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유로화 위기는 금융 엘리트 집단의 음모”

쑹훙빙 중국 글로벌재경연구원장

쑹훙빙(42) 중국 글로벌재경연구원장의 논지는 너무나 선명하다. 때로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다. 그가 쓴 화제의 베스트셀러 ‘화폐전쟁’과 ‘화폐전쟁2-금권천하’는 지금까지 어떤 주류 경제학자도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파편화된 정보에 만족해야 하는 오늘의 냉혹한 현실에 비춰 보면 세계경제를 주무르는 국제 금융 엘리트와 단일 화폐, 세계정부라는 쑹 원장의 ‘거대 담론’은 단순한 음모론으로 치부해 버리기 어려운 매력을 갖고 있다.

유럽이 새로운 금융 위기의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는 이때 쑹 원장의 이름을 떠올린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는 지난해 2010년 중반 2차 금융 위기가 터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쑹 원장은 e메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로화는 세계 단일 화폐의 테스트”라며 “이번 위기를 계기로 유럽중앙은행이 강력한 권력 기구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2010년 중반 미국발 2차 금융 위기를 경고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이런 경고는 여전히 유효한가요.

그렇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유럽과 미국의 은행 시스템에 부실채권이 대거 쌓였지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조치로 은행의 부실 자산이 정부로 넘어갔고 이 과정에서 정부는 막대한 채무를 지게 됐어요.

지금 2차 금융 위기가 재정 위기의 방식으로 폭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지요.

그 배후엔 간단한 기술 조작이 아닌 더욱 심각한 문제가 놓여 있어요. 미국 증시를 보면 6일간의 폭락으로 올해 상승 폭을 모두 반납했어요.

유로화 시스템의 위기를 포함한 이 같은 문제는, 많은 사람이 금융 위기가 끝났다고 보지만 실제로는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당장 남유럽의 재정 위기가 큰 문제예요. 더 넓은 시야로 보면 일본의 채무가 급증하고 미국에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부실채권이 최고조에 이르는 문제들이 계속 발생할 겁니다.

최근 유럽의 금융 위기도 금융 엘리트 집단의 음모라고 볼 수 있습니까.

유로 시스템은 유럽과 미국의 인재들이 50년에 걸쳐 만든 계획의 산물입니다. 세계 화폐의 테스트이자 시험 대상이죠. 금융시장은 ‘통일된 화폐는 본질적으로 좋다’는 인식을 하는 데도 왜 유로화 문제가 생긴 것일까요.

각국의 재정과 세수 시스템이 일체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일부 국가는 부채가 많고 일부 국가는 독일과 프랑스처럼 재정이 비교적 튼튼해요. 영국 총리에서부터 유명 경제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유럽의 재정과 세수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금융 주권의 상실을 의미하지요. 이 과정에서 마지막 권력은 어디로 집중될까요.

유럽중앙은행인가요.

그렇죠.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국민들에 의한 선출이라는 제약도 받지 않는 유럽중앙은행의 손에 권력이 몰리는 거죠. 유럽중앙은행은 각국의 재정과 세수를 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유럽중앙은행은 미래에 유럽에서 가장 큰 권력 기구가 될 거예요.

유럽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민주제도의 제약도 받지 않아요. 그러면 누가 이들을 통제할까요. 유럽과 미국의 금융 엘리트 집단에 대해 정치가나 입법 기구는 감히 누구도 나서서 제약을 가하지 못해요. 바로 제가 두 번째 책에서 말한 ‘금융 독재’의 개념이 이것입니다.

세계 정부의 탄생과는 어떻게 연결됩니까.

금융 엘리트 집단은 유럽의 금융 주권을 꽉 움켜쥐고 나서 유럽합중국을 만들고 이어 최종 목적지인 통일된 유럽공화국 건설에 나설 거예요. 일본과 영국, 미국의 채무가 과도한 것을 고려하면 훨씬 큰 규모의 재정 위기가 앞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요. 이는 세계 여론으로 하여금 ‘유럽으로부터 배우자’는 목소리를 내게 만들 겁니다.

모든 국가의 재정과 세수가 통일된 재정 규율을 갖게 되는 거죠. 이는 세계 정부의 기초 모형이 될 겁니다. 위기를 지나면서 각국은 금융 주권을 상납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전 세계 중앙은행으로 떠오를 수 있어요.

금융 시스템에 대규모 위기가 발생하면 각국 정부는 금융 주권을 넘기라는 압박을 받게 되고, 이는 전 세계 통일 통화의 기초를 만들게 됩니다. 이러한 금융 엘리트 집단의 장기적인 계획이 존재할 가능성이 커요.

‘화폐전쟁’에 대해 근거가 부족한 음모론이라는 비판도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문제를 설명하는 논리의 구성이 성립되느냐예요. 어떤 꼬리표를 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죠. 만일 미래를 예측하는 이론이 미래 발전의 상황에 대체적으로 부합한다면 그 이론은 제자리를 잡게 됩니다.

어느 사회나 피라미드 구조를 갖고 있어요. 소수 정예가 영원히 다수를 통치하는 거예요. 동서양이 똑같아요. 단지 동양은 권력의 피라미드로, 서양은 채무의 피라미드로 사회를 통제하는 차이죠.

실제 누가 통화 발행권을 독점하느냐, 누가 금융 주도권을 장악하느냐가 금권의 힘을 만들지요. 이 힘은 정부를 제약하고 정부가 양보하도록 이끌어요. 이 같은 통치 사슬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는 겁니다. 소수가 다수를 통치하는 방식은 각각의 특색이 있어요. 이것이 제가 문제를 인식하는 기본 틀입니다.

미국이 위안화 절상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위안화 환율 분쟁은 강대국 화폐 전쟁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어요. 위안화 환율 문제는 이미 경제 범위를 넘어선 정치 이슈입니다. 미국이 거대한 무역수지 적자와 높은 실업률에 대한 희생양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간단히 해석할 수만은 없지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21% 올랐어요. 그런데도 미국의 무역 적자는 계속 확대됐지요. 위안화 절상으로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 수 없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어요.

그러면 미국의 진짜 목표는 무엇입니까.

위안화가 저평가됐다는 것은 미국이 진짜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찾아낸 전술적인 핑계에 불과해요. 진짜 목적은 미국이 거대한 국채 위기에서 빠져나오는데 중국이 도움을 주도록 하는 겁니다.

막대한 재정 적자와 만기가 된 채무와 이자 등을 감안하면 올해 미국 정부의 융자 규모는 3조5000억 달러에 달해요. 아직도 여기서 1조5000억 달러가 부족한 상태죠. 이것이 미국이 위안화 환율을 교란하고 있는 진짜 목적이에요.

동북아 경제 공동체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중국과 한국, 일본의 공업과 산업구조는 매우 높은 상호 보완성을 갖고 있어요. 특히 한국은 1990년대 이후 중국에 대한 투자와 기업 진출이 크게 증가했어요. 이것은 양국의 상호 보완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국은 국내시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노릴 수밖에 없는 처지예요.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으로 시야를 넓힐 때 중요한 전략 기지 중 하나예요.

중국 자체가 거대한 시장이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은 그들의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죠. 한국과 일본의 다국적기업 발전 과정이나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 과정을 보면 공통된 문제점이 나타납니다. 바로 산업은 앞서가지만 금융이 심각하게 낙후돼 있다는 거죠.

산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겁니까.

금융은 모든 산업 발전의 전략적 공군사령부입니다. 금융은 기업의 세계화를 보호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하죠. 유럽과 미국의 발전 과정에서도 이런 사실을 볼 수 있어요. 미국과 유럽의 세계화와 다국적기업의 세계적 확장은 금융의 확장과 그 맥을 같이해요.

현재 한·중·일의 기업들은 아주 빨리 가고 있지만 금융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요. 이를테면 일본 기업이 미국에서 왜 ‘도요타 리콜’ 사태와 같은 문제를 빈번히 일으킬까요.

가장 큰 원인은 일본이 미국이나 세계에서 금융의 영향력이 충분히 크지 않기 때문이에요. 일본은 세계시장에서 산업 활동을 하면서도 현지 정부에 제대로 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합니다.

일본 기업들이 금융 권력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도요타 사태는 일본 기업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적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어요.

지나친 비약 아닌가요.

반대로 생각해 보죠. 월스트리트는 왜 워싱턴의 정책에 그토록 큰 영향력을 갖고 있을까요. 유럽 금융기구와 기업들이 유럽 각국 정부나 전 세계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그들의 거대한 금융 파워에서 나옵니다.

만약 정부가 그들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각국 정부와 ‘게임’을 할 수 있는 강력한 협상 능력을 갖게 되는 거죠.

하지만 한·중·일을 보면 아직 이런 수준에 이르지 못했어요. 그 때문에 동아시아공동체 발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목표는 높은 수준의 금융 융합입니다.

어떤 형태의 협력이 가능할까요.

경제공동체를 논의할 때 우리는 종종 경제적인 측면에만 국한해 생각합니다. 하지만 금융 측면에서도 심도 깊은 협력을 논의할 수 있어요.

유럽은 이번 유로 위기가 도래하고 나서야 뒤늦게 7500억 유로의 구제금융안을 생각해 냈고 아직도 어떻게 이 자금을 마련할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아요.

한·중·일은 이번 금융 위기 때 미국이 보여준 ‘구제금융 계획’을 본보기로 삼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2차 금융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면 유럽이 밟았던 전철을 되풀이할 수 있어요.


쑹훙빙 글로벌재경연구원장은…

1968년 중국 쓰촨 출생. 둥베이대 자동제어학과 졸업. 미 아메리칸대 정보기술공학 석사. 2002년 프레디맥·패니메이 시니어 컨설턴트. 2008년 홍위안증권 수석 국제금융전략분석사 및 기관융자부 사장. 2009년 뉴스위크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40인’ 선정, 글로벌재경연구원장(현).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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