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위기의 한국 건설 ‘희망 찾기’

‘건설산업, 왜 아직도 혁신인가?’

우리나라에서 건설 산업만큼 논쟁적인 산업 분야는 없다. 중동의 모래사막을 누비며 귀중한 외화를 벌어들여 산업화의 기틀을 다진 자랑스러운 과거를 갖고 있지만 건설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환경 파괴라는 우려와 함께 이제는 건설·토목 중심의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도 경기가 곤두박질치면 어김없이 건설 경기 활성화가 부양책의 최우선 카드로 꼽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수백층짜리 해외 초고층 타워를 우리 손으로 짓지만 대다수 지방 건설사들은 부도 직전의 처지다. 과연 건설 산업에는 미래가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을 내놓고 있다. 한국 건설 산업의 성장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내놓은 결론은 ‘혁신’이다.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면 건설 산업은 훌륭한 미래 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치는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추진해야 할 혁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데서 빛을 발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건설공사 발주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제도는 건설사들의 기술 경쟁을 촉진하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는 역할만 한다. 1990년대 정부는 최저가 낙찰 제도가 부실 공사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다양한 입찰 방식을 도입해 왔다.

1993년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가 나왔고 2007년에는 ‘기술 제안 입찰’과 ‘설계 공모, 기술 제안 입찰’을 선보였다. 그러나 건설사들의 기술경쟁을 촉진한다는 본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리스크 요인들이 산재해 있는 건설 산업은 특성상 일반 제조업처럼 기업 스스로 기술 개발에 투자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가 매우 어려운 분야다. 그래서 수주 산업의 특성을 살려 정부나 발주자가 경쟁 입찰을 통해 건설사들의 기술 개발을 유도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건설사들 사이의 기술 경쟁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공공 공사마저 기술 경쟁보다 예정 가격 대비 낙찰률이 중시되는 현실이다. 선진국들처럼 낙찰률보다 ‘예산 범위 내에서 사업 가치 극대화’로 평가 잣대를 바꾸어야 한다.


Mind the Gap 위기의 미국 금융

김충곤 지음/336쪽/북오션/1만7000원

런던에선 지하철역마다 계속 기계적으로 되풀이해 ‘마인드 더 갭’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전동차와 승강대의 틈새를 조심하라는 뜻이다. 이러한 틈새·간격·차이에 대한 무지가 엄청난 참사를 부른다.

월스트리트의 몰락도 틈새 관리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와코비아은행 한국 대표를 역임하고 지금은 뉴욕에서 근무하는 저자가 미국 금융의 문제점을 파헤친 생생한 현장 보고서다.


도난당한 열정

윤건일 지음/228쪽/시대의창/1만2800원

최근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이 심심치 않게 터진다. 피의자들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익을 팔아먹은 ‘산업스파이’나 ‘매국노’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저자가 끈질긴 취재를 통해 밝혀낸 기술 유출 사건의 실상은 충격적이다.

천문학적인 피해액은 상당 부분 허구이며 많은 연구자들이 억울한 누명을 쓴 채 고통 받고 있다. 보호해야 할 기술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도 억울한 피해를 부채질한다.


중국 읽어주는 남자

박근형 지음/256쪽/명진출판/1만4000원

중국 현지에서 중국 근현대사와 티베트 역사 연구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인문학적 프레임으로 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본다.

저자는 중국인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표피적인 것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그들의 집단무의식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중국인들은 한국인과 다르게 역사에 대한 기억과 집단무의식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작아서 더 강한 기업 스즈키

스즈키 오사무 지음/김소운 옮김/252쪽/리더스북/1만3000원

일본의 소형차와 바이크 전문 회사인 스즈키의 80세 현역 최고경영자(CEO) 스즈키 오사무 회장이 쓴 경영 에세이다. 스즈키는 글로벌 경제 위기, 자동차 시장의 장기 불황, 도요타 쇼크라는 3대 악재 속에서도 흑자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는 독특한 기업이다.

많은 기업이 ‘더 크게, 더 높이, 더 빨리’를 외칠 때 스즈키는 고집스럽게 ‘작게, 적게, 가볍게, 그리고 천천히!’를 외친다.



경제·경영 베스트셀러(6.10.~6.16)

1.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김미경 지음/21세기북스/1만5000원
2.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티나 실리그 지음/이수경 옮김/엘도라도/1만2000원
3. 유머가 이긴다/신상훈 지음/쌤앤파커스/1만3000원
4. 오리진이 되라/강신장 지음/쌤앤파커스/1만4000원
5.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김/부키/1만4000원
6. 혼창통/이지훈 지음/쌤앤파커스/1만4000원
7. 스위치/칩 히스 외 지음/안진환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5000원
8. 화폐 전쟁2/쑹훙빙 지음/홍순도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2만5000원
9. 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 지음/노정태 옮김/김영사/1만3000원
10. 삼성을 생각한다/김용철 지음/사회평론/2만2000원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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