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Ⅱ] 新글로벌 전략 핵심 ‘창의와 소통’

글로벌 포스코 3.0을 말한다 ①

이른바 3.0의 시대다. 최신 기술과 유행이 3.0의 옷을 입고 있는 이때 포스코는 기업들 중 유일하게 3.0을 선언했다. 이른바 ‘포스코 3.0’. 앞으로 포스코의 혁신을 이끌 화두다. ‘창의와 소통’은 3.0 시대를 이끌어갈 키워드다. 포스코가 3.0을 선언한 것은 기업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미국의 애플과 구글은 창조성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눌렀다. 무형의 가치가 중요해지는 이때 제조업이라고 해서 ‘땀과 눈물’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 쇳조각에 창조성을 불어넣기 위한 포스코의 도전을 들여다보았다.

과거에는 품질이 같다면 가격이 싼 제품을 사는 것이 현명한 소비였다. 그러나 지금은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구매를 하느냐 마느냐의 기준이 되고 있다. 가장 쉬운 예로 생수를 들 수 있다.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꼽히는 ‘에비앙’과 국내 유명 생수의 품질은 언뜻 생각해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정밀한 측정 장비를 통해 미네랄 함량이나 세균 수 등에서 차이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렇지만 높은 가격을 주고서라도 에비앙을 찾는 고객들이 있다. 이를 고객 충성도로 나타낼 수 있다.

철강 제품 또한 생수와 마찬가지로 디자인이나 기능에서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고 단순 품질과 가격만이 차별화 요소라는 점에서 상황이 비슷하다. 오히려 포장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는 생수보다 차별점이 더 없는 셈이다.

현재 중국과 인도의 저가 제품도 품질이 포스코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품질이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판매와 성장을 이루려면 필요한 것이 바로 고객 충성도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글로벌 지역에 토착화돼야 하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키울 필요가 있다.

포스코 3.0은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싼 토지에 공장을 짓고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해 단가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이 위치한 국가·지역·지역민과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하고 마케팅 차원에서도 고객 중심의 경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포스코는 “2010년 동아시아 철강 시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중국의 철강 과잉 물량은 대략 1억~2억 톤으로 추정되고,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철강산업의 경우도 생산의 40~50% 수준에서 수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렇게 악화되고 있는 시장에서 고객은 포스코의 중심적인 철학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어떠한 시장 상황도 극복할 수 있는, 고객의 혼을 움직일 수 있는 마케팅 3.0 체제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포스코의 변화는 ‘혁신’을 넘어서는 ‘변신’에 가깝다. 혁신이 기존 프로세스의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라면 변신은 아예 사고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2010년 6월 포스코에는 많은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직원들조차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변화다.

1. 글로벌 볼런티어 위크

올해부터 포스코는 ‘글로벌 볼런티어 위크’를 시작했다. 지난 6월 7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이 행사에서는 출자사를 비롯해 전 세계 사업장이 있는 곳에서 4만5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동시에 진행됐다.

그동안 사회 공헌 활동이 간간이 있어 왔지만 글로벌 차원에서 동시에 진행된 것은 처음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 퍼진 ‘포스코 패밀리’에 대한 소속감과 팀워크를 키우고 글로벌 기업으로서 포스코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볼런티어 위크 기간에 국내에서는 전국의 사업장과 외주 파트너사들이 함께 복지시설 봉사 활동, 지역 소외 계층 지원, 다문화 가족 지원, 환경보호, 사랑의 집짓기 등의 활동을 했다.

특히 회사 특성을 살린 봉사 활동이 많았는데,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인 포스코ICT는 저소득층 가정을 방문해 전기 시설을 점검하고 보수해 줬다. 또 직원들 중 배열과 조립의 특성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많은 점에 착안해 아이들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장난감을 활용한 만들기 활동 등의 놀이를 함께했다.

해외 19개국의 패밀리사도 동참했다. 인도에서는 에이즈 고아원인 ‘해피 하우스’의 원생들과 영화를 관람했다. 아이들은 평생 가 본 적이 없는 영화관에도 가고, 이어 현지인 직원들과 영양식을 함께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공장 인근의 보육원을 찾아 봉사 활동을 펼쳤다. 마하라슈트라에서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공중 보건 교육을 실시해 전염병을 예방하고 무료 진료 활동을 펼쳤다.

중국에서는 양로원·농아직업학교·자선회·사회복지원을 찾아 봉사 활동에 나섰다. 또 오지 어린이 250명을 초청해 상하이 엑스포를 함께 관람하고 자매결연한 학교에는 컴퓨터·복사기 등 학습 기자재를 지원했다.

환경보호 활동에도 나서 중국의 12개 포스코 패밀리사가 참여해 7500여 그루의 나무를 심는 식수 봉사 활동을 펼쳤다. 천춘에서는 허청루·진룽루·천춘공원 등에서 환경 정화 활동(청소)에 나섰다.

베트남에서는 보육원 시설 보수, 학용품 지원 활동을 비롯해 장애인 시설 봉사 활동, 인근 보육원의 매트리스와 베개를 새 것으로 교환해 주고 건물 페인팅 등의 숙소 환경을 개선해 줬다.

일본에서는 유아원과 노인 보호 시설을 방문하고 ‘해바라기 대작전’에 참여해 지역 곳곳에 해바라기를 심기도 했다. 이즈미오츠시에서는 지역 축제에 참여해 한국 음식을 요리해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지역 발전기금으로 출연했다.

미국에서는 홈리스를 위한 급식 봉사 활동에 나섰고, 우량도서를 수집해 지역 도서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자연재해가 많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재난 재해 대비 긴급 구호 키트를 제작했고 필리핀에서는 복지시설에 필수 의약품을 지원했다.

멕시코에서는 정신지체장애인 시설에서 건물 도색과 세탁 봉사 활동을 펼쳤다. 미얀마와 캄보디아에서는 유치원 건립과 PC 보급을 지원했다.


2. 글로벌 교육과정 강화

최근 포스코에는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해외 교육과정 신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하와이대와 공동으로 ‘포스코 패밀리 글로벌 미니 MBA 과정’이 개설됐다.

이 과정은 포스코와 출자사·해외법인의 대리·총괄직 핵심 인재가 4주간 경영전략·재무·마케팅 등 MBA 기본 과목을 학습하도록 구성돼 있다.

8월부터는 포항·광양의 사업장에 근무하는 과장·공장장을 대상으로 국제적 통찰력과 리더십을 함양하기 위한 ‘글로벌 역량 향상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밖에 이문화 협상 능력을 갖춘 포스코형 협상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이문화 협상스킬 향상 과정’을 개설했다. 협상 및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포스코 및 출자사, 해외법인 직원 15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17일부터 6월 10일까지 미국 하와이대에서 첫 기수가 과정을 수료했다. 포스코는 앞으로 연간 2회씩 운영할 계획이다.

교육 내용은 △전략적 협상 스킬 △M&A 전략 △이문화 협상 스킬의 3개 모듈로 구성되며 케이스 스터디 중심의 토론식 학습으로 진행된다. 교육 참가자들은 개인별 협상 사례를 교육 전 미리 제출하고 교육 기간 동안 학습을 통해 본인 사례를 수정·보완하게 된다.

포스코는 앞으로도 해외 유수의 대학과 함께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계속 개발할 계획이다. 또 국내 직원뿐만 아니라 해외 직원과 패밀리사 직원의 공동 참여를 확대해 글로벌 마인드를 키우고 일체감을 높일 예정이다.


3. 마케팅 3.0 비전 선포

포스코는 지난 6월 1일 포스코센터에서 ‘고객의 신뢰와 성공이 우리의 미래입니다(Your Trust and Success, Our Tomorrow)’를 마케팅 비전으로 선포했다. 행사에 참석한 마케팅본부 570여 명의 임직원은 마케팅본부가 포스코를 고객 중심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이날 마케팅본부장 신정석 전무는 “과거 철강 수요 산업의 성장기에는 양적 충족이 시장에서 가장 우선시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하고 있다. 국내외로 새로운 경쟁자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으며 공급량을 충족시키는 것만으로는 시장에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제 고객에게 ‘맞춤형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과의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해 고객으로 하여금 포스코를 선택하는 것이 고객에게도 최선의 선택이 되도록 만들어 가야 하는 시대”라고 선포 배경을 밝혔다.

이어 신 전무는 “마케팅본부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고객 중심 마케팅 실현을 위한 변화 프로그램인 ‘마켓 페이싱 프로그램(Market Facing Program)’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맞춤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과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운영체계를 구축했으며 해외 고객에게도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글로벌 마케팅 전략과 실행 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과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쌓아갈 계획”이라고 비전을 설명했다.

4. 2010 포스코 아시아 포럼

포스코 패밀리에서 아시아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포스코가 경영권을 가진 생산현장이 중국·베트남·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아시아 포럼’은 아시아의 문화와 가치, 아시아 인문 사회 공통 이슈를 1년간 연구하고 결과물을 발표하는 자리다.

지난 6월 3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0 포스코 아시아 포럼’에서는 아시아 유수 대학의 석학, 주한 외교사절, 아시아 유학생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태준 포스코 청암재단 이사장은 “물산(物産)과 화폐를 중심에 놓는 교역의 수준을 넘어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고 문화와 문화가 대등하게 어울리는 교류의 차원을 현재보다 훨씬 높게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동북아시아·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남아시아 등 4개 지역으로 나눠 열린 분과 회의에서 다양한 주제의 연구 과제를 발표하고 토론을 벌였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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