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부실 대출 ‘도마 위’…유동성 급증 ‘빨간불’

중국 금융 7대 리스크

중국의 지난 5월 경기지표는 혼조된 모습을 보였다. 우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9개월 만에 최고치인 3.1%를 기록, 정부의 통제 목표치인 3.0%를 넘어섰다. 반면 산업 생산은 지난 5월 전년 동기보다 16.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달의 증가율(17.8%)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비유동자산 투자 증가율도 8개월째 줄어들며 25.9%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기 둔화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 5월 소비 증가율은 18.7%를 기록, 전월보다 0.2%포인트 오름세를 보였다. 또 수출 증가율도 6년 만의 최고치인 48.5%를 기록했다. 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하는 중국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4월 147.1로 전달보다 1.7% 올라 상승 폭이 2009년 2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중국 고위 관료들은 경기 회복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강조하면서도 회복 기초가 아직 튼튼하지 않다며 낙관론 역시 경계하고 있다. 최근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펴낸 연례 금융 보고서는 중국 지도부를 고민에 빠져들게 한 리스크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보고서는 중국 금융이 7가지 리스크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을 넘어, 세계경제의 회복을 좌우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들 리스크를 정리한다.

하늘에서 바라본 베이징 시내 중심. 뒤로 멀리 중국 중앙텔레비젼 방송타워인 전망대가 뒤로 보인다. 비가 온 뒤라 베이징 시내가 멀리까지 보인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부실 대출 다시 증가 가능성 = 중국 은행들의 신규 대출이 급증하면서 부실채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감위는 지난해 은행들의 신규 대출이 9조5900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31.7%로 늘어난 데다 대부분 중·장기 대출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올해 일부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은감위의 경고다.

이미 세계적인 신용 평가사들은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 급증 가능성을 잇달아 경고해 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월 “부실채권 증가는 향후 2∼3년간 중국 은행들의 수익성과 자본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앞서 피치는 은행 대출 급증에 따른 부실화 우려를 이유로 지난 2월 시틱은행(CITIC·중신은행)과 자오상은행에 대한 신용 등급을 6년 만에 ‘C/D’에서 ‘D’로 하향 조정했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은행 지표는 갈수록 건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은행들의 부실 대출 비율은 1.58%로 연초 대비 0.84%포인트 하락했다. 2003년만 해도 중국 은행들의 부실 대출 비중은 15%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은감위는 잠재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 부동산 대출 리스크 = 은감위는 두 번째로 부동산 대출 잠재 리스크를 지목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부동산 대출 잔액은 7조3300억 위안으로 1년 전에 비해 38.1%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 들어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늘어나며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개인이 3번째로 구입하는 부동산에 대한 대출 금지 등 올 들어 부동산 긴축 조치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로 하여금 분기별로 부동산 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도록 한 것도 대출 억제를 겨냥한 조치다.

중국 최대 상장 부동산 개발 회사인 완커의 경우 지난 5월 분양 주택이 전년 동기보다 20% 감소하는 등 부동산 시장엔 이미 급랭 조짐이 보이고 있다. 노무라홀딩스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부동산 가격이 지난해엔 22% 올랐지만 향후 12∼18개월 동안 20% 가까이 내릴 것”이라며 “부동산 버블 붕괴가 매우 빨리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중국 70개 도시의 지난 5월 부동산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12.4% 상승하는 등 사상 2번째로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여전히 과열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 과잉 업종 대출 위험 = 3번째 리스크로는 과잉 산업으로 흘러나가 중복 투자를 야기한 대출이 꼽혔다. 중국의 산업 구조조정이 빨라지면서 철강·시멘트 등 과잉 업종에 대한 대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과잉 업종에 대해서는 은행 대출뿐만 아니라 채권 발행과 유상증자 등에 대해서도 제한을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세수 부족 우려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지방정부의 반발이 거세지자 과잉 업종의 낙후 시설 퇴출 기준까지 통지하는 등 강한 구조조정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과잉 업종엔 신흥 산업인 풍력발전과 폴리실리콘 등도 포함돼 있어 이들 신산업에 나간 대출의 부실화도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 지방정부 대출도 걸림돌 = 4번째 경계 대상으로는 지방정부에 대한 대출이 올랐다. 지방정부들은 산하 기구를 통해 은행 대출을 받아 사업 타당성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데 앞 다퉈 뛰어들었다.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진행됐지만 결과적으로 잠재 부실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 같은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지방정부 대출 억제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지방정부 대출에 대한 과도한 억제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마저 중단시킬 경우 거대한 부실 대출 도미노가 발생할 수 있다(블룸버그통신)는 점이다.

◇ 부실 대출 재무제표에서 감추기 = 은감위는 또 은행들이 당국의 자기자본비율 준수 등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일부 대출을 재무제표 밖으로 이전하면서 이들 대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판 ‘그림자 금융’에 대한 경고다. 은행은 대출 채권을 신탁 회사로 넘기고 신탁 회사는 대규모 채권 풀을 형성, 새로운 구조화 증권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채권을 넘긴 은행은 대차대조표의 여신 규모를 줄이고 신탁 회사는 새로운 상품을 가공해 수수료 수입을 챙기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을 초래한 금융업계의 행태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하지만 만기 도래한 대출 채권이 부실화될 경우 법률적인 책임 등 문제가 적지 않다.


◇ 국제금융 위기 바닥 확인 불확실 = 은감위는 이와 함께 국가 신용 등급이 하락하는 국가나 지역에 대한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스·포르투갈 등 잇따라 신용 등급이 강등되고 있는 남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가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긴축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할 경우 핫머니가 신흥시장에서 급속히 이탈해 자산 버블이 붕괴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금융 위기 이후 일부 국가의 초저금리 정책 때문에 금리 차익을 노리는 핫머니의 캐리트레이드가 성행하고 있는 게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 유동성 리스크 = 지난해 유동성이 급증한 탓에 유동성 리스크도 덩달아 커졌다는 게 은감위의 인식이다. 국제 자본의 대규모 유·출입도 이 같은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핫머니는 통화 당국의 유동성 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들 리스크뿐만이 아니다. 류밍캉 은감위 주석(장관)은 “보호무역주의와 높은 실업률, 그리고 글로벌 공급과잉 등도 세계경제 회복에 새로운 충격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복귀하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얘기다.

은감위는 이들 리스크를 중점적으로 감독 관리하고 은행 대출이 부동산이나 증시가 아닌 실물경제로 흘러들도록 함과 동시에 산업구조를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데 힘쓰기로 했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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