업 시장
2010년 하반기에도 일자리 창출이 우리 경제의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자리 창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창업에 대한 관심도 지속될 전망이다.특히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의 창업은 물론이고 본격적인 은퇴 시기에 이른 베이비붐 세대들이 2막 인생을 준비하는 수단으로 창업에 눈을 돌리고 있어 신규 창업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창업 시장에서는 커피에 대한 인기를 배경으로 카페형 점포들이 늘어나는 카페 바람이 불고, 사케나 라멘 등 일본 아이템을 내세운 일본풍도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수나 막걸리 전문점 등 복고풍과 친환경 트렌드에 편승한 녹색 바람, 매출 다각화를 위한 컨버전스 바람도 하반기 주목해야 할 트렌드다.
◇ 카페 바람 =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카페 창업에 대한 인기가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사계절 수요가 꾸준해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아이템인 데다 깨끗하고 세련된 이미지도 카페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콘셉트를 가진 카페들이 등장하면서 창업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점도 카페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카페베네’는 와플과 커피를 주력 메뉴로 내세우고 와플의 본고장 유럽식 인테리어를 접목한 것이 큰 호응을 얻으며 론칭 2년 만에 230여 개의 가맹점을 개설하는 성과를 거뒀다.
‘카페띠아모’는 홈메이드 방식의 이탈리아 젤라토 아이스크림에 고급 에스프레소 커피를 접목하고 테이크아웃 위주였던 아이스크림 매장을 카페 형태로 바꾼 젤라토 아이스크림 카페를 선보였다.
카페와 무관해 보이던 점포들도 카페 형태로 매장을 꾸며 이미지 고급화와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떡 카페 ‘예다손’은 기존 떡집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카페처럼 인테리어를 꾸미고 커피나 전통 차와 함께 떡을 즐길 수 있도록 100여 가지에 이르는 떡을 낱개로 포장해 판매한다. 카페형 치킨호프, 카페형 분식집 등도 등장했다.
◇ 일본 바람 = 사케와 라멘 등 일본발 아이템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하반기 주목해야 할 트렌드 중 하나다. 일본식에 한국적 맛과 분위기를 가미해 현지화에 성공하면서 빠르게 시장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들 아이템은 일본 문화에 대해 거부감보다 친숙함을 느끼는 젊은 층이 소비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오뎅사께’는 젊은 층 사이에 유행 아이템으로 떠오른 일본 술 사케에 한국식 포장마차 분위기를 접목했다. 라멘의 부활도 눈에 띈다. 라멘은 돼지뼈와 닭뼈 등을 고아낸 육수에 생면을 사용하는 건강식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느끼한 맛 때문에 그동안 국내시장에 확산되지 못했다.
그러나 육수의 느끼한 맛을 줄이고 웰빙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멘무샤’는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맞는 라멘을 표방하며 기존 일본 라멘이 가지고 있던 느끼한 맛을 없애고 사골 등으로 육수를 만들어 담백한 맛을 살렸다.
◇ 복고 바람 = 국수와 막걸리 등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풍 메뉴들도 인기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많이 위축된 가운데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고 이러한 메뉴를 통해 옛 추억이나 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맥줏집이 즐비하던 대학가에 산뜻하게 단장한 막걸리 전문점이 들어서고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도 막걸리 코너가 따로 생겼다. 막걸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웰빙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막걸리 전문점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저렴한 값에 서민의 배를 채워 주었던 잔치국수 등 국수 전문점도 인기다. 국수는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음식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지만 굳이 밖에서 돈 주고 사먹어야 하는 외식 메뉴라는 인식이 약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불황 여파에 저렴하게 한 끼 먹을 수 있는 식사로 국수가 주목을 받은 데다 식재료 가공이나 조리 방법의 혁신을 통해 맛과 품질을 업그레이드한 전문 브랜드들이 등장하면서 인기 창업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김용만의 국수집 닐니리맘보’, ‘명동할머니국수’, ‘봉채국수’ 등 주요 프랜차이즈 브랜드만도 10여 개가 넘을 정도.
◇ 녹색 바람 = 친환경 녹색 성장 바람이 일면서 ‘그린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린 비즈니스는 미국·일본 등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성황을 이루고 있는 아이템 중의 하나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상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다양한 친환경 창업 아이템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유망 업종군을 형성하고 있다.
실내 환경을 개선하고 관리해 주는 실내 환경 관리, 홈케어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확실한 시장을 갖고 있어 수익 안정성이 높은 데다 점포 없이 1000만 원 내외의 비용으로 무점포 창업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에코비즈’는 공기 정화와 침구 청소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공기 청정 복합기를 개발하고 알레르기 홈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코미스트’는 천연 제품을 사용해 실내 공기 중에 있는 부유 세균과 냄새 등을 제거해 준다. 천연 향기 사업, 방역 소독 사업, 기록물 친환경 소독 사업 등 사업 영역이 넓다는 것도 장점. 친환경이나 유기농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다. ‘닥터올가팜’은 유기농 인증 마크를 획득한 진짜 유기농 화장품만 판매한다.
소비자들에게 ‘진짜’라는 점을 어필해 충성 고객들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이 성공 전략.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자전거 판매점’, ‘유기 농산물 판매점’ 등도 각광을 받고 있다.
◇ 컨버전스 바람 = ‘컨버전스 점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컨버전스 점포는 한 점포 내에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고객 수요를 창출해 내고 있는 점포를 말한다. 매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아이템을 복합적으로 취급함으로써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고 수요를 확대해 점포 효율성을 끌어 올리자는 취지다.
특히 최근의 컨버전스 점포는 단순한 메뉴 복합화를 넘어 점포의 기능 자체를 복합화해 매출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데 특징이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찾을 수 있는 컨버전스 형태는 메뉴나 업종을 묶는 것. ‘박가부대찌개·두루치기’는 한 점포 내에 ‘부대찌개 전문점’과 ‘두루치기 전문점’의 기능을 접목했다. 낮에는 부대찌개로, 저녁에는 두루치기로 손님을 끌어 모아 점포 가동률을 극대화했다는 것이 특징. 메뉴 복합화를 통해 시간대별 매출 편차도 극복했다.
외식업에 판매업의 기능을 접목하고 판매업에 서비스업의 기능을 더하는 등 컨버전스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솥도시락’은 테이크아웃으로 도시락을 판매하면서 편의점처럼 점포 안에 음료수나 컵라면 등의 제품을 갖춰 놓고 같이 판매하고 있다. 판매 방식의 다각화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점포 수익성도 높아졌다.
강병오 대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중앙대 창업대학원에서 창업학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학 등에서 창업 및 기업 가정신을 강의하고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kb06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