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의 아버지] 대를 이은 ‘아침 습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나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아버지, 형님과 함께 매일 집 근처 동산을 한 바퀴 돌고 난 후 7시께 식사하고 등교하곤 했다.

여느 때와 같이 아침 6시에 큰놈과 작은놈(중2, 초5)을 깨워 아침 식사를 하는데, 오늘은 큰놈이 “아빠, 아빠는 언제부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기셨어요?”라고 묻는다.

그 말에 나는 자연스럽게 “아마 아빠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라고 대답해 줬다. 출근길 차를 타고 오면서 35년쯤 전 추운 겨울날 “산책을 가자”며 형님과 나를 깨우시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나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아버지, 형님과 함께 매일 집 근처 동산을 한 바퀴 돌고 난 후 7시께 식사하고 등교하곤 했다.

물론 중학교 이후에는 아버지(내가 중학교 3학년 때 돌아가셨다)가 고혈압 때문에 아침 운동을 같이 못하셨지만 늘 아침 6시가 되면 삼형제를 깨워 운동을 내보내셨다.

물론 지금 우리 가족은 아침 운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항상 두 아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하고 출근한다. 주중에 아이들과 식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아침 식사 시간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교의 선생님 별명이 재미있다”, “어제 축구를 했는데 골을 넣었다”, “어제 수련회를 갔다 왔는데, 아빠 어릴 때도 그런 수련회가 있었느냐”는 등 중학교 2학년 큰아들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변잡기를 늘어놓는다. 언뜻 그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내게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다.

그리고 아이들 엄마는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0시에 침대로 들어가니 다른 친구들과 하루에 아침저녁으로 1시간 이상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겹치지 않아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휴대전화로 채팅하는 시간이 다른 애들보다 적다”고 좋아한다.

물론 아이들 엄마가 이야기하는 장점은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마도 그 시절 아버지는 내가 지금 그러하듯이 자식들에게 부지런한 습관을 몸에 배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하셨던 것 같다.

당시 나 역시도 다른 집은 이렇게 일찍 일어나지 않는데 “왜 우리 집은 이렇게 일찍 일어나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졌듯이 지금 우리 아이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큰놈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는 “우리 가족은 6시에 일어나서 같이 아침 식사를 해야 된다”고 선언했다. 물론 그 시절 아버지도 구체적으로 왜 그래야 하는지 설명해 주시지 않았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느낀다. 아버지는 5시께 일어나 영어 회화 테이프를 1시간 정도 청취하고 우리 형제를 깨우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몸이 불편하시면서도 매일 아침 자식들을 깨웠던 아버지는 평소 당신께서 후배들에게 말씀하셨던 “세상의 일은 70%가 본인의 부지런함에서 비롯되고 30%는 그가 가진 환경이나 운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철학을 아무런 사족 없이 실천하셨고 자식들에게 배우도록 하신 것 같다.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왜 부지런함의 습관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인지 알려주시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이해할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는 이미 알려주실 수 없는 곳에 계셨다.

나는 이제 아들에게 ‘왜 할아버지가 나에게 아침 습관을 길러주셨으며 그런 습관이 아빠의 인생에서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자세히 알려주고 제대로 된 동의를 구할 때가 된 듯하다.

가끔 어머니가 집에 오셔서 내가 아이들을 깨우는 모습을 보며 “애들은 잠을 충분히 자야 잘 크고 건강하다”고 말씀하신다. 그렇지만 그 음성 속에는 무언가 아버지의 습관을 당신의 손자에게 알려주는 모습이 싫지 않으신 듯하다.

내일 나는 또 5시께 일어나 아침 신문을 읽고 내 처와 아이들을 깨울 것이다. 주말에도 6시 20분께 식사하는 것은 주중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 주말쯤 큰놈과 북한산 등산을 하면서 할아버지의 아침 습관에 대해 이야기해 주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가족이 같이 아침 식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들 엄마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1964년 서울 출생. 성균관대 회계학과 학사 및 석사. 삼성자산운용 리서치팀장.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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