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만 한국레노버 사장
애플에 아이패드가 있다면 레노버에는 아이디어패드가 있다. 올 초 소비자 가전쇼(CES)에서 선보인 ‘아이디어패드 U1’은 노트북과 태블릿 PC의 장점을 결합한 독특한 콘셉트와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2개의 중앙처리장치(CPU)가 들어 있어 모니터를 본체에서 떼어내 아이패드처럼 태블릿 PC로 쓸 수 있다.같은 행사에서 공개한 스카이라이트도 혁신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레노버는 스마트폰과 넷북의 기능을 모두 갖춘 이 제품에 ‘스마트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박치만 한국레노버 사장은 “공식 출시되면 언제든 한국 시장에 들여올 수 있다”며 “문제는 유통망과 판매 채널”이라고 말했다.
레노버는 현재 세계 PC 시장의 4위 업체다. 1984년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허름한 경비 초소에서 직원 10명으로 출발한 레노버는 지난 2005년 IBM PC부문을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박 사장의 신대방동 사무실에는 레노버 신화의 모태가 된 중관춘 경비 초소의 흑백사진과 초현대식으로 지어진 베이징 신사옥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삼성전자 국내 영업부장 출신인 박 사장은 “레노버는 중국의 삼성전자”라고 말했다.
“베이징 공장에 가면 과거 삼성전자 수원공장에서 느꼈던 활력과 에너지가 똑같이 느껴집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 졸업생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 하는 회사가 바로 레노버죠.”
세계 PC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때 고전했던 레노버는 작년 초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분기 레노버는 세계 5대 PC 기업 중 가장 높은 58.3%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요즘 PC 시장의 중심 트렌드는 모바일이에요. 한국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노트북 수요가 데스트톱 수요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노트북에 강한 레노버에는 더 많은 기회가 오는 거죠.”
레노버의 새로운 글로벌 전략에서 보면 한국은 추가적인 성장이 필요한 신흥시장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국과 전 세계 기업용 PC 시장은 최대한 지키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시장과 소비자 및 중소기업 시장은 적극 공략하는 ‘프로텍트&어택’ 전략을 펴고 있다. 한국레노버가 지난해 8월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노트북 브랜드 ‘아이디어패드’를 선보인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박 사장은 과거에는 중국산 PC에 대한 편견이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HP나 델은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PC도 대부분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레노버는 중국 기업이라기보다 글로벌 컴퍼니”라며 “시스템을 중시하는 서양의 장점과 신흥시장으로서의 활력이라는 동양의 장점을 함께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레노버의 글로벌 본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랠리에 자리 잡고 있다.
박 사장은 “한국은 가격만 갖고는 절대 팔리지 않는 시장”이라고 말한다. 성능과 사양에 대한 요구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요즘 TV에서 시작된 3D 붐이 PC로 확산되는 추세예요. 이에 따라 고성능의 기업용 노트북인 레노버의 싱크패드 제품들이 의외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가능성도 있어요. 가격을 약간 낮춘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여 이런 수요를 적극 공략할 계획입니다.”
약력 : 1960년생. 84년 경북대 전자공학과 졸업. 84년 삼성기술연구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매니저. 2000년 AMD 코리아 사장. 2003년 델 인터내셔널 상무. 2005년 와이즈테크놀로지 사장. 2007년 한국레노버 RM 지사장. 2008년 한국레노버 사장(현).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