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경쟁력 ‘바로미터’…흑자 유지 ‘주목’

경상수지를 이용한 주식 투자법

금리 지표, 환율 동향 및 방향성 지표 등을 이용해 주식시장에 대한 접근법을 살펴보았었다. 이번에는 경제 지표 중에서 주요한 지표인 경상수지를 이용한 주식 투자법을 살펴보자.

한 국가의 경상수지는 ‘무역수지(수출-수입)+서비스 수지+소득 수지+경상이전 수지’로 구성돼 있다. 경상수지는 대부분이 상품의 수출과 수입의 차이에서 발생된다.

무역수지의 흑자에 이은 경상수지의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면 해외에서 한국으로 유입되는 통화량이 늘어난 것을 뜻한다. 국가를 기업으로 말한다면 제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원재료(원유·철강재 등)를 위해 달러를 지불하고 이를 상품으로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고 이익이 발생한 것이다. 즉,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수출하고 남은 돈이 쌓이고 있다는 의미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러 요인들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의 유럽발 금융 위기의 재발 가능성에 따른 외국인들의 매도세 전환은 단기간에 코스피지수를 10% 이상 하락으로 이끌었다.

원화 환율은 절상 추세에서 급속도로 절하되는 양상이다. 지표들의 변화에 따라 일희일비할 수도 있지만 펀더멘털의 근간이 되는 지표들은 조정 국면에서 다시 따져봐야 할 것 같다.

<YONHAP PHOTO-0065> Containers sit on the quay at Southampton port, U.K., on Thursday, June 18, 2009. Britain had a 13 billion-pound ($21.4 billion) budget deficit in June, the most for the month since records began in 1993, as the worst economic slump in a generation ravaged tax revenue and drove up jobless claims. Photographer: Chris Ratcliffe/Bloomberg/2009-07-22 00:51:36/ <저작권자 ⓒ 1980-200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Copyright 2004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
경상수지의 추세적인 기조에 대한 큰 그림을 가지고 살펴보면 여전히 한국의 주식시장은 상승 국면에 있다고 판단된다. 과거 경험치를 비교하는 차트를 보면 경상수지와 코스피지수는 어느 정도 시차를 두지만 동행성을 보였다.

경상수지의 누적 규모와 코스피지수는 같은 궤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경쟁력 지표가 코스피에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코스피 1500~1600 수준에서는 한국 주식시장이 매력적이라는 의견을 필자는 여러 차례 주장했다.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금융시장 내 돈의 흐름을 결정짓는 기대 수익률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일드갭(Yield Gap: 1/per-국고채금리)은 1600 초반대에서는 6%대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은 위험 자산에 대한 회피 현상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펀더멘털을 확인하는 과정보다 위험관리에 치우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는 세계 각국 정부들의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저도 반영되고 있어 안전자산인 채권의 투자 비중을 여전히 높게 가져가고 있다.

삼성생명 주식은 ‘객관적’으로 비싸

지난주에는 한 가지 이슈가 있었다. 액면가 500원의 가치인 삼성생명에 대한 공모주 모집에 19조8000억 원(청약 경쟁률 40.6 대 1)이라는 시중 자금이 몰렸다. 그러면 왜 시중 자금은 삼성생명 공모주에 참여했을까.

삼성생명 공모주 투자자별 이해와 관심은 다를 것이다. 혹자는 ‘금융 위기가 닥치더라도 삼성생명은 튼튼하게 유지될 것이다’, ‘코스피지수에서 4번째로 높은 시가총액을 형성하는 대표 금융주이기 때문이다’, ‘다른 공모주 청약보다 많은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다’ 등등 여러 가지 이유들을 투자 목적으로 제기했다.

하지만 필자의 고객들은 삼성생명 공모주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기준에서 싸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의 주식 가치는 단순 계산해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 이하이면서 주가순자산배율(PBR)은 2배 수준(공모가격 11만 원 기준)이었다. 회계연도 2011년 예상 주가수익률(PER)도 18~20배 정도다. 일드 갭에서 사용하는 기대 수익률 ‘1/20=5%’ 수준에 그친다.

회사채 등급으로 따지면 ‘A’ 수준이다. 물론 가장 안전하고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 기업이기 때문에 좀 비싸더라도 매수할 수는 있지만 필자는 좀더 적정하게 싸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생명에 이같이 가치 평가와 다르게 자금이 유입된 이유는 위험 선호도가 매우 낮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언제든지 새로운 제2의 금융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는 측면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 자금은 여전히 위험 자산보다 안전 자산을 선호하고 있다. 정부의 대응도 여전히 보수적인 상황, 즉 금리 인상인 출구전략에 대해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모든 투자 참여자들이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주가지수를 이끄는 건 다름아닌 ‘기업이익’

그런데 한국의 경쟁력을 가시화해 주는 경상수지는 누적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원화 절하 효과가 무역수지 흑자를 확대해 준 결과도 포함되지만 한국 대표 기업들의 경쟁력은 환율 요인보다 해외 공장에서의 가동률 상승, 제품에서의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 등으로 수출 기반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무역수지 증가세, 경상수지 증가세가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경상수지의 추세적인 증가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이익 증가세는 코스피지수를 상승 국면으로 유지해 줄 것이다.

경상수지는 1개월 정도 뒤에 발표되지만 무역수지는 같은 달에 발표된다. 무역수지와 경사수지의 궤적을 살펴보면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지표를 확인한다면 뉴스와 이슈에 의한 조정 국면에서도 중·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인다고 내수주에 투자하는 단순한 방식의 투자 전략은 위험할 수 있다. 이제는 원화가 절하됐기 때문에 수출주에 투자해야 하는지, 안정적인 주식이라고 생각되는 기업에 가치 평가 기준에서 비싸더라도 매수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할 시기인 것 같다.

금리와 환율 등 거시 지표들의 변화, 방향성, 상대적인 위치 등을 살피고 한 국가의 경쟁력 지표를 점검하면 코스피지수의 상승 국면, 혹은 하락 국면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일정 기간 차익 실현, 혹은 조정 국면은 여러 심리적인 요인들이 반영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코스피지수 1600 전후는 일드 갭 측면에서도 저평가 영역에 있으며 12개월 PER 8~9배 초반(=기대수익률 11~13%)이다. 한국의 경상수지는 누적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살펴보고 기업들의 성장성과 가치 평가를 해 보면 매력적인 기업들은 여전히 많다.

금리 인상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모두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삼성전자와 같이 순부채가 마이너스(순현금 상태)인 경우 금리 인상은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환율 변동성에 따른 수출주와 내수주를 가르는 논리와 금리 인상이 곧 주식시장 부진이라는 단순 논리는 지양돼야 한다.

중국은 긴축정책을 사용하면서 한편으로는 내수 진작을 촉진하고 있다. 지표와 정책 변화만 가지고 기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만을 빌 따름이다. 한국의 경상수지는 1월 6억3000만 달러 적자 이후 2월 1억6000만 달러 흑자, 3월 18억 달러 흑자, 4월에도 14억9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민후식 본부장

1962년생. 한국외국어대 졸업. 미 덴버대 MBA. 고려증권·동양증권·한국투자증권 IT 부문 애널리스트 18년. 2007년 템피스투자자문 운용본부장(현).

민후식 템피스투자자문 운용본부장 hoosik_min@temp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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