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증권업계의 어두운 이면 소설로 풀어냈죠”

윤재수 하나대투증권 상담고문

윤재수 하나대투증권 고문이 최근 쓴 책 ‘소설로 배우는 주식투자’는 증권회사 내부에서 벌어지는 임의매매, 통정매매, 비자금, 로비, 줄 세우기 등의 어두운 이면을 다루고 있다. ‘일임매매’는 고객이 종목 선정이나 매수·매도 타이밍을 증권사 직원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임의매매’는 고객의 허락을 받지 않고 증권사 직원이 마음대로 매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연히 불법이다. 임의매매하다 손실이 나면 이를 무마하기 위해 회사의 비자금을 동원해 손실금을 채워 넣는다.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증권사가 손실을 보고 차명계좌는 이익을 얻는 ‘통정매매’로 차명계좌를 불려야 한다. 이것이 들통 나면 금융감독원 감사관들에게 로비를 시도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증권사의 실적 위주 경영과 직원에게 떨어지는 약정금액 때문이다.

윤 고문은 “소설이긴 하지만 얼마든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1976년 한국거래소를 거쳐 1979년 동서증권 입사 이후 30년 넘게 증권가에 근무한 업계의 살아 있는 증인이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비록 ‘픽션’이긴 하지만 지금도 어디에선가 벌어지고 있을지 모를 일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지금도 임의매매가 많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윤 고문은 “증권사 수입은 크게 △주식 중개 수수료 △펀드·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다.

그런데 펀드·CMA는 대형 7~8개 증권사에서만 판매 비중이 높고 나머지 60여 개의 증권사는 여전히 주식 중개 수수료가 수입의 대부분”이라며 “증권사의 최고경영자 또한 2~3년 단기간에 실적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약정(수수료가 떨어지는 거래 대금)을 채우도록 강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일임매매를 해도 고객은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거래 상황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주 없어졌다고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윤 고문은 특히 증권회사의 모순적인 영업 행태를 꼬집었다.

“증권사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이러려면 대형 우량주를 장기 보유하는 것이 방법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수수료 수입이 줄어든다.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을 골라 잦은 매매를 부추길 수밖에 없는 것이 증권업의 현실이다.”

비자금과 로비 시도에 대해 물어보자 “‘스폰서 검사’ 파문을 예로 들면, 모든 검사가 다 부패한 것이 아닌 것처럼 이것도 사회의 일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소설에서는 양심적인 증권사 직원이 와신상담 끝에 실력으로 몰상식적인 상사에게 보기 좋게 한방 먹이고, 비자금 비리를 자신에게 뒤집어씌운 사장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주인공이 실력을 키우는 과정은 ‘개미’ 투자자들에게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윤 고문은 선물·옵션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국내 하루 현물 거래량이 4조 원가량인데, 선물은 40조 원이나 된다. 옵션도 1조 원이 넘는다. 선물·옵션 규모가 미국과 맞먹을 정도다. 한국처럼 작은 시장에서 선물·옵션 비중이 너무 높다 보니 지수를 왜곡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선물·옵션에서 개미들은 정보력·자금력을 가진 큰손들을 절대 이기지 못한다. 주식 투자를 하다가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는 대개 옵션 투자자다.” 옵션으로 큰 이익을 낸 주인공이 허무한 죽음에 이르는 것처럼, 개인이 선물·옵션에 손을 대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약력 : 1949년생. 고려대 법대 졸업. 76년 한국거래소 입사. 79년 동서증권 영업담당, 경제연구소, 운용부장. 98년 동원증권 이사. 99년 교보증권. 2001~2003년 신한금융투자. 2010년 하나대투증권 고문(현).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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