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기업 치명타…내수 침체도 불 보듯

누구를 위한 금리 인상인가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민간 연구소나 언론을 통해 솔솔 나오고 있다. 여유 자금이 많은 사람은 금리 인상이 반가울 것이고, 부채가 많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때문에 이해 당사자에 따라 금리 인상에 대해 서로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떤 정책이 바뀌면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손해를 보는 사람이 나오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국가나 사회 전체가 플러스 섬이 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 나오는 금리 인상 주장이 과연 우리나라 전체에 플러스 섬이 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시중금리가 3%이고 우리나라의 시중금리가 6%라고 가정해 보자. 전 세계의 금리 수준이 같지 않은 것은 지정학적 위험(country risk) 때문이다.

금리 수준이 낮을수록 그 나라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선진국 금리가 3%이고 개발도상국 금리가 4%라면 겨우 1% 차이를 보고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는 자본가는 없다.

겨우 1%의 금리 차이 때문에 돈을 제때에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나라에 돈을 맡기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나라 간의 금리 차이는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특정 국가에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금리를 6%에서 8%로 올린다면 국제 투기 자본(hot money)의 입장에서는 컨트리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2%의 추가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금리 안정

이렇게 되면 국제 투기 자본들은 우리나라 채권시장으로 몰려들게 된다. 그러면 시장에서는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원화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금리가 6%일 때 달러당 환율이 1000원이었다면 금리가 8% 정도로 오르면 환율이 900원으로 내려앉는 것이다. 환율이 내리면 수입 물가도 따라서 내리게 된다. 이 때문에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금리 인상은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과 금융비용 증가라는 두 가지 요소로 작용한다. 두 요소 모두 수출 기업에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된다. 예를 들어 전자레인지를 100달러에 매년 1만 개씩 수출하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이 회사의 매출액은 달러화로 표시하면 100만 달러다. 이 수출 대금을 원화로 바꾸면 환율 1000원 기준으로 하면 10억 원이 된다. 그런데 원가가 9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영업이익은 1억 원이 되며 금융비용 5400만 원(제조원가 9억 원×금리 6%)을 감안하면 세전경상이익은 4600만 원 흑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위적인 금리 인상으로 금리가 8%로 오르고 환율은 900원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전자레인지의 수출 단가는 100달러 그대로이고 수출 물량도 1만 개 그대로이기 때문에 달러 표시 매출액은 100만 달러 그대로지만, 이를 원화로 환전하면 9억 원밖에 되지 않고 이는 제조원가 수준에 불과하다(부품 등을 모두 국내에서 조달한다고 가정).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금리가 기존의 6%에서 8%로 올랐기 때문에 금융비용은 7200만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결국 인위적인 금리 인상은 연간 4600만 원의 흑자를 내던 수출 기업을 연간 7200만 원의 적자 기업으로 만든다. 수출 경쟁력을 약하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적자 수출 기업이 늘어나면 도산, 또는 수출을 포기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경상수지가 악화된다. 자연히 시장에서는 달러가 귀해진다. 그러면 환율이 다시 오르면서 수입 물가가 치솟게 되는 것이다.

금리를 인상하면 국제 투기 자금의 유입 등으로 자본수지 흑자 폭은 늘어나겠지만 그와 반대로 경상수지 흑자 폭은 줄어들게 된다. 이러다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누적되면 국제자본의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늘면서 썰물 빠지듯 일순간에 자금이 싹 빠져나가게 된다. 2008년 4분기 사태의 원인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나 한국은행의 고민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수출 기업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는 우리 기업보다 훨씬 경쟁 환경이 유리하다. 일본의 경우 환율의 영향을 받지만 반대로 제로 금리에 가까운 자본 조달이 가능하다. 같은 전자레인지를 만들 때 제조원가 비율이 90%로 같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기업은 8%의 높은 금융비용을 감당하는 반면 일본 기업은 1% 정도의 낮은 금융비용만을 부담한다면 경쟁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중국 기업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하다 치더라도 위안화 환율이 달러에 고정돼 있으므로 훨씬 유리하다. 결국 일본 기업은 저금리라는 무기를, 중국 기업은 환율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허허벌판에서 맨몸으로 싸워야 하는 형편인 것이다.

가계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그 나라의 금리 수준은 소비자물가와 직결된다.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이 많은 가계의 경우 늘어나는 대출이자를 부담하기 위해 소비를 줄여야 한다.

자금에 여유가 있는 가계의 입장에서도 금리가 오르면 저축으로 얻어질 이익이 더 커지므로 소비보다 저축을 선호하게 된다. 이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소비가 줄게 되고 물가가 잡히는 것이다. 이는 경제학 원론 수준의 당연한 얘기다.

문제는 현재의 상황이다. 시장에 나가 보라. 물가가 너무 올라서 죽겠다는 사람이 많은지, 아니면 장사가 너무 안 돼서 죽겠다는 사람이 많은지 보라는 것이다. 내수가 활황 국면이라면 당연히 금리를 인상해서 물가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몇 년째 내수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금리 인상은 내수시장 침체만 부채질할 것이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 조사에서도 2009년 10월 정점을 찍은 후 6개월 이상 계속 소비 심리가 악화되고 있다.

국제자본 이탈 가속화

소비자물가 수준도 금리를 인상할 만큼 위험하지 않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작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이고 올해는 평균 2.7%에 불과하다. 이는 소비자물가 관리 목표인 3%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예전 같으면 소비자 관리 목표가 3±0.5%였으므로 2.5% 이하에서는 금리를 인하해 소비를 진작시키는 정책이 나올법한 수준이다. 그러므로 현재 물가 수준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알 수 있다.

국제적으로 보아도 지난 1년간 금리를 올린 나라는 호주·인도·브라질·노르웨이 등 몇 개 나라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는 역대 최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러시아나 체코를 비롯해 지난 몇 달 사이에 금리를 더 내린 나라도 많다.

저금리는 세계적인 대세다. 부동산 가격이 1년에 20%씩 올라 사회문제가 되는 나라에서나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도 적용하자는 주장은 견강부회라고 아니할 수 없다.

심지어 작년에 부동산 값이 30%나 올라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에서조차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고 있다. 지급준비율 인상 등 다른 수단을 통해서도 유동성 흡수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금리 인상이 기업 경쟁력에 미칠 악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자산에 버블이 생기고 물가가 폭등한다면 금리를 인상해 이를 잡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증거가 하나도 나타나고 있지 않을 뿐더러 경쟁국들조차 저금리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인위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기업의 경쟁력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인위적인 금리 인상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누구에게 피해가 될지 금융정책 당국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현금을 쌓아두기만 하면서 투자를 하지 않는 일부 대기업이나 저렴한 자금을 들여와 비싼 대출로 폭리를 취하는 일본계 대부 업체가 어떤 것을 원할지 생각해 보라.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 부동산 칼럼니스트. 객관적인 사고, 통계적 근거에 의한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투자 이론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아기곰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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