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후폭풍, 與 춘추전국시대 열리나

여의도 생생토크

6·2 지방선거 후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쇄신’을 위한 딜레마에 빠졌다.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정몽준 대표가 사퇴했고,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전대)가 7월 중순 열리지만 정작 변화와 쇄신을 주도할 ‘당 대표감’이 마땅하지 않아 고민이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무성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0.6.11 /양윤모기자yoonmo@hankyung.com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등 계파 대표 주자들마저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흥행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우후죽순 ‘마이너리거’들의 당권 도전 움직임이 잇따르면서 당내 세력 재편 움직임마저 감지된다.

친이(친이명박)계의 경우 4선의 안상수·홍준표 의원에 이어 재선인 정두언 의원이 당권 도전을 선언했고 3선의 심재철, 재선의 이군현·박순자(여성) 의원 등이 차기 대표를 노리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서도 박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3선의 서병수 의원과 재선의 이성헌·유정복·이혜훈(여성) 의원 등이 당내 경선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원 명단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던 초선 조전혁 의원도 전대 출마를 선언했다. 계파 내에서 통일된 단일 후보가 나오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다.

예컨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출마 후보의 개인 친밀도에 따라 지지 그룹이 재편되는 양상도 뚜렷하다. 이 와중에 중도파에선 4선의 남경필, 3선의 권영세, 재선의 나경원, 초선의 김성식 의원 등이 움직이면서 친이계·친박계 소장파를 잠식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누구도 ‘대세론’을 형성하지 못했다.

안상수·홍준표 두 전직 원내대표는 6·2 선거 책임론에서 아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평이다. 초선 소장파들은 “정치적 영향력과 무게감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지만 당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신선한 재료는 아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두 후보를 제외하고 다른 후보들의 ‘세(勢)’가 강력하게 형성되는 분위기도 아니다. 이를 두고 당 내에선 “집권 여당의 당 대표 경선이 ‘무주공산’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까지 표현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젊고 활력 있는 여당으로의 변모’ 발언을 계기로 임태희 노동부 장관, 김태호 경남지사 등이 잠재 주자로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내 세력 재편 움직임도 감지돼

계파 핵분열의 특징은 여당 의원들의 6·2 선거 참패에 따른 위기감이 굉장히 크게 작용했다는 점이다. 특히 유권자의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 민심 이반에 경악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수도권에서만 2위 정동영 후보와의 격차를 317만여 표나 벌리며 총 531만 표 차로 당선됐고, 한나라당은 지난 2006년 총선에서 수도권 111개 지역구 중 서울·인천·경기 등에서 무려 81개를 휩쓸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수도권 민심은 완전히 돌아섰다. 2006년 독식하다시피했던 수도권 기초단체장 66곳 중 41개(77%)를 이번 선거에서 야당에 내줬다.

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 상당수는 다음 총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특히 친이계 소속 의원들은 구심점이 없어 저마다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살벌함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여당의 위기감을 추스르고 안정감 있는 정치력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후보들이 ‘그 나물에 그 밥’, ‘흥행 카드 없는 전대’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결국 ‘박근혜 출마 불가피론’에 계속 군불이 지펴지는 형국이다.

이준혁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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