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 ‘직격탄’…건설사 ‘전전긍긍’

경남은행발 ‘PF 대출 대란 오나’

경남은행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사고가 발생,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착수했다. PF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터져 나온 대형 금융 사고에 PF 대란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경남은행에 따르면 경남은행 서울영업부에 근무하는 장모 부장은 2008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PF 사업장의 시행사나 투자회사 등이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대출받을 때 은행 몰래 문서를 위조해 수천억 원대의 지급보증을 섰다.

경남은행은 지난 5월 한 캐피털사로부터 200억 원의 지급보증 이행 요구가 접수되자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고 금감원은 5월 13일 검사역 4명을 투입해 경남은행에 대한 검사를 실시 중이다.

금감원은 일단 장 부장이 은행의 법인 인감을 무단 도용하고 사문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총 44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저축은행 등 10여 곳에 무단 지급보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장 부장이 지급보증 등을 해준 상대 금융회사는 서울 소재 저축은행 10곳과 캐피털사 등을 포함해 13~14곳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 중 한 곳은 장 부장의 지급보증을 받아 실제로 PF 사업장에 대한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에 금융권은 물론 건설 업체들도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PF 부실 대출 문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져들고 미분양 주택이 적체되면서 건설 업체는 물론 금융권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실제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접어들면서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이 계속 높아져 지난해 12월 말 현재 6.37%에 달하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08년 6월 말 3.58%에서 12월 말에는 4.40%로 높아졌고 지난해 6월 말 5.91%로 오르는 등 매 조사 때마다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로 시중은행까지 부실 점염

부동산 PF의 부실과 위험성이 언론 등을 통해 수차례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이를 인지하지 못한 금융 당국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PF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미래의 수익을 담보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현시점에서 대출 받는 것으로 대규모 자금에 대한 리스크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금융권에서는 경남은행 내에서 2008년부터 부동산 PF 부실 돌려막기가 불법으로 이뤄져 왔는데도 이 같은 사실을 2년 넘게 파악하지 못했다. 경남은행의 모회사인 우리금융과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보는 우리금융과 자회사인 경남은행과도 경영 정상화 이행약정(MOU)을 맺고 분기별로 경영 실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우리금융은 물론 예보의 내부 통제 및 관리 감독 소홀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커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다른 지방은행과 저축은행들도 이번 사건이 자칫 업계 전반의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당수 저축은행은 PF 대출 부실로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해 있고 지방은행마저 연쇄 부실의 늪에 빠질 위험이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들이 남발한 ‘묻지 마’ PF 대출의 위험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부터 PF 대출 비중을 줄이고 충당금을 추가적으로 쌓도록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전북의 최대 저축은행이던 전일저축은행은 작년 말 PF 대출 부실로 문을 닫았고 금융감독원은 급기야 지난 4월 저축은행이 보유한 673개 PF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최근 건설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퇴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PF 대출 부실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6월 말 PF 대출 조사 결과와 향후 대책을 묶어 발표할 예정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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