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명품 비즈니스 벗기다] 루이비통·구찌 ‘빅2’…신세계 등 추격

국내 명품 업계 지도

명품은 크게 세 가지 루트를 통해 해외에서 들여온다. 첫째, 해외의 명품 기업이 국내에 주식회사 또는 유한회사형태로 직접 진출한 기업을 통하거나

둘째,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이 해외 명품 브랜드 본사와 손잡고 수입하는 형태다. 마지막으로는 온·오프라인 쇼핑몰이나 소규모 무역 중개상이 본사가 아닌 해외의 대형 딜러들을 통해 명품을 수입하는 ‘병행수입’의 형태다.

특히 이 중에서도 명품 시장의 성장세를 가장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는 방법은 첫 번째 국내에 직접 진출한 해외 명품 기업 현지법인의 경영 실적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루이비통 브랜드를 유통하는 루이비통코리아가 해외 명품 기업 현지법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비통코리아, 지난해 35% 성장

/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080626..
루이비통코리아는 세계 최대의 명품 업체인 LVMH그룹의 자회사인 루이비통말레티에가 1991년 설립한 기업이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3721억 50만 원, 영업이익은 418억2381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2008년 매출액 2811억9800만 원, 영업이익 309억5929만 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34%, 35% 증가한 수치다.

루이비통코리아와 함께 국내 명품 업계를 이끌고 있는 곳은 구찌그룹코리아다. 1998년 국내 회사인 성주인터내셔널로부터 구찌 사업부문과 관련된 자산을 인수해 출범한 이 회사는 2008년 매출액 2014억2596만 원, 영업이익 252억2120만 원의 경영 실적을 기록했다. 2009년 들어서는 매출액 2820억5687만 원, 영업이익 452억9068만 원을 올려 전년에 비해 각각 40%, 79% 성장했다.

구찌그룹코리아의 모회사는 LVMH와 명품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PPR(Pinault Printemps Redoute) 그룹 내 구찌그룹이다. 구찌그룹은 구찌는 물론 이브생로랑(YSL), 세르지오 보시, 보테가 베네타, 부쉐론, 알렉산더 맥퀸, 발렌시아가 브랜드 등을 소유하고 있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 펜디코리아, 에르메네질도제냐코리아도 2009년 전년 대비 훌륭한 영업 실적을 기록했다. 크리스챤디올을 유통하는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의 2008년 매출액은 274억9690만 원이었으나 영업손실 20억6648만 원, 당기순손실 27억3069만 원을 기록해 적자가 났었다.

하지만 2009년에는 매출액 317억1307만 원, 영업이익 19억6222만 원, 14억8589만 원으로 점프해 흑자 전환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펜디인터내셔널의 자회사로 설립된 펜디코리아는 2009년 매출액 276억3240만 원, 영업이익 12억4647만 원을 기록했다. 2008년 이 회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49억1823만 원, 8억2967만 원이었다.

이와 함께 고급 남성복으로 잘 알려진 에르메네질도제냐코리아는 2009년 308억1354만 원의 매출을, 31억9551만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에르메네질도제냐코리아는 2008년에 283억3875만 원의 매출을, 21억4072만 원의 영업이익을 낸 바 있다. 2009년 들어 각각 8%, 49% 성장한 수치다. 이 회사는 1997년 설립됐으며 에르메네질도제냐인터내셔널의 100% 자회사다.

프라다코리아도 전년에 비해 2009년 놀랄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 회사의 2009년 매출은 1195억7361만 원으로 전년(620억6632만 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또 2009년 영업이익은 260억4455만 원으로 전년 영업이익 72억9276만 원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

신세계, 20여 개 명품 브랜드 수입 판매

물론 모든 명품 현지법인들의 실적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페라가모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억6449만 원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22억9564만 원 줄어들었다.

페라가모코리아의 200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04억397만 원, 99억643만 원이며 2008년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69억3948만 원, 122억207만 원이었다.

한편 3월 결산법인이기 때문에 아직 2009년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버버리코리아의 8기(2008년 4월 1일~2009년 3월 31일) 매출은 1586억6343만 원으로 전기 매출(1309억883만 원)에 비해 277억5460만 원이나 훌쩍 뛰었다. 또 8기 영업이익 역시 279억2423만 원으로 전기(268억238만 원)에 비해 11억 원 가까이 늘어났다.

해외 명품 기업 현지법인들과 함께 국내 명품 시장을 이끌고 있는 또 하나의 축은 대기업 계열의 명품 수입 업체다. 특히 그중에서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관련 업계의 대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의 주도로 아르마니 등을 들여온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현재 돌체&가바나·센존·코치·디젤을 비롯해 편집 매장인 분더샵을 통해 스텔라 매카트니, 꼼데가르송 등 20여 개의 해외 명품 브랜드를 수입하고 있는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성장세 역시 꾸준하다. 2009년 이 회사의 매출액은 4390억1718만 원, 영업이익은 285억20만 원을 기록했다.

2008년 이 회사의 매출액은 3590억4624만 원, 292억9060만 원이었다. 매출액은 800억 원 정도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억 원 정도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영업외 비용이 2009년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결국 2009년 당기순이익이 249억2807만 원을 기록, 전년(187억2480만 원)에 비해 62억여 원이나 많은 이익을 거뒀다.

이 밖에 제일모직·LG패션 역시 최근 들어 부쩍 수입 명품 업계의 ‘큰손’으로 거듭나고 있다. 제일모직은 최근 1~2년 새 패션 업계에서 가장 뜨고 있는 발맹, 토리 버치, 릭 오웬스, 프링글 등을 잇달아 수입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하던 꼼데가르송 브랜드의 수입권을 획득, 올해 말부터 취급하기로 해 일각에서는 ‘삼성가(家) 패션 전쟁’의 시작으로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LG패션은 2007년부터 이탈리아 명품인 블루마린과 블루걸을, 2008년부터 레오나드, 이자벨 마랑을 수입하고 있다. 또 2009년부터는 조셉, 질 스튜어트, 질 바이 질 스튜어트, 바네사 브루노를 수입 중이다. 또 타임이나 마인 등으로 유명한 중견 패션 업체 한섬은 랑방,끌로에,발렌시아가, 지방시 등 수입 브랜드를 국내에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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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이미지 관리’ 나서는 명품들

중저가 ‘아니죠~’, 명품 ‘맞습니다~’

해외 트렌드를 이끄는 명품 중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중저가’ 대접을 받는 브랜드가 꽤 있다. 1980~90년대 모기업에서 이름만 빌려주고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라이선스 제품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에서는 ‘특급’ 대접을 받는 니나리치·발렌시아가·발렌티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마케팅을 강화하며 명성을 되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니나리치는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국내 중소기업 업체가 만드는 와이셔츠 또는 스카프 회사로 오랫동안 인식됐다. 하지만 2008년부터 제일모직이 마스터 라이선스를 획득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관리하기 시작했다.

‘V’ 상표가 들어간 타월 제품으로 골치를 앓던 발렌티노, 국내엔 구두나 드레스셔츠로 더 널리 알려졌던 발렌시아가 역시 최근엔 본사가 직접 나서 할리우드 스타들이 가방이나 의상을 착용한 모습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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