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에스엔비 이명훈 대표·김영미 부사장 부부
남편은 크게 보고 멀리 생각한다.아내는 세심하게 관찰하고 꼼꼼하게 짚어나간다. 인생에서, 비즈니스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이들 부부가 바로 피부 미용 프랜차이즈 ‘이지은 레드클럽’과 요식업 프랜차이즈인 ‘오니기리와 이규동’을 이끌어나가는 (주)케이에스엔비의 이명훈 대표와 김영미 부사장 부부다.“공부든 일이든 항상 1등만 했었죠.” 이명훈 케이에스엔비 대표는 지는 것도, 실패하는 것도 딱 질색인 사람이다. 학창 시절부터 남보다 공부도 잘했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도 한결같이 다른 사람보다 앞서 나갔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영업 사원으로 일할 때는 본사가 세계 수십여 개국 직원들 중 단 3명에게만 주는 ‘국제 판매인상’도 받았다. 그가 마음먹고 뛰면 안 되는 일이 없었다.
공기 정화 시스템 전문 회사 임원을 거쳐 1997년에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제조, 판매 회사의 사장에까지 이르렀다. 늘 ‘이기기만 하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시대의 풍랑을 맞아 그 역시 좌절의 아픔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많은 비즈니스맨들에게 뼈아픈 기억을 안겨다 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문이다. IMF 관리체제에 따른 경영 악화로 매각 위기에 처한 회사를 사재를 털어 인수했지만 불황의 늪에서 쉬이 빠져나올 수 없었다.
연속된 사업 실패로 그저 암담하기만 한 시절,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이가 바로 아내였다. 주저앉으려는 그의 어깨를 말없이 곧추세워준 것도, 남편을 대신해 여기저기를 수소문해 다시 사업 자금을 마련해 준 것도 바로 아내인 김영미 씨였다.
이명훈(왼쪽) 1955년생.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98년 (주)신성그린큐 대표. 2002 (주)나이브의료기 대표. 2008년 지식경제부 장관상(해외 진출 부문) 수상. 2008년 신지식인 선정. 2009년 ‘오니기리와 이규동’ 출시. KS&B 대표(현). (사)한국프랜차이즈협회 부회장(현). 김영미 1957년생. 이화여대 물리학과 졸업. 2003~2009년 (주)KS&B 이지은레드클럽 전무. KS&B 이지은레드클럽 부사장(현).
조금은 무뚝뚝하지만 공부 잘하고 성실한 고대생과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이대생으로 만나 사랑을 키우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동안 남편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거듭되는 사업 실패도 남편의 탓이라기보다 남편의 생각만큼 잘 따라주지 않는 주변 상황 탓이 더 커 보였다. 그래서 지난 2003년, 남편인 이 대표가 피부 미용 프랜차이즈인 ‘이지은 레드클럽’을 출범시킬 때 그녀는 당당히 남편에게 ‘함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부부의 딸 이름을 빌린 ‘이지은 레드클럽’은 서비스는 기존의 고급 피부 미용실에 뒤지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되 가격은 대중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국내 최초의 피부 미용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남편은 인재를 찾을 때 능력보다 충성심을 먼저 보곤 해요. 능력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에서죠. 하지만 충성심만으로 부족할 때가 많죠. 그래서 저라도 남편의 참모가 되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김영미)
이 같은 아내의 뜻을 남편은 고맙게 받아들였다. 아내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아내가 말했다시피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 사람의 능력보다 인성, 즉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함께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거든요. 그런 점에서 아내는 최고의 인재라고 할 수 있죠.”(이명훈)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성공의 비결
이 대표가 지난해 일본식 수제 삼각 김밥과 규동을 주요 메뉴로 하는 요식업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오니기리와 이규동’을 출시하고 주력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김 부사장이 기대 이상으로 ‘이지은 레드클럽’을 잘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5월 출시한 이들 부부의 세컨드 브랜드인 ‘오니기리와 이규동’은 딱 1년 만인 올해 5월, 100번째 가맹점을 세상에 선보이며 또 다른 성공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처럼 ‘오니기리와 이규동’이 성공 가도를 달리다 보니 자연히 ‘이지은 레드클럽’의 경영은 대부분 김 부사장이 맡고 있다. “특히 피부 미용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주나 고객 모두 여성이 대부분이거든요. 이 때문에 가맹점 관리나 고객을 만나 니즈를 파악하는 일에 있어서는 저보다 아내가 훨씬 더 큰 몫을 하고 있죠.”(이명훈)
“하지만 결국 큰 방향을 잡아주는 일은 남편의 몫이죠. 전체를 보는 눈이나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는 카리스마 등 남편이 없었다면 저 역시 제 몫을 다하긴 힘들었을 거예요. 회사 사원들이나 가맹점주 분들도 직책상 부사장인 저보다 사장인 남편의 발언을 더 무게감 있게 받아들인다니까요?(웃음)”(김영미) 함께 사업을 하다 보니 때때로 서로의 의견이 부딪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본사가 정한 서비스 품질 기준을 지키지 못한 가맹점 30여 곳을 강제 폐업시킬 때도 김 부사장은 이 대표의 방식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가맹본부가 강하게 나서지 않으면 가맹점의 서비스나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남편의 뜻을 잘 아니까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장은 손해라고 보이는 일도 크게 보고, 멀리 보면 결국 남편의 의견이 맞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몇 개인 줄 아세요? 약 2425개 정도예요. 평균수명은 겨우 3년 남짓이죠. 이렇다 보니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엄격하게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지 않으면 쉽게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이명훈)
그래서 이 대표와 김 부사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각각 가맹점들을 자주 방문하고 브랜드 서비스 품질을 점검하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쓴다. 고객이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지, 직접적인 니즈를 파악하고 그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출시 1년 만에 가맹점 100호를 돌파한 ‘오니기리와 이규동’은 물론 2003년에 처음 브랜드를 선보인 이후 줄곧 200여 군데가 넘는 가맹점 수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이지은 레드클럽’은 모두 지금까지 장사가 안돼 문을 닫은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이지은 레드클럽’은 특히 지난 2007년부터 중국과 몽골, 필리핀 등에까지 진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가의 피부 미용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대에 선보임으로써 피부 미용 업계의 대중화를 연 것과 달리 중국과 몽골 등지에서는 철저하게 고급화 마케팅 전략을 취한 것도 바로 ‘수준 높은 피부 미용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현지의 고객 니즈를 잘 반영한 결과다.
든든한 파트너 겸 인생 동반자
이렇듯 서로의 역할에 바쁜 부부 기업인이지만 아무리 일이 많아도 집에서는 절대 일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밖에서는 철저히 대표와 부사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집에 돌아오면 서로에게 헌신적인 부부 사이로 돌아갈 뿐이다. 남편은 피곤한 아내를 위해 아침밥을 짓고 집안일을 도와주고 아내는 피곤한 남편의 발에서 손수 양말을 벗겨주곤 한다.
“남들은 뭐 양말까지 벗겨 주냐고 하지만 대신 아침을 얻어먹잖아요. 제가 더 이득이죠?(웃음)”(김영미) 주말이면 함께 골프하러 나가기도 하고 오붓하게 영화도 본다. 사업과 가정을 함께 꾸려나가는 상대인 만큼 더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더 많이 인정해 주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목표는 서로 달라요. 제 목표가 가맹점 1000호의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라면 아내의 목표는 한국 미용 기술과 서비스를 세계에 선보이는 것이죠. 이렇듯 서로 다른 목표지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업 파트너이자 동반자가 함께하기 때문에 반드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자신합니다.”(이명훈)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