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d] ‘바이 앤드 홀드’…분할 매수도 ‘굿’

6월 이후 주식형 펀드 투자 전략

6월 초 국내 주식시장(KOSPI 기준)은 5.76% 하락했다. 이는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주식시장의 상승 모멘텀 부재 구간에 진입했고 남유럽발 디폴트 리스크가 재차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펀드 투자자들의 대응은 과거와 다른 모습이었다. 즉,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하락할 때 투자자들은 환매를 서두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 관점으로 주식형 펀드에 자금을 유입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3조9768억 원이 주식형 펀드에서 환매되며 월간 최대 유출액을 경신했지만 5월 들어 1조1711억 원이 유입되며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시장이 상승하게 되면 주식형 펀드의 환매를 재개해야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다.


디폴트·더블딥은 ‘없다’

환매를 유보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남유럽의 디폴트 우려 완화다. 남유럽 국가의 디폴트 우려감이 당장 해소되지는 못하겠지만 유럽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공동 기안한 7500억 유로 재정안정기금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최소한 3년간 남유럽 문제 국가들이 디폴트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이 유럽 국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해는 된다.

첫째, 재원의 문제다. 7500억 유로 중 2500억 유로는 IMF로부터 나온다. 지난 3월 말 기준 IMF의 가용 자금은 2473억 달러(약 2000억 유로)에 불과하다. 추가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유하고 있는 금을 팔거나(시가 약 1100억 달러) 회원국으로부터 추가적인 출자를 받아야 한다.

둘째, 공조의 문제다. 7500억 유로 중 4400억 유로는 디폴트 위기가 닥쳤을 때 다른 국가로부터 차관 내지 지급보증을 받아 충당된다. 지난번 85억 유로의 그리스 국채 만기를 넘기는 것도 수개월의 논쟁이 소요됐고 그리스와 독일의 감정싸움 또는 개별 국가 내 여론의 반대에 직면했다.

셋째, 상환 능력의 문제다. 이미 채무 조정에 돌입한 두바이와 같이 결국은 자력 상환에 실패하고 채권자들의 권리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남아 있다.

그러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는 채무 불이행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현실적으로 시장이 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을 때 거래 상대방의 리스크가 확산되며 글로벌 신용 시장이 마비된 것처럼 유로존 주력 국가가 파산하면 국채를 보유한 민간 금융회사의 연쇄 파산과 이에 따른 금융 경색 및 경제 침체가 불 보듯 뻔하다.

IMF의 구제금융이든 다른 국가의 차관이든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이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돈의 힘을 빌려 어떻게든 디폴트는 막아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재정 건전성이 나아질 때까지 버티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기우(杞憂)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더블딥 우려다. 물론 디폴트가 없다고 하더라도 성장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가뜩이나 낮은 생산성과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남유럽 경제에 재정 긴축까지 더해지면서 상당 기간 저성장 기조에 놓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럽 전체 또는 글로벌 전체에 미칠 영향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009년 이후 유럽은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지역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2009~2011년까지 글로벌 경제 성장의 기여도는 중국과 이머징 경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중침체(Double Dip)로 가느냐의 관건도 유럽보다 중국에 달려 있다고 본다. 부동산 시장 과열과 이와 연관된 신용 팽창 때문에 중국 경제도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국이 리스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하반기 글로벌 경제는 2009~2010년 상반기 확장 사이클이 둔화될 여지가 크지만 순환적 경기 조정을 벗어난 이중침체에 베팅해 주식형 펀드를 환매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셋째,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 메리트다. 코스피의 예상 주당순이익(EPS) 기준 주가수익률(PER)은 리먼 사태가 터진 2008년 4분기를 제외하면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EPS 전망치가 얼마나 하향 조정되느냐가 관건인데, 10% 하향된다고 가정하더라도 PER는 9.7배로 충분히 매수할 만한 가격이라고 판단된다. 20% 하향돼 PER 10.5배로 본다면 1600대도 싸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이는 급격한 경기 둔화를 가정한 것이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6월은 2분기 실적이 가시화되는 시기이며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메리트 있어 외국인 매도 멈춘다

덧붙여 말한다면 2009년 3월 이후 지난 4월까지 상승 사이클 구간에서 유럽계 외국인이 매수한 규모는 약 3조5000억 원이다. 5월 이후 25일까지 유럽계 외국인이 매도한 규모는 약 3조1000억 원으로 순매수 자금 중 88%가 빠져나갔다(매수 단가와 매도 단가가 다르기 때문에 수량 기준으로는 이보다 적다).

반면 5월 국내 채권시장에서 유럽계 투자자는 1조4000억 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셀 코리아(Sell Korea)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6월부터는 외국인 매도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위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중·장기적으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개선이 전망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곳곳에 불안 요소가 잠재해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런 시기에는 베타(β)계수가 낮은 가치주 펀드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 베타계수는 펀드 등락률이 주가의 등락률 변동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베타 값이 1 이하면 주가 대비 펀드 변동 폭이 작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증시의 움직임으로 볼 때 성장주에 속하는 정보기술(IT)주나 자동차 관련주의 움직임이 빠르게 나타나므로 가치주 펀드가 꼭 수익률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가치주와 성장주의 고른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또 올 초부터 4월까지 국내 증시의 상승을 틈타 6조 원이 넘는 자금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그러나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했거나 약간의 수익을 거뒀다고 해서 펀드를 환매하는 것은 바람직한 투자 방법이 아니다.

과거 외환위기 때도 그랬고 2008년 금융 위기를 다시 한 번 상기해 보자. 그때 역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는데 반짝 반등에 환매가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 방법은 ‘고점에 가입해 저점에 환매하는’ 최악의 펀드 투자 패턴이다.

물론 당분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등락을 반복하는 박스권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바이 앤드 홀드(Buy & Hold)가 유효할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상승 추세는 유효하며 유럽발 리스크나 더블딥 우려감 모두 결국은 사그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대 수익률을 조금 낮추고 분할 펀드 매수 전략을 취한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안정균 애널리스트

1979년생. 2007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2007년 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현). 펀드 판매 전문인력 자격증, 투자상담사 자격증, 선물거래상담사 자격증 보유.


안정균 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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