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미국 주도 클라우드 혁명의 파장

애플·구글·아마존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이 크게 호조를 보이고 있다. 세계 IT 혁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 미국 IT 기업에는 글로벌 경제 위기도 유럽발 재정 위기도 큰 걱정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 IT 산업의 강점은 여러 가지지만 IT의 혁신 방향과 게임의 룰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 IT 기업은 1980년대 이후 PC와 서버를 이용한 분산 처리, 다운사이징을 주도하다가 최근에는 가상공간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 인프라 환경 등을 유저의 요청에 따라 그때그때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구글이나 아마존은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구축, 가상공간에서 개인이나 기업에 다양한 소프트웨어나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개인이나 기업의 IT 관련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면 유저는 PC 시대와 같이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나 보안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와 인터넷 브라우저만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든 컴퓨팅 환경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전기를 쓸 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단말기를 켜기만 하고 IT 사용량만큼 코스트를 지불하면 컴퓨팅 환경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IT 환경을 180도 바꾸는 클라우드 혁명은 기업이나 개인의 IT 코스트를 절감할 뿐만 아니라 IT 이용 환경의 유연성을 높이기 때문에 앞으로 급속히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클라우드 혁명은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클라우드 혁명에 따라 단말기 등 하드웨어의 기능이 더욱 단순해지고 메모리를 비롯한 많은 기능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제공될 경우 전자 산업 분야의 부가가치가 하드웨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이전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와 같이 하드웨어에 강점을 가진 세력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앞으로 행정·교육·인프라·제조업 등 각종 산업 전반에 널리 확산될 것으로 보여 이 과정에서 국가 전체적인 정보통신망이 미국 IT 기업에 크게 의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경우 작년에 경기 부양책을 위해 친환경 가전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일종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에코 포인트 제도를 도입했는데, 졸속으로 결정된 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에 시스템 구축 사업을 의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2000만 명 정도에 달하는 예상 사용자들의 에코 포인트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1개월 만에 구축할 수 있는 일본 기업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에 뒤떨어질 경우 국가나 기업의 중요 업무 시스템, 정보 네트워크 자체를 미국 IT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에 일본은 작년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정부도 기업도 혈안이 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이러한 빠른 대응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느긋한 실정이지만 향후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에 대응하는 데 한층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에 대응해 산업의 융·복합화에 주력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PC 주도의 IT 환경에서 다양한 단말기, 각종 기계 등이 인터넷과 연결되고 클라우드 컴퓨팅을 매개로 하드웨어·서비스·인터넷이 결합되면서 산업의 형태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으로서는 각종 업무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해 코스트 절감과 업무 효율 개선, 지식 창조 능력 제고 등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지평연구원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김성중기자)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약력 : 1963년생. 85년 호세이대 경제학과 졸업. 88년 고려대 경제학 석사. 88년 LG경제연구원 입사.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수석연구위원 및 재팬인사이트 편집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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